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시위 떠난 탄핵안…'3일 촛불' 앞둔 민주당 전방위 압박

중앙일보

입력 2016.12.02 18:49

박근혜 대통령의 운명을 정할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활시위를 떠났다. 야권이 171명의 서명을 받아 탄핵안을 발의하면서다. 탄핵안이 오는 8일 본회의에 보고되면 72시간 내 표결을 해야한다. 야권은 D-데이를 9일로 정했다.

탄핵안에는 박 대통령의 탄핵 사유로 ▷최순실 씨 등이 국무회의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한 점(헌법상 대의민주주의 위반) ▷최씨 등의 인사개입(헌법상 직업공무원제 위반) ▷기업에 금품을 강요하고 뇌물을 수수한 점(헌법상 국민의 재산권 보장과 시장경제질서 위반, 헌법수호 의무 위반)등을 적시했다. 특히 세월호 사고에 대한 대응 실패도 국민 생명권 보장(헌법 10조) 위반으로 봤다. 탄핵안에 박 대통령이 위반했다고 적시한 헌법 조항은 11개다.

탄해안은 또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대한 기업들의 360억원의 출연금과 롯데의 추가 출연금 70억 등은 박 대통령의 제3자뇌물 행위(뇌물을 제3자에게 전달했더라도 일반 뇌물죄와 같이 처벌한다는 내용)로 적시했다. 재단 출연금 등을 사실상 박 대통령에게 전달한 뇌물로 봐야한다는 뜻이다.

탄핵안 작성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여당(새누리당 비박계)이 의견을 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야당의 합의대로 작성했다”고 말했다.

전날 탄핵안 처리를 놓고 혼선을 빚었던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은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민주당이 주장한 ‘탄핵안 2일 처리’에 반대했던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하루 종일 사과했다. 그는 비상대책회의와 원내대표 회동, 의원총회에서 잇따라 “국민의당이 조금만 잘했으면 이런 일(2일 탄핵안 처리불발)이 있을까하는 점에서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2일 처리 무산에 대한 항의 문자를 2만통 받았다”고 밝혔다. 정동영 의원도 의원총회에서 “어제의 실책은 너무 뼈아프다. 호남 민심이 싸늘하게 돌아선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 비박계를 전방위로 압박했다. 이날 비박계로 구성된 비상시국위원회는 박 대통령이 오는 7일 오후 6시까지 퇴진시점을 명확히 표명하면 탄핵추진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움직임을 보였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그렇게 당하고도 친박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비박의 결정에 인간적 연민마저 느껴진다”며 “굉장히 비겁하다. 헌법기관의 책무를 버리고 (탄핵을 피할) 핑곗거리를 찾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국회 앞에서 연설회를 열고 “오늘(2일) 탄핵이 의결됐다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는 건데 무산됐다”며 “탄핵에 참여한다고 약속했던 비박계 의원의 배신 때문이고, 그들을 설득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일부 야당의 반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라디오 인터뷰에선 “대통령이 밝힌 임기단축은 사기”라며 “4월에 조건없이 사임한다고 하더라도 약속을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탄핵안 부결시 의원직을 사퇴할 뜻까지 밝혔다. 홍영표 의원은 본지에 “탄핵에 실패하면 당장 국회해산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의원직에 연연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3일 광화문의 촛불민심을 확인한 뒤 9일 표결을 앞두고는 상당수가 공개적으로 의원직을 건다고 선언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왔다.

반면 박 대통령이 명확한 퇴진 날짜를 천명할 경우 비박은 물론 야권까지 균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익명을 원한 수도권 의원은 “박 대통령의 퇴진선언후 탄핵을 추진하다간 퇴로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태화ㆍ안효성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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