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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피웁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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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영화 ‘바람피기 좋은 날’부터 드라마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까지-. 원작을 훼손하지 않고 제작 의도에 부합하며 어감이 좋다는 등의 이유로 맞춤법을 무시하고 제목을 다는 경우가 있다.

작품의 얼굴인 제목에 개성을 입히는 것도 좋지만 ‘바람을 피우다’를 ‘바람을 피다’로 표현함으로써 얻는 이로움은 커 보이지 않는다. ‘바람피우기 좋은 날’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피웁니다’라고 해도 극의 분위기가 바뀌거나 원작과 괴리감이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잘못된 맞춤법이 각인돼 혼란만 가져올 뿐이다.

몰래 다른 이성과 관계를 가지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는 ‘바람을 피다’가 아닌 ‘바람을 피우다’라고 해야 된다. 한 단어로 ‘바람피우다’로 표현할 수도 있다. “바람을 폈다는 증거” “바람을 펴서 이혼한 사례”와 같이 사용해선 안 된다. ‘피우다(혹은 바람피우다)’가 기본형이므로 ‘바람을 피웠다(바람피웠다)’ ‘바람을 피워서(바람피워서)’로 바루어야 한다.

‘바람을 피다’로 쓸 수 없는 이유는 ‘피다’가 자동사여서다. 자동사는 목적어를 취하지 않는다. ‘피다’는 ‘바람을’이라는 목적어와 호응할 수 없다. ‘피다’란 자동사에 접미사 ‘-우-’가 결합하면 타동사가 된다. ‘바람을’ 뒤엔 동작의 대상인 목적어를 필요로 하는 타동사 ‘피우다’가 와야 한다. 이때 ‘피우다’는 그 명사가 뜻하는 태도나 행동을 나타냄을 이른다.

마찬가지로 “재롱을 피다” “소란을 피다” “딴청을 피다” “어리광을 피다” “거드름을 피다” “고집을 피다” “게으름을 피다”로 사용할 수 없다. 자동사 ‘피다’가 아닌 타동사 ‘피우다’가 와야 된다.

이은희 기자 e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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