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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직원 복지천국? 제가 오히려 덕 본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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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김만석 사장(가운데 안경 쓴 이)이 직원들과 함께 웃고 있다. 태건상사는 직원 98명 중 48명이 장애인으로, 폐자재를 활용한 전기부품 생산업체답게 유니폼도 ‘친환경’을 의미하는 녹색으로 맞췄다. [사진 최정동 기자]

김만석 사장(가운데 안경 쓴 이)이 직원들과 함께 웃고 있다. 태건상사는 직원 98명 중 48명이 장애인으로, 폐자재를 활용한 전기부품 생산업체답게 유니폼도 ‘친환경’을 의미하는 녹색으로 맞췄다. [사진 최정동 기자]

“장애요? 장애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장애우 직원들이 오히려 도움이 됐지, 속 썩인 적은 없어요.”

전기부품 생산 태건상사 김만석 사장
직원 98명 가운데 48명이 장애인
세 끼 식사, 기숙사 등 무료 제공도
“훗날 장애인고용공단에 회사 헌납”

지난 6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사무실에서 만난 김만석(59) 태건상사 사장은 “나도 신체는 멀쩡하지만 어떤 면에선 장애를 갖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태건상사는 폐자재를 활용한 전기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2010년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으로 선정된 우량 기업이다. 일반 기업과 조금 다르다면 직원 98명 중 48명이 장애인이고, 그중에서도 42명은 중증장애인이라는 점이다. 부품을 조립하는 단순한 업무인데다 시각장애인도 조립할 수 있도록 제품을 특수 설계해 신체장애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19살 되던 해 고향인 충남 온양에서 맨손으로 상경해 노숙을 전전하던 그의 성공 비결은 ‘인복’이라고 김 사장은 말했다. 청계천의 전기자재상에서 근무하다 일으킨 사업이 실패로 끝났다. 실의에 빠진 그를 도와준 이가 거래처 직원이었다. 1989년 지금의 태건상사를 일으킨 그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버팀목이 되는 게 내가 받은 은혜를 갚는 방법”이라는 생각으로 장애인 단체를 직접 찾아가 4명을 채용했다. 그렇게 시작된 장애우와의 인연은 23년째 이어지고 있다.

김 사장의 직원 사랑은 남다르다. 지난달 19일엔 직원복지센터 ‘샘물관’을 개관했다. 1층 식당에선 모든 직원에게 세 끼 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 2층은 당구대와 운동기구가 구비된 직원체력단련실이고 3, 4층은 출퇴근이 어려운 직원들을 위한 무료 기숙사다. 내년부터는 자녀학자금과 자기계발비도 전액 지원한다. “장애인을 채용하면 정부지원금이 1인당 연 300만~400만원 나옵니다. 당연히 생산성이 높아지죠. 그 이익을 장애우 직원들에게 돌려주는 겁니다. 비장애인 직원들에게도 저는 분명히 말하죠. ‘우리 회사가 이렇게 성장한 건 장애우 직원들 덕이 크다’고요.”

직원 복지는 노후까지도 이어진다. 2014년 한 청각장애인 직원이 퇴근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계기였다. 이 직원이 중증장애인 부모님과 동생까지 책임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김 사장은 뒤늦게 알았다.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만 주면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그 사람들도 갑자기 목돈이 필요할 수 있고 노후 준비도 해야 하잖아요.” 하지만 장애인을 받아주는 보험사는 없었다. 대신 회사가 직원들이 추후 받을 수 있도록 연금저축과 상조보험을 들었다. 3년째 붓고 있는 돈은 현재 1억원 가까이 쌓였다.

태건상사는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1호 후원자로 매월 1000만원씩 쾌척하고 있다. 지난 8월엔 국립암센터와도 협약을 맺고 저소득층 환자 치료비로 1억원을 후원했다. 김 사장은 “기부를 할 수 있는 것도 다 직원들 덕분”이라며 “나중에 회사를 장애인고용공단에 넘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의 꿈은 크지 않다. “제가 죽은 뒤 장례를 회사장으로 치르면 영광일 것 같아요.”

글=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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