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야당은 내년 대선 겨냥한 정치적 계산만 하는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야 3당이 어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9일 표결 처리하되 박 대통령이 ‘4월 퇴진’을 선언해도 표결은 예정대로 강행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야 3당 의석만으론 탄핵안 의결을 위해 필요한 200석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최소 28명의 새누리당 의원 찬성표가 필요하지만 박 대통령이 4월 퇴진을 언급할 경우엔 탄핵안의 미래가 그다지 밝지 않다.

안타까운 건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박 대통령이 내년 4월 말까지 직무를 이어 갈 길이 열린다는 점이다. 책임총리 제안과 대통령 퇴진 일정을 정해 달라는 요구를 모두 걷어찬 야권의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탄핵은 발의가 아니라 통과가 목적이다. 탄핵 절차를 결심했다면 탄핵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야당은 ‘퇴진 협상 없는 무조건 탄핵’을 외치고 있으니 이해하기 힘들다. 난국을 수습해 국가에 도움이 될 탈출구를 찾겠다는 모습과는 거리가 먼 태도다.

대통령 탄핵엔 국력 소모가 불가피하다. 혹여라도 탄핵안이 부결되면 엄청난 에너지가 감당하기 힘든 후폭풍을 만들 게 틀림없다. 탄핵이라는 엄청난 일을 가결되든, 부결되든, 무산되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다루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아니면 말고 식 야당의 정치력과 리더십에 회의감이 확산된다.

정치권에선 정국 혼란을 장기화하고 증폭시키는 게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선 전략에 오히려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 아닌지 의심하는 분위기다. 가뜩이나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1월 말 사퇴’ 고집은 문 전 대표의 “지금 현재 기준으론 제가 유리하다”는 말과 맞물려 저의가 의심받는 마당이다. 여권 유력 주자가 등장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대선을 치르는 데 집중하다 보니 다른 부작용은 외면해 버린다는 뜻이다. 야당은 이런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도 당장 박 대통령 퇴진 일정을 협상하는 데 나서야 한다. 결론이 안 날 경우 탄핵 절차로 가면 된다.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책임총리 논의 역시 하루빨리 시작하는 게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