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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야당 말, 쓰레기통 갈 얘기…패륜 비박” 탄핵 반성은 없고 독설만 퍼붓는 친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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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12일 당사에서 열린 최고 위원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 조문규 기자]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12일 당사에서 열린 최고 위원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 조문규 기자]

“그 사람들(야당) 입에서 나온 얘기는 곧바로 쓰레기통으로 갈 얘기니까.”

12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그가 ‘쓰레기통’에 가야 할 얘기로 지칭한 것은 직무정지 상태인 대통령을 대신해 국회 중심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모색하자는 ‘여·야·정 협의체’였다.

이 대표는 “야당이 뭘 하자고 제안한 건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분들 눈에는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빨리 앉히는 것 외에 어떤 것도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이유였다.

그의 독설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무성·유승민 두 분은 탯줄 잘 묻어서 좋은 곳에 태어나 4선 하는 것은 좋습니다만….” 당내 비주류의 두 중심인물을 겨냥해 ‘탯줄’ 운운하면서 폄훼했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 기자들과의 첫 만남에서 이 대표는 당 지도부로서 반성의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신 비박계와 야당에 대해선 이처럼 비난을 퍼부었다. 친박계 이장우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유승민 의원을 두고 “대통령 탄핵을 사리사욕과 맞바꾼 배신과 배반, 역린 정치의 상징”이라고 했다. "부모·형제에게 패륜하고 집안 대들보까지 뽑겠다는 것” “먹던 밥상 엎어 버리고 쪽박까지 깨는 인간 이하의 처신”이라는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이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는 박근혜 대통령을 만든 일등공신이고 가장 가까이서 보필해 왔다. 대통령 탄핵사태에 책임이 적지 않은 세력이다. 하지만 이들은 반성 대신 세력화를 통한 당권 유지에 골몰하고 있다.

역대 여야 지도부가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전임자인 김무성 전 대표만 해도 지난 4월 총선 참패를 이유로 사퇴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최병렬 전 대표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야당 역시 2014년 7월 김한길·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재·보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동반 사퇴했고, 2012년 11월 이해찬 당시 민주통합당 대표는 문재인·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 협상 중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지도부가 아직 사퇴하지 않는데 정치의 책임성이라는 게 이렇게 의미 없는 단어가 됐는지…”라며 “참으로 희한하고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간담회 말미에 “이 당은 빛도 없이, 이름도 없이 지켜온 수백만의 당원, 보수를 지지하는 많은 국민이 만든 당이고 자기들(비박)은 손님이고 객일 뿐”이라고 말했다. “너무 건방 떨지 말고, 오만 떨지 말고, 당원들과 보수세력을 더 이상 모욕 주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의 간절한 호소는 대통령 탄핵사태에도 반성하지 않는 친박계에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글=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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