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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에 돈 몰리고 브라질 펀드는 50% 수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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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예측이 아닌, 대응의 영역이었다. 지난해 전문가들이 예상한 올해 자산시장의 모습은 지금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을 탈출하면서 주식형 펀드가 살아날 것으로 봤다. 신흥국보다는 선진국에 주목하라고 했다. 2016년 자산시장을 결산해 보니 현실은 달랐다.

◇사모펀드의 질주

사모 펀드의 설정액이 공모 펀드를 앞질렀다. 연초 200조원이던 사모펀드 시장은 꾸준히 불어나, 지난 8일 현재 250조원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공모펀드는 222조원에서 237조원으로 증가하는데 그쳤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닮은 문제다. 공모 펀드의 부진은 ‘박스피(박스권+코스피)’의 원인이자 결과다. 투자자들은 코스피 지수가 2000선을 넘으면 팔고, 깨지면 사는 전략을 반복했다. 돈이 나가고 들기를 반복하니, 공모펀드의 힘으로 1000선을 뚫고 2000선을 향해 질주한 2005~2007년 장세는 재현되지 않았다.

규제 사슬이 느슨한 사모펀드는 날았다. 유동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헤지펀드ㆍ부동산 펀드 등 꾸준한 수익률을 추구하는 사모펀드가 투자의 대안으로 급부상했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모펀드에 7조9000억원이 몰렸다.

한국형 헤지펀드도 큰 폭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말 36개, 2조9000억원 수준이던 시장은 지난달 말 현재 232개, 6조6000억원으로 커졌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꾸준한 수익률을 기대하는 자산가들의 요구에 부합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인덱스펀드 날다

삼성전자의 독주에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액티브 펀드가 맥을 못 췄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종목 선정을 통해 시장 수익률을 초과하겠다는 펀드 매니저의 대부분이 시장에 졌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9일 현재 국내 일반 주식형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4.9%. 코스피200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인덱스 펀드는 같은 기간 8.7%의 수익을 올렸다. 액티브 펀드는 삼성전자를 시장 비중(우선주 포함 약 20%)만큼 담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서만 40% 넘게 올랐다. 삼성전자를 못 담은 만큼 인덱스 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낮을 수 밖에 없다. 펀드 우등생은 상장지수펀드(ETF) 몫이었다.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 수익률 상위 20개 펀드 가운데 하나를 뺀 나머지가 모두 ETF였다. 특히 철강ㆍ중공업ㆍ은행 등 업종 ETF가 20%를 웃도는 수익을 거뒀다.

◇꼴찌의 반란

어제의 꼴찌가 오늘의 1등이 됐다. 지난해 원금의 38%를 까먹으며 ‘천대’ 받던 브라질 펀드(주식형)가 올해엔 50%를 웃도는 수익을 거뒀다. 브라질 채권을 주로 편입한 남미신흥국채권 펀드도 지난해엔 원금의 4분의 1을 까먹었지만 올해는 20%에 달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는 “투자자들은 항상 지금 잘 나가는 상품에 투자하지만 결과로 보면 언제나 역발상 투자가 성공한다”며 “과거의 수익률이 미래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건 아니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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