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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검 "사이비 종교 개입도 수사…대통령 내가 직접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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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64·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 오종택 기자

박영수(64·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 오종택 기자

최순실(60ㆍ구속기소)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할 박영수(64ㆍ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가 “최씨의 아버지 최태민씨와 사이비종교가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의 원인이 됐는지도 수사 대상”이라고 밝혔다.

박 특검은 2일 기자들과 만나 “사건의 본질을 들여다 보겠다”며 “사이비 종교가 관련됐다는 의혹이 많기 때문에 이런 종교 사건 경험이 많은 특수부 검사도 수사팀에 합류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영세교 교주였다가 사이비 종교인으로 활동했던 최태민씨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또한 최씨 일가는 전두환(85) 전 대통령이 1979년 박 대통령에게 준 위로금 6억원의 일부를 가로채 재산 축적을 위한  종잣돈으로 썼다는 의혹은 물론 육영재단 운영 비리에 연루됐다는 관련자들 폭로도 잇따랐다.

박 특검은 또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서면으로는 안된다. 대면조사를 해야하며 필요하다면 내가 직접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 일답.

이번 사건의 실체가 무엇이라 보나. 종교 문제도 거론되는데.
“사이비 유사 종교가 관련됐다는 말이 있으니 그것도 수사해야 한다. 종교 문제에 대한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도 필요하다. 내가 과거 오대양 사건 등 유사종교 수사해봤는데 정말 종교가 관련된 사건들은 참혹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했다.”
수사 범위가 검찰 수사보다 넓어지겠다.
“당연하다. 국민이 궁금해하고 범죄 사실과 연관됐다면 다 들여다봐야 한다. 그러라고 특검 하는 거 아닌가. 예컨데 문화융성이라는 명분으로 한 통치행위라고 대통령이 내세울텐데 그걸 어떻게 볼 것인지가 중요하다. 그 논리를 깨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검찰은 직권남용이라고 하는데 대통령의 권한이 무엇인지부터 보면 다르게 해석(뇌물죄)될 수 있다.”
특수 수사 경험자들이 많이 필요하겠다.
“일단 검찰에 요청할 20명 검사 중 최선임으로 윤석열(56ㆍ23기) 대전 고검 검사를 꼽았다. 검사장으로 할까 생각을 했는데, 직접 수사에 참여하면서 능동적으로 지휘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컸다. 다른 검사들도 모두 특수통으로 요청하겠다. 이번 수사는 특수수사 경험자들이 해야 한다. 정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윤 검사는 과거 국정원 댓글 사건 등으로 현 정부와 척을 져서 보복수사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는데.
“윤 검사를 잘 몰라서들 하는 소리다. 그럴거면 지난 총선 때 정치권에서 국회의원 나오라고 할 때 나갔을 것이다. 내가 알기로 정치권에서 콜이 많았다. 근데 그걸 딱 자르고 ‘난 검사하겠다’고 버틴 사람 아니냐. 그런 걱정하지 마라. 지난달 30일 밤 11시에 전화했더니 안하겠다고 하더라. 꼭 해야한다고 몇 번 말했더니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고 고집을 꺾더라.”
대통령 조사는 직접 하게되나.
“여러분이 원한다면 그렇게 하겠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시절 BBK특검 조사 때는 특검보가 한 걸로 아는데, 이번엔 사안이 중대하고 그러니 내가 직접하는 것도 방법이다. 서면조사는 절대 안 된다. 모범 답안을 만들라고 먼저 질문을 보여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병우(49) 전 민정수석이나 김기춘(77) 전 비서실장도 수사해야할텐데.
“당연히 해야 한다. 다만 김 전 실장 수사가 매우 어려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총장으로 모신 분이기도 하고 논리가 강하시니. 하지만 선입견 없이 수사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정윤회 문건 사건' 축소 의혹도 수사해야할텐데. 그럼 김수남(57) 검찰총장을 포함한 현직 검사들도 조사를 해야하는 거 아닌가.
“물론 해야 한다. 총장이야 이와 관련해서 말할 기회가 있지 않겠나. 의혹이 제기된 내용은 모두 수사할 것이다.”
세월호 사건 당시 박 대통령의 행적이 알려져 있지 않은 7시간에 대한 수사도 해야할텐데.
“당시 간호장교, 특히 미국에 가 있는 사람도 소환해야 한다. 관련인들 다 조사해야 한다. 현재 검찰 수사팀이 간과하고 있는 게 하나 있는데 청와대 경호팀의 경호실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를 해야 한다. 알려진대로 대통령이 아무 주사나 맞고 했다면 그건 엄청난 문제다. 경호실에서 대통령 보호를 못한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 이런 일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나. 일국의 대통령에게 절차 없이 주사를 놓는다는 게.”
정유라(20)도 불러 조사해야하지 않나.
"당연하다. 독일에서의 최순실과 정유라 행적 수사도 해야하기 때문에 독일어를 잘 하는 변호사도 물색 중이다. 그런 사람이 수사팀에 필요하다."
기업들도 많이 연루돼 있는데, 과거 현대차비리 수사 경험도 있으시니 기업들 긴장할 것 같다.
“기업들이 왜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돈을 냈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대통령의 권한이라는 게 무엇인지. 과연 무얼 원하고 돈을 냈는지. 검찰 수사 기록도 보겠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사건을 접근할 필요가 있다.”
수사팀에 기존에 검찰에서 수사했던 인력들은 어느 정도 요청하나.
“새로운 시각을 강조했듯이 많아도 3분의 1 정도만 할 생각이다. 부장검사급은 좀 지양하려 한다. 선입견이 있을만한 사람들을 배제하겠다.”
특검보들도 수사 경력이 필요한 거 아닌가.
“검사장 출신들에게 문의를 했더니 다들 사양하더라. 공소유지까지 하려면 2년 간은 나와 함께 일해야 한다. 변호사 업무를 못 보게 된다. 내가 월급을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오히려 현직 검사들이나 다른 변호사들은 수사팀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판사 출신 2명 정도 이미 맘에 두고 있다. 이번 주말까지 추천을 완료해야한다. 볼 기록들이 많으니 최대한 빨리 수사팀을 구성해 수사를 시작하겠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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