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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분양권 전매제한이 뭔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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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정부는 지난달 3일 분양권 투기과열 억제를 위해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입주 때까지 금지하는 방안을 내놨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신촌 그랑자이 견본주택을 찾은 예비 청약자들이 아파트 모형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뉴시스]

정부는 지난달 3일 분양권 투기과열 억제를 위해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입주 때까지 금지하는 방안을 내놨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신촌 그랑자이 견본주택을 찾은 예비 청약자들이 아파트 모형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뉴시스]

Q. 요즘 분양권 전매제한 제도에 대한 기사가 눈에 자주 띕니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과열 방지를 위해 제도를 강화했다고 하던데 왜 그런 건가요.

시세차익 노린 투기 막으려 ‘입주 전 거래 금지’ 기간 둔 거죠

A. 전매제한 제도는 주택건설업계는 물론 국민에게도 큰 관심을 받고 있어요. 정부가 지난 11월 3일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늘리는 내용이 담긴 부동산대책(11·3 대책)을 발표했기 때문이에요.

인기 지역 분양권엔 웃돈 붙어
작년 3차례 사고 판 사람 3000명
일부선 불법 전매 늘며 이상과열

우선 분양권 전매부터 짚고 넘어갈게요. 분양권 전매(轉賣)는 분양권이 있는 사람이 입주 전에 그 권리를 제 3자에게 팔 수 있도록 하는 제도에요. 가령 청약통장이 없거나 청약경쟁에서 떨어진 수요자들이 이 분양권을 살 수 있게 되는 거죠. 살집이 필요해서 전매하려는 수요자에겐 좋은 제도죠.

문제는 거주가 목적이 아니라 단기간에 돈을 벌려는 투기 세력이 몰리고 있다는 거에요. 최근 조성된 경기도 위례신도시와 화성 동탄2신도시, 서울 강남 3구(강남·송파·서초구)처럼 수요자들 사이에 인기 있는 지역의 분양권에 웃돈이 붙어요. 예컨대 분양가가 3억원인 분양권을 샀어요. 그런데 찾는 사람이 많아요. 가격을 4억원으로 올려서 팔아요. 분양권을 판 사람은 1억원의 차익을 얻었네요. 분양권 전매로 이런 시세차익을 노리는 거에요.

이런 사람이 늘어나면 진짜 살 집이 필요해서 분양권을 사려는 사람이 피해를 입어요. 분양권 가격은 자꾸 올라가서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이에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분양권 전매를 일정기간 동안 하지 못하게 법으로 만드는 거에요.

11.3 대책 발표 이전에도 지역과 주택유형에 따라 전매제한 기간이 있었어요. 수도권(서울·경기·인천) 민간택지의 경우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은 6개월, 공공택지는 1년이에요. 민간택지는 6개월만 지나면 분양권을 팔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지난해부터 서울 재건축·재개발 중심으로 분양권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인기지역 아파트 분양권을 받으려는 수요가 많아진 거에요.

보통 파는 물건은 적고, 갖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으면 물건값이 오르죠. 그런 것처럼 분양권 전매가 풀리면 이상과열이라고 할 만큼 분양권 가격에 웃돈이 붙는 거에요. 수요가 많다 보니 전매가 풀리기 전에 분양권 거래를 하는 불법 전매가 기승을 부렸답니다. 예컨대 공공택지의 경우 계약 후 1년간 분양권 거래를 할 수 없는데 그 전에 불법으로 거래하는 거에요. 적발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아요.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 6개월 동안 전국을 무대로 아파트 분양권을 세 차례 이상 사고판 사람이 3000명에 달해요.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는 청약열기를 꺾고 전매의 투기세력을 억제하기 위해 전매제한 기간을 늘리는 11.3 대책을 내놨어요. 분양권 전매를 완화한 2014년 9월 대책 이후 2년 2개월 만입니다.

주택거래가 활발한 서울 강남 4구(강남·송파·서초·강동구)와 경기도 과천시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분양권을 사서 되파는 행위를 입주 때까지 금지했어요. 경기도 하남시·남양주시·고양시·화성 동탄2신도시의 공공택지 내 분양아파트도 마찬가지에요.

이처럼 전매제한 제도는 주택시장에 따라 기간을 줄이고 늘리는 냉탕온탕 정책을 반복해요. 전매제한 제도는 1981년에 도입됐어요. 1978년 평당(3.3㎡당) 48만원이었던 서울 아파트 분양가격이 아파트 개발 붐과 중동특수 영향으로 1년 만에 60만원으로 올랐어요. 아파트값이 폭등하면서 분양권을 전매하는 투기 행위가 기승을 부린 거에요. 정부는 이를 잡기 위해 온갖 규제책을 고민했어요. 고민 끝에 정부는 1980년 8월 당시 주택 재고량과 맞먹는 500만 가구 건설계획(1981~1991년)을 내놓은 거죠. 공급물량을 늘리면 집값 상승세가 둔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거죠. 그래도 집값이 불안했던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도입한 게 분양권 전매제한 제도에요.

제도 도입 당시 국민주택기금을 받아서 짓는 주택은 공급받는 날로부터 2년까지 분양권 전매를 제한했어요. 그 뒤로 1987년에는 국민주택, 1992년에는 민영주택으로 대상이 확대했어요. 투기 수요가 억제되는 듯 했으나 큰 위기가 찾아왔어요.

바로 틴틴 여러분도 한번쯤을 들어봤을 1997년 외환위기예요. 당시 주가와 부동산값은 폭락했어요.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의 중도금 지급 능력이 떨어지면서 주택업계가 자금난을 겪게 되기 시작한 거에요. 외환위기 이듬해 전국 집값은 12.3%(KB국민은행 자료) 떨어졌어요.

결국 정부는 주택거래 활성화를 목적으로 주택전매 규제를 폐지했어요. 하지만 외환위기를 졸업하고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쏟아내면서 2002년 집값은 16.4% 급등했어요. 또다시 분양시장이 과열되자 그해 9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투기과열지구 지정하고 전매제한 기간을 재도입했어요. 전매제한 제도 도입이 옳은 정책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그러나 과열된 주택시장 열기를 단기적으로 잠재울 수 있는 대안은 될 수 있어요.

11·3 대책에 따라 전매제한을 강화된 지 한 달이 됐어요. 한 달 동안 시장에서는 일정부분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어요. 부동산 114에 따르면 지난달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13.5대 1로 전매제한 강화하기 전달(14.2대 1)보다 낮아졌어요. 당분간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요. 투자수요가 줄면서 분양권 거래도 감소하고 있어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분양권 거래 건수는 745건으로 전달(993건)보다 25% 줄었어요.

전매제한 기간 강화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있어요. 전매가 어려워지면 주택경기 둔화 속도가 빨리질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전매제한 강화가 투기수요를 억제해 분양권 시장의 거품을 뺄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있기 때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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