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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 미세먼지측정기 '엉터리'…정부 "불가능한 제품"

중앙일보

입력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최근 가정 내 사용이 늘고 있는 실내공기질측정기기가 사실상 엉터리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내공기질 측정치가 표시되는 공기청정기도 측정치를 믿을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현재 기술력에선 실현 불가능한 제품 또는 기능"이라고 13일 밝혔다.

환경부 조사에서 실제 농도보다 90%까지 적게 나와
삼성·LG·코웨이 청정기도 측정치 믿을 수 없어

환경부는 간이센서를 활용한 실내공기질측정기기(이하 측정기기) 3종과 실내공기질 수치 표시 기능이 있는 공기청정기 4종에 대한 측정항목 정확도 조사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그 결과 이들 제품에선 실제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훨씬 낮게 표시돼 실제보다 적게는 51%보다 많게는 90%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가 전문기기로 측정했을 땐 181㎍/㎥을 보인 미세먼지 농도가 이들 제품 중 하나로 측정했을 땐 17.7㎍/㎥로 실제의 10% 정도로 표시되는 식이었다. 또 동일 회사의 같은 제품끼리도 서로 농도값이 다르게 나왔다.

환경부가 이번에 수거해 문제점을 확인한 공기질 측정기기의 제조사와 제품명은 ▶SKT 에어큐브 ▶케이웨더 에어가드 케이 ▶비트파인더 어웨어다. 이런 기능이 있는 공기청정기에선 ▶삼성전자 블루스카이 ▶LG전자 퓨리케어 ▶코웨이 아이오케어 ▶샤오미 미에어2에서 같은 문제점이 확인됐다.

그러나 환경부는 제품별 측정치는 이번에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모델별로 1~3대를 샘플로 선정해 표본조사를 했으며 제조사의 같은 제품끼리도 측정값의 편차가 커 이번 조사결과가 각 제조사별 제품을 대표한다고 보기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이번 결과가 일부 제품의 단순 하자가 아니라는 점은 명확히 했다.

국립환경과학원 권명희 생활환경연구과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현재 전문기관에서 쓰는 미세먼지 측정장비는 1000만원대"라며 "간이센서를 활용한 간이측정기나 청정기로 미세먼지 농도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현재로선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권 과장은 "더욱이 이들 제품은 펌프나 팬 등 공기흡입유량조절장치가 없어 매번 유입되는 공기량이 다르기 때문에 측정시마다 다른 결과값이 표시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애초부터 구조적으로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한 제품이라는 얘기다.

환경부는 이번에 조사하지 않은 제품도 문제점은 마찬가지라고 보고 있다. 환경부 류연기 생활환경과장은 "이번 조사에서 제외된 제품들도 동일한 센서를 사용하기 때문에 측정치 오차율 및 신뢰성은 이번 결과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제품들이 시중에 나왔을까. 류 과장은 "선진국에선 미세먼지 측정치를 숫자를 표시하는 측정기기나 공기청정기는 아직 상용화 되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중국에서 이런 기능이 있는 청정기가 국내에 수입돼 인기를 끌면서 국내 제조사도 유사한 제품을 내놓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정이 이런 데도 이들 제품을 판매중지 시키거나 리콜명령을 내릴 수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부는 이들 제품이 허위·과장 광고에도 해당하진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류 과장은 "관계부처에 확인한 결과 제품별로 측정성능에 대해선 직접적으로 광고를 하지 않어 허위·과장광고에 해당하지 않는다. 소비자의 생명·신체·재산에 위해를 끼는 사항이 아니어서 리콜 대상도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다만 환경부는 제조사에 대해 측정값 수치를 표시하는 것을 자제하고 단순히 오염도 추이를 확인하는 표시방식으로 개선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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