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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로 번진 촛불···"탄핵 안 되면 상상 힘든 후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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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서울 광화문광장과 청와대 부근에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3일에는 여의도에서도 열렸다. 이날 오후 2시 새누리당사 앞에 모인 3000여 명은 ‘새누리당 해체’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어 오후 3시에 시작된 거리행진에는 참가 인원이 2만여 명까지 늘어났다. [사진 김춘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서울 광화문광장과 청와대 부근에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3일에는 여의도에서도 열렸다. 이날 오후 2시 새누리당사 앞에 모인 3000여 명은 ‘새누리당 해체’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어 오후 3시에 시작된 거리행진에는 참가 인원이 2만여 명까지 늘어났다. [사진 김춘식 기자]

청와대를 포위한 채 “박근혜 퇴진”을 외쳤던 232만 개의 촛불이 정치권 전체를 겨냥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 농단’ 규탄을 넘어 사회·정치적 이슈 전반을 도마에 올리며 날 선 비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새누리 당사 앞 등 2만 명 시위
“제 잘못 외면한 채 주판알 튀겨”
당사에 달걀 수십 개 던지기도

6차 촛불집회를 앞둔 3일 오후 2시, 주최 측 추산 2만여 명의 시민들이 여의도에 모였다. 최순실 규탄 시위대가 여의도에 모인 건 주말 촛불집회 개시 이후 처음이다. 이들이 손에 든 종이 피켓에는 ‘박근혜 즉각 퇴진’과 ‘새누리당 해체하라’는 글이 선명했다. 한 발언자가 “오늘은 새누리당으로 먼저 왔다. ‘4월 퇴진’을 얘기하는 새누리당을 가만히 놔둘 수 없다”고 외치자 시민들이 환호했다. 참가자 중 일부는 수십 개의 날달걀을 당사 건물에 던졌고, 새누리당의 대형 현수막을 머리 위로 펼쳐든 뒤 찢는 퍼포먼스도 연출했다. 집회에 참가한 강상재(51·서울 마포구)씨는 “새누리당이 제 잘못은 외면한 채 주판알 튀기느라 바쁘다”며 “탄핵이 안 되면 여의도 집회는 더 커질 것이며 그땐 의원들도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이 3차 대국민 담화(지난달 29일)에서 “진퇴 문제를 국회에 맡기겠다”고 밝힌 뒤 정치권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여당에선 친박·비박·탈당파의 입장이 제각각이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권주자들 셈법도 복잡하다. 국민의당은 이 국면에서 어떻게든 존재감을 키우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대통령 담화 이후 정치권 판세가 바뀌는 모습을 보고 국민들이 더 큰 분노를 느꼈다. 만약 탄핵안이 부결되면 상상하기 힘든 후폭풍을 맞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광화문 본 집회에서도 그간 박 대통령과 최순실(60·구속)씨를 비판해 온 집회 구호가 정치권 전반으로 확대됐다. 박 대통령 규탄 구호 뒤엔 항상 “새누리도 공범이다”는 구호가 뒤따랐다.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는 발언으로 맹비난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강원도 춘천 사무실 앞에는 ‘횃불’이 등장했다. 탄핵 협상 과정에서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야당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컸다. 광화문 집회에 참가한 이영진(49·서울 강서구)씨는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탄핵을 두고 정치적 이익을 따지는 야당도 마찬가지다. 대안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실제 광주 집회에 참여한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자유발언을 하려 했으나 무대에 서지 못했다. 주최 측이 “탄핵 표결 연기에 실망했다”며 정치인의 자유발언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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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의 이슈도 ‘최순실 국정 농단’을 넘어서고 있다. ‘대통령의 7시간 의혹’이 풀리지 않고 있는 세월호 참사는 물론이고 국정교과서, 노동개혁,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등도 집중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 일상에서 직접 정치권에 항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시민들이 늘었다. 탄핵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진 국회의원들의 휴대전화와 사무실로 전화·문자메시지가 폭주하는 게 대표적 사례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차 타깃은 새누리당이지만 여야 정치권 모두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글=윤정민·윤재영 기자 yunjm@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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