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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대통령은 동급, 공동정권이라 생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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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최순실 국정 농단 2차 청문회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 농단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가운데)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 중인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왼쪽)을 바라보고 있다. 오른쪽은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사진 오종택 기자]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 농단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가운데)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 중인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왼쪽)을 바라보고 있다. 오른쪽은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사진 오종택 기자]

최순실씨 측근인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7일 최씨의 비선실세 역할 및 국정 농단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했다.

차은택 “최씨에게 장관·수석 추천하니 그대로 돼”
장시호 “영재센터는 순실 이모 아이디어로 만들어”
여명숙 “문화창조사업 영수증 없어…국고 새나가”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 농단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차씨는 이날 “2014년 최씨의 요청으로 장관과 수석을 몇 분 추천했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증언했다.

CF감독 출신인 차씨는 “최씨가 (나와) 만난 지 한두 달 만인 2014년 7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알아봐 달라고 해서 영화·연극계 원로 분들을 추천했다”며 “‘더 알아봐달라’고 해서 (홍익대 대학원 스승인) 김종덕 장관을 추천하니까 (임명)됐다”고 밝혔다. 또 “그해 11월 (외삼촌인) 김상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도 내가 추천한 대로 됐다. (대통령에게) 이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씨가 ‘VIP(박 대통령)가 가실 것’이라고 얘기한 대로 제가 하는 팝아트 융합공연 등 세 번의 행사에 실제 대통령이 왔다”고도 했다.

차씨는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최씨와 박 대통령의 권력서열을 묻자 “최씨와 대통령이 거의 같은 급에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 의원이 “거의 최순실-박근혜 공동정권이라고 생각했겠네요”라고 질문하자 “최근에 와서 특히 그렇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 입에서도 ‘최순실의 힘’을 입증하는 증언이 잇따랐다. 고씨도 “서열 1위는 최순실”이라며 “차 감독을 최씨에 소개시켜 준 뒤 진행되는 일들을 봤을 때 그렇지 않나 혼자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그는 ‘체육계 대통령’으로 불린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을 최씨가 어떻게 바라봤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의 질문에 “최순실이 바라보는 김종 차관은 뭐 수행비서”라고 답했다.

장시호씨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는 최순실 이모의 아이디어”라며 "(내가) 계획서를 만들어 김종 차관에게 전달했다. 저는 최순실씨가 지시하면 따라야 되는 입장이고, 또 이모인 데다 거스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영재센터는 장씨가 지난해 6월 빙상·스키 등 꿈나무 육성을 명목으로 설립한 사단법인이다. 문체부가 6억7000만원, 삼성전자가 16억원을 지원했다.

올해 4월 차씨의 후임으로 임명됐다가 한 달 후 경질된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장은 “1300억원이 투입된 문화창조융합벨트사업을 하면서 영수증도 없이 차은택씨와 김종덕 전 장관, 융합벨트 간부들, 송성각 콘텐츠진흥원장,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이 한 팀으로 움직였다”고 증언했다. 그는 “융합벨트사업은 합법을 가장해 부조리하게 국고를 새나가게 한 사업”이라며 “이는 ‘문화판 4대 강 비리’로, 국가 브랜드와 자존심이 걸린 국책사업에서 한 국가의 정신이 난도질당한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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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증인 가운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시종 “최순실을 모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청문회장에서 김 실장 재직 시인 2014년 불거진 ‘정윤회 문건’ 첫 장에 “정윤회, 고 최태민 목사의 5녀 최순실의 부(夫)”라고 적힌 사실 등이 공개돼 위증 논란도 벌어졌다.

글=정효식·안효성 기자 jjpol@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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