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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라라랜드' 자크 드미 영화에 바치는 오마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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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젤레 감독은 ‘라라랜드’를 만들며 “1960년대 프랑스 감독 자크 드미의 작품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드미 감독은 영화사에 길이길이 기억될 명작 뮤지컬영화를 남긴 이다. 대표작은 ‘셰르부르의 우산’과 ‘로슈포르의 연인들’(1967). 모두 선명하고 세련된 색감의 영상, 로맨틱하고 환상적인 이야기, 밝고 경쾌한 리듬의 음악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작품이다. 그는 당시 프랑스 영화계를 이끈 장 뤽 고다르 감독,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 등과 전혀 다른 스타일을 추구했다. 그들이 전쟁 후 프랑스가 처한 현실을 독창적 방식으로 각자의 영화에 담아낼 때, 드미 감독은 할리우드 뮤지컬에서 영감을 얻어 인위적·장식적 매력이 가득한 작품으로 내놓은 것. 차젤레 감독은 “드미 감독에게 받은 영향은 ‘라라랜드’에 그치지 않는다. 내가 지금껏 연출했거나 앞으로 작업하고 싶은 모든 영화에 이른다. 내게 ‘셰르부르의 우산’을 뛰어넘는 ‘조형적 영화(Formative Movie)’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깊은 존경을 표했다.

셰르부르의 우산

셰르부르의 우산

‘셰르부르의 우산’은 프랑스 작은 마을 셰르부르를 배경으로, 우산 가게 점원 주느비에브(카트린 드뇌브)와 자동차 정비공 기(니노 카스텔누오보)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사랑하는 사이지만, 군대에 징집된 기의 사정으로 헤어진 두 사람은 결국 각자 다른 상대와 결혼하게 된다. 알록달록 아름다운 영상과는 반대로, 엇갈린 운명에 관한 슬픈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 감정의 파고가 더욱 강하다. 가장 뚜렷한 형식적 특징은 모든 대사가 노래로 연결되는 점이다. 음악감독 미셸 르그랑이 만든 황홀하고 대중적인 멜로디가 빛을 발한다. 완성도 높은 음악에 드미 감독의 유려한 카메라 움직임이 합쳐져 명작이 탄생된 것이다. ‘셰르부르의 우산’은 1964년 제17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으며, 1966년 제38회 아카데미 시상식 4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로슈포르의 연인들

로슈포르의 연인들

반면 3년 뒤 드미 감독이 내놓은 ‘로슈포르의 연인들’은 아주 밝은 영화다. 갈등이라 할 만한 사건이 없는 데다, 화사한 영상과 신나는 멜로디로 가득 차 있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프랑스 작은 마을 로슈포르의 쌍둥이 자매 델핀(카트린 드뇌브)과 솔랑쥬(프랑수아즈 돌레악). 두 사람은 무용과 피아노를 가르치며 사랑을 꿈꾸는 순수한 여성들이다. 각자 다른 이유로 로슈포르에 온 남성들은 그들과 운명적인 만남을 갖는다. 이들 중 누가 연인으로 이어지느냐는 이 영화의 진짜 관심사가 아니다. 당시 젊은이들의 고민이 섞인 노래와 율동에 마음을 맡기면, 저절로 행복감을 느끼게 될 테니. 1969년 제41회 아카데미 시상식 음악상 후보에 오른 영화이며, 카트린 드뇌브와 그의 친언니 프랑수아즈 돌레악이 쌍둥이 자매로 출연했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사진=판씨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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