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눈 앞에서 화산 폭발, 용암 분출…디지털교과서로 배우니 ‘쏙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경기도 성남 샛별중 학생들이 암석의 생성과 구분법을 태블릿PC 속 디지털교과서로 수업하고 있다. 샛별중은 디지털교과서 도입 이후 학생들의 집중력이 높아지는 등 수업 만족도가 향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김춘식 기자]

경기도 성남 샛별중 학생들이 암석의 생성과 구분법을 태블릿PC 속 디지털교과서로 수업하고 있다. 샛별중은 디지털교과서 도입 이후 학생들의 집중력이 높아지는 등 수업 만족도가 향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김춘식 기자]

지난달 중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샛별중학교 과학교실. 1학년 3반 34명 학생은 책상 위에 서책 형태의 교과서 대신 태블릿PC(디지털교과서)를 올려놨다. 양선환 수석교사가 태블릿PC를 켜자 교실 앞쪽 스크린에 태블릿 속 화면이 그대로 나타났다.

분당 샛별중 시범 수업 현장 가 보니
이론 배운 것 보고 듣고 만진 뒤 토론
“학생이 지식 탐색…교사는 가이드 역”
현재 전국 128개교서 시범 활용 중
2018년 초등3·4, 중1, 고1 순차 도입
“인성 함양 기회 줄인다” 비판시각도

이날 수업은 암석의 관찰과 구분. 양 교사의 암석생성 강의가 끝난 뒤 학생들은 자신의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화산 폭발 후 분출된 용암이 식으면서 화성암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담긴 동영상을 보기 위해서다. 집중을 위해 귀에 이어폰을 꽂는 학생도 있었다. 영상을 다시 두세 번 재생해보는 학생도 있었다. 전자펜을 이용해 관련 내용이 설명된 본문에 형광색 밑줄을 긋기도 했다. 기존 서책형 교과서 중심의 수업에선 볼 수 없는 모습이다.

교실 뒤쪽에는 역암·사암 등 실제 퇴적암이 보조 교재로 놓여 있었다. 학생들은 암석을 관찰하고 손으로 만져본 뒤 태블릿PC 카메라로 이리저리 촬영했다. 각자 자리로 돌아와 사진을 보며 암석을 비교하는 시간도 가졌다. 학생들은 3분 정도의 개별학습 뒤 옆 자리 학생에게 암석에 관해 설명하기도 했다. 양 교사는 “자연스런 토의가 이뤄지는 협력 학습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지식공유 시간에는 모둠을 대표하는 학생이 일어나 암석 구분법을 정리해 발표했다. 수업을 참관한 샛별중 남동현 교장은 “디지털교과서는 학생이 직접 지식을 찾아가는 전혀 새로운 방식의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며 “교사는 단순히 가르치는 사람을 넘어 ‘가이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가 2018년부터 초등학교 3∼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수업에 디지털교과서를 순차 적용하기로 하면서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사회·과학·영어, 고등학교는 영어가 대상이다. 현재 서울·경기·대구 등 전국 128개 학교가 디지털교과서를 시범 활용하고 있다. 디지털교과서 도입이 학습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일부 반론도 제기된다. 디지털 기기 중독 우려도 나온다.

디지털교과서협회는 지필평가에서 디지털교과서를 시범 도입한 학급의 학생이 일반 서책형 학급의 학생보다 시험 성적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지식 탐구과정서 부딪히는 문제 해결능력은 앞선다고 주장한다.

국내 디지털교과서 수업환경은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5월 세계교육포럼 참석 차 방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교육 관계자들은 경기 수원의 효원 초등학교를 방문해 디지털교과서 공개 수업을 참관하기도 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서정희 디지털학습부장은 “매년 디지털교과서 시범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하는데 스마트기기 중독 위험군 비율이 11.3%로 나타났다”며 “일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비율(29.2%)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스마트 기기를 바르게 활용하는 방법이 수업 현장에서 지도되었을 때 오히려 역기능은 저하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성품협회 등에서는 디지털교과서가 협력 학습 기회를 감소시키고 인성 함양 기회 역시 줄인다고 비판한다. 이영숙 한국성품협회 대표(건양대 교수)는 “디지털교과서는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하는 협력학습의 기회를 줄이고 의사소통을 소홀히 여기게 할 수도 있는 약점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이러닝과 서혜숙 서기관은 “시범사업을 적용하면서 검증해보니 학습자의 역량이 강화되는 등의 긍정 효과가 나타났다”며 “이를 토대로 디지털교과서 보급계획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