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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의 전쟁'으로 치닫는 면세점 사업권 쟁탈전

중앙일보

입력

 
“투자 금액이 절박함의 크기인 것 같다.” 17일로 예정된 3차 시내면세점 사업자 심사ㆍ발표를 앞두고 ‘쩐의 전쟁’으로 치닫는 면세점 사업자들의 통 큰 투자를 두고 한 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대규모 투자 소식은 13일에도 이어졌다.

롯데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강남권 관광인프라 구축, 중소 협력업체 지원 등에 2021년까지 2조3000억원을 투자해 잠실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을 관광과 문화, 상생의 3대 메카로 만들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방한 외국인의 17%인 1700만 여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직접 유치하고 연관산업 포함, 3만4000여명의 직간접 고용창출 및 7조원의 경제적 부가가치 효과도 이끌어 내겠다고 밝혔다. 투자 금액 중 1500억원은 사회공헌 예산으로 별도 편성해 취약계층 자립센터지원 등 사회복지 사업을 후원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롯데면세점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국내 최대 규모인 1만7334㎡(5253평)의 면세점 공간을 마련했다. 여기에 세계 최대의 스크린 길이(가로 34m, 세로 13.8m)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멀티플렉스 영화관, 국내 최장 길이의 수중터널(85m) 및 아쿠아리움, 1500억원을 투자해 건설한 클래식 콘서트홀 등 관광문화시설을 접목해 국제적인 관광명소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또 월드타워 내 약 100평 규모의 한국전통문화관을 개설해 지역 관광명소 및 맛집 소개는 물론 지역특산품도 함께 전시, 판매할 계획이다. 롯데면세점은 17일 면세점 사업자 입찰 프레젠테이션(PT)에서도 이런 내용을 적극 강조할 계획이다.

1992년부터 24년간 영업을 이어오다 지난해 11월 사업권을 빼앗긴 SK네트웍스 역시 1000억원을 들여 기존 워커힐 호텔 내 면세점 영업공간을 확장했다. 여기에 ‘워커힐 스파 리조트’ 건설에 6000억원을 투자해 ‘한국판 마리나 베이샌즈’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신세계디에프도 두 번째 시내면세점 입지 후보인 서울 반포로 센트럴시티를 문화ㆍ예술ㆍ관광 허브로 키우기 위해 5년간 35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영업장으로 예정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되면 수익을 내는 여부와 상관없이 사회공헌 기금으로 500억원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면세점 사업자들의 이런 행보를 두고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관세법 개정 실패로) 5년 사업 후 특허권이 연장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무조건 사업권을 따고 보겠다는 물량 공세“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업 입장에선 그나마 성장 여력이 남아있는 면세 사업이 과감한 투자의 명분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면세점 간 고객 유치 경쟁으로 외국인 관광객에게 주는 수수료가 계속 오르고, 중국인 관광객도 늘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면세점들이 얼마나 투자대비 수익성을 거둘 수 있을 지 미지수"라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업체들의 이런 투자 약속이 얼마나 실현 가능한지 심사과정에서 꼼꼼히 따져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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