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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택 “내 생각 최순실에 써주니 대통령 연설에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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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정 농단 청문회 문화계 황태자 증언

최순실씨의 최측근으로 ‘문화계 황태자’로 불렸던 차은택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에 최씨가 관여한 사실을 시인했다. CF감독 출신인 차씨는 최씨와의 인연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민관 합동기구인 창조경제추진단장을 지내며 문화계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7일 최순실 국정 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한 차씨는 “(최씨가) 문화창조나 문화콘텐츠와 관련해서 제 생각을 써 달라고 얘기해 써 드린 적이 있다”며 “어느 날 그 내용이 대통령 연설에 포함돼 몇 문장이 나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최교일 새누리당 의원이 “최씨가 연설문을 고친 정황은 여러 군데서 드러나고 ‘최씨의 능력으로 연설문을 고쳤겠느냐, 그와 관련된 비선모임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한 질의에 대한 답변이었다. 다만 ‘논현동 사무실에서 최순실씨 등과 같이 비선모임을 한 적이 있느냐’ ‘같이 연설문을 보고 고친 적은 있느냐’는 질문엔 “없다”고 말했다.

최씨가 “VIP 가실 것” 말하면
내 행사에 대통령 세 차례 참석
대통령 청와대에서 서너 번 만나
청와대 연풍문 회의엔 10번 참석

차씨는 이날 박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의원들의 추궁을 받았다.

구속 수감 중인 상태로 7일 ‘최순실 국정 농단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 출석한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가운데)이 교도관에게 이끌려 증인석으로 가고 있다. ‘문화계 황태자’로 불렸던 차씨는 이날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대통령을 뵈러 간 것은 한 서너 번 되는 것 같지만 따로 독대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구속 수감 중인 상태로 7일 ‘최순실 국정 농단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 출석한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가운데)이 교도관에게 이끌려 증인석으로 가고 있다. ‘문화계 황태자’로 불렸던 차씨는 이날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대통령을 뵈러 간 것은 한 서너 번 되는 것 같지만 따로 독대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차씨는 “(청와대에) 대통령을 뵈러 간 것은 한 서너 번 되는 것 같지만 따로 독대한 적은 없다”고 했다. “안가(안전가옥)는 가 봤느냐”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엔 “안가가 뭔지 모르겠다. 연풍문(청와대 출입구가 있는 건물) 회의는 십여 번 갔다”고 했다. 청와대에 늦은 밤 출입기록을 남기지 않고 ‘보안 손님’으로 출입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절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이 “증인이 추진하는 행사에 대통령이 거의 나타났다”고 캐묻자 차씨는 “제가 먼저 부탁한 적은 없다. 최씨가 ‘VIP(박 대통령)께서 가실 것’이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제가 (기획)했던 팝아트 융합공연과 문화창조융합센터 개소식 등 딱 세 차례였다”고 덧붙였다.

손혜원 민주당 의원이 “박 대통령과 최씨 중 누구와 더 친했냐, 누가 더 인정했냐”고 묻자 차씨는 “최순실”이라고 답했다. 미르재단이 지난해 10월 리커창 중국 총리 방한과 연계해 기획한 문화벤처 공동 투자펀드 조성과 관련, “차씨의 아이디어가 아니었느냐”는 질문엔 “최씨가 지시하는 사업은 최씨 앞에서 한마디도 거들기 힘들다. 최씨가 다 지시하고 그걸 아래 실무자들이 받아서 정리하는 구도로 돼 있다”고 답했다.

차씨는 이날 검찰 공소장에 적시된 혐의 중 KT 인사와 광고에 개입한 것과 관련해선 “부분적으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날 최순실·차은택·고영태씨 세 사람의 관계에 대한 질의도 있었다. 고씨는 2014년 6월 차씨를 최씨에게 소개한 당사자다. 고씨는 “(최씨가) 광고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 있으면 소개시켜 달라고 했는데 차씨의 직원 중 친한 동생이 있었다. CF광고도 전체적으로 다 같은 광고로 생각해 차씨를 소개했다”고 말했다. 차씨는 “고씨와 최씨가 2014년 말 정도에 싸운 걸로 알고 있다”며 “그래서 양쪽에서 각기 저에게 따로 연락이 왔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씨가 고씨의 집에 찾아갔을 때 집에서 무슨 물건 같은 걸 가지고 나왔고, 그걸 갖고 서로 그 돈이 본인의 돈이라고 싸움이 생겼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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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씨는 이날 오전 국정조사 질의응답에 앞서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거짓이 있다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한다”며 증인 대표로 선서했다.

글=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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