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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 한강은 맑았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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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강찬수
강찬수 기자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1966년 제정된 하수도법 50주년을 맞아 환경부가 최근 『한국 하수도 발전사』를 발간했다. 50년 전 국내엔 하수처리장이 한 곳도 없었으나 지금은 600곳(하루 처리용량 500㎥ 이상)으로 늘었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국내 첫 하수처리장인 청계천 하수처리장은 66년부터 준비를 해 10년 만인 76년 9월에야 완공됐다. 350만 달러의 해외 차관은 얻었지만 국내 예산 12억3250만원을 구하지 못한 탓이다. 초창기 청계천하수처리장에서 일했던 직원은 “미국 건설회사가 짓고, 미국 기술자가 기술지도를 했다”며 “처리용량이 부족해 쓰레기만 걸러내고 그냥 내보낸 하수가 더 많았다”고 회상했다. 장마철엔 사람 시체도 떠내려왔다고 한다.

하수처리장이 들어서기 전 서울을 지나는 한강의 수질도 엉망이었다. 연세대 권숙표(2010년 작고) 교수팀이 67년 제2한강교(현 양화대교) 지점의 수질을 분석한 결과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이 무려 47.6 ppm이었고, 뚝섬정수장 취수탑 부근도 29.7ppm이나 됐다. 대개 상수원의 기준이 3ppm 이하이고 10ppm 이상이면 시궁창 냄새가 난다고 하니 당시 주민들의 고통을 헤아려볼 수 있겠다.

66년 서울 인구는 400만이었지만 생활하수를 전혀 걸러낼 수 없었다. 강이라기보다 거대한 하수구였다. 이제 서울의 인구가 1000만 수준이지만 한강의 BOD는 2ppm 안팎으로 개선됐다.

쓰레기 처리도 마찬가지였다. 제대로 된 매립장도 없어 서울시내 곳곳에 쓰레기를 그냥 묻었고, 그 위에 건물을 지었다. 지금은 노을·하늘공원으로 바뀐 난지도에 쓰레기를 묻은 것도 78년부터다. 본격 위생매립은 92년 수도권매립지에서 시작됐다.

그래도 50년 전 공기는 맑았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60년대에는 서울시내에서 가시거리가 20㎞ 이상이 된 날이 가을철 9~11월 석 달 동안에만 60~70일이나 됐다. 자동차나 공장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쾌청한 날이 20일 안팎으로 줄면서 미세먼지 걱정이 커지고 있다.

교과서엔 소득이 아주 낮을 땐 환경오염이 덜하고, 소득이 증가하면 오염이 심해지고, 소득이 더 늘어나면 오염도가 낮아진다고 설명한다. 이른바 U자를 거꾸로 놓은 것 같은 ‘환경 쿠즈네츠(Kuznets) 곡선’이다. 깨끗한 환경을 얻으려면 그만큼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최근 경기가 침체되면서 환경보전에 대한 시민들 관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도 자주 듣는다. 환경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는데 소홀히 해도 될까 싶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