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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정미소서 지적장애 40대男 노동착취 주장…경찰 수사

중앙일보

입력

경기도 평택의 한 정미소에서 40대 지적 장애인이 20여 년간 노동착취를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기 평택경찰서는 근로기준법·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평택의 한 정미소 운영자인 A씨(82·여)와 아들 B씨(52) 등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13일 밝혔다. A씨 등은 지적 장애 2급인 C씨(41)가 10대였던 1993년쯤부터 23년간 일을 시키면서 단 한 번도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정미소 인근 자택에서 C씨와 함께 생활하며 숙식 만 제공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C씨가 생활했던 방은 전기가 들어오는 등 열악하지는 않은 편이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A씨 가족은 “(임금 대신) 매년 명절 때마다 C씨 아버지에게 현금으로 200만~300만원씩 한 두 차례 건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현재 C씨 아버지 명의 계좌에는 3000만원이 입금돼 있는데, 이 돈의 모두가 아들이 무임금 대가로 받은 것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A씨 가족은 C씨 아버지에게 정확히 얼마를 건넸는지, C씨 아버지는 이들로부터 얼마를 받았는지 경찰에 진술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폭행 등 학대가 의심된다는 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현재 C씨의 병원 진료기록을 확인 중이다.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C씨는 마을 주민들의 제보를 받은 면사무소가 실태조사를 벌이면서 정미소를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면사무소 측은 실태조사 과정에서 무임금 노동이 의심되자 지난달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C씨는 10월부터 20여 만원의 장애인 연금을 받기 시작했고, 장애인복지시설로 옮겨 생활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C씨가 어떻게 정미소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는지 확인 중인데 20년 전 일이라 어려움이 있다”며 “C씨 부친은 경찰 수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평택=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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