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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 제품을 사면 안되는 이유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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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는 자신들이 만드는 옷에서 나온 포름알데히드로 인해 직원들이 하나 둘 고통을 호소하면서 환경보호에 앞장서게 됐다. 포브스가 만난 빈센트 스탠리 철학담당 임원은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가 자연에서 얻는 것보다 자연에 되돌려 주는 것이 적다”고 말했다. 파타고니아가 ‘우리 제품을 사지 마세요’라고 광고한 이유다.

파타고니아 제공

파타고니아 제공

“그동안은 비정상적인 성장세였다. 지금이 정상이다.” 미국 아웃도어 2위 기업인 파타고니아 철학담당 임원인 빈센트 스탠리(Vincent Stanley)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던 한국 아웃도어 시장에 대해 이 한마디로 요약했다. 올해 7월 파타고니아는 한국 시장에 직진출했다. 이전까지는 네오미오(조용노 대표)와 합작법인 형태로 국내 비즈니스를 진행해 왔다. 그만큼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직진출 이후 한국을 방문한 첫 본사 임원이기도 한 빈센트 스탠리를 서울 강남구 파타고니아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났다.

빈센트 스탠리 파타고니아 철학담당 임원에 묻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주춤하다. 이런 상황에서 파타고니아가 한국 시장에 직진출한 배경이 궁금하다.

한국은 해외 시장은 다르다. 미국, 유럽은 비록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꾸준히 성장세다. 알다시피 중국은 10%넘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의 아웃도어 시장도 성장세가 멈춘 것이 아니라 정상화됐다고 본다. 2013년 한국에 진출한 파타고니아 역시 꾸준히 매출이 늘고 있다. 다만 파타고니아의 관심은 매출 증가가 아니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고 환경 보호를 위해 사업한다는 우리의 철학을 이어가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이 점에 충실할 것이다.

자켓 사지 말라는 문구는 영리한 마케팅?

인터뷰에 동석했던 파타고니아코리아 담당자는 “그동안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 난립했던 브랜드가 조금씩 정리되는 상황이다. 여전히 한국 아웃도어 시장은 성장 중”이라고 덧붙였다.

Don’t Buy This Jacket’ 문구는 파타고니아를 설명하는 유명한 문구다. 잘 알려지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나.

원래는 오래 입어서 더이상 입기 힘든 옷을 가져오면 재활용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옷을 오래 입는 것이 제품을 재활용하는 것만큼 중요하니까 말이다. 제품을 오래 입어서 해지면 수선해서 입는 것도 중요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가 자연에서 얻는 것보다 자연에 되돌려 주는 것이 적다.

이런 생각들을 어떻게 소비자와 소통할 지 고민하다 생각해 낸 문구가 ‘Don’t Buy This Jacket’다. 워낙 문구가 파격적이라 이사회 임원들이 투표로 결정했다. 만장일치로 통과됐고, 2011년 11월 25일 블랙프라이데이 아침 뉴욕타임즈에 광고를 개제했다. 사실 1994년에도 ‘필요없는 옷을 사지 말자’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자켓을 사지 말라는 문구는 캠페인이 아니라 ‘영리한 마케팅’이란 주장도 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그 광고를 개제한 이후 사람들의 환경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졌지만 우리의 매출도 올라갔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광고 카피는 환경 담당임원이 작성했고 카피 아래의 문구. 그러니까 광고에 실린 제품(R2 자켓) 무게의 24배에 달하는 이산화탄소가 제품 생산과정에서 배출된다거나 옷을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물이 소비되는 지 등에 관한 글은 기업 철학을 담당하는 내가 작성했다. 심지어 우리 파타고니아 카탈로그는 마케터가 아닌 기자 출신을 영입해 만든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빈센트 스탠리는 파타고니아를 설립한 이본 쉬나드의 조카이자 초창기 마케팅을 전담했다. 이본 쉬나드와 함께 책임기업으로서 지속가능한 경영철학을 담은 ‘리스판서블컴퍼니 파타고니아’란 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이번 방한 역시 파타고니아코리아 임직원을 만나 파타고니아의 기업 철학을 직접 설명해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파타고니아가 환경 보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

우리 직원은 대부분 서퍼나 클라이머다. 환경에 대한 관심을 원래부터 가지고 있었다는 얘기다. 때문에 1986년에 환경보호를 위한 단체를 만들고 매출의 1%를 풀뿌리 환경단체에 지원한 것이다. (수익이 아닌 매출의 1%를 타기관에 기부하는 예는 흔치 않다.) 그런데 1988년, 보스턴 매장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자꾸 아프기 시작했다. 이유를 알아보니 면제품을 보관한 지하 창고에서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다. 이를 계기로 회사에선 면 제품에 얼마나 많은 화학물질이 나오는지 연구하게 됐고 1996부터 모든 제품에 유기농 방식으로 재배한 목화에서 나온 면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제작 비용에 부담이 됐을 텐데, 조직의 반발은 없었나.

제품 생산라인도 바꿔야 했고 농장, 공장 역시 새로운 파트너를 물색해야 하니 어려운 과정이었다. 가장 큰 난제는 구성원을 설득하는 일이었다. 유기농 면으로 바꾸려면 제품 하나당 5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낯선 방식엔 누구나 거부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래서 전직원을 버스에 태우고 기존 목화재배 농장으로 갔다.

버스에서 내린 직원은 농약 냄새가 진동하는 밭에서 곤충 한 마리도 발견하지 못했다. “목화 기름으로 상당한 돈을 번다”는 농장 직원의 말에 우리 직원들은 기겁을 했다. 직원들을 태우곤 다시 유기농 목화재배 농장으로 갔다. 버스에서 내리자 자연의 냄새에 벌과 곤충들이 밭에 가득한 모습을 보곤 그제서야 직원들이 ‘왜 제품 원료를 바꿔야 하는지’를 공감했다.

인위적인 수요 창출보다 자연적인 성장 기대

빈센트 스탠리는 국내 시장에 직진출한 이유를 묻자 “장기적으로 보면 기존의 합작법인 보단 우리가 직접 시장을 책임지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마케팅에 돈을 쓰기 보다는 구전으로 제품의 진정한 가치가 전달되도록 하고 인위적인 수요 창출보단 자연적인 성장을 기다리면 시장은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어떻게 시장이 좋아질거라고 확신하나.

갈수록 사람들이 점차 유기농 음식에 관심을 가진다. 가치를 알게 되는 것이다. SPA를 좋아하는 젊은 친구들이라면 패스트 패션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저임금, 환경 파괴와 같은 일을 알아야 한다. 자연스레 파타고니아를 알게 될 것이다. (파타고니아는 에너지바, 연어 가공식품 등 유기농 음식 사업을 시작했다.)

-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사진 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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