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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 4월 퇴진으로 선회…5일 탄핵 처리도 불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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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이끌어 온 ‘비박계 탄핵 대오’가 탄핵 참여 대신 4월 대통령 퇴진 쪽으로 대거 이동했다. 1일 탄핵 찬성 의원 31명(본지 11월 23일자 설문 기준)에 대한 긴급 설문조사 결과 21명(67.7%)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8일까지 내년 4월 30일 퇴진하겠다고 약속하면 탄핵안 표결에 불참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이들은 “박 대통령이 4월 퇴진을 거부하거나 여야 합의가 불발되는 경우 기존대로 탄핵안에 찬성 표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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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의 자진 퇴진이 조건이긴 하지만 비박 탄핵파 다수가 탄핵 불참 쪽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 가결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당초 비박계 찬성파 전원이 표결에 참여해야 탄핵안 가결의 정족수(200명)를 채울 수 있는 형편이었다. 200명을 채우려면 야당 의원 외에 최소 29명의 새누리당 의원의 참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박 탄핵파 31명에 다시 물어보니
정병국 “비문재인계 중진들 만나
거국내각 통한 국정이양 공감대”

이처럼 탄핵 가결의 캐스팅보트를 쥔 비박계가 입장을 바꾼 것은 김무성 전 대표가 이날 청와대와 친박계가 제안한 ‘4월 퇴진, 6월 대선’안을 수용하면서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회동을 하고 직접 대통령의 조기 퇴진시점을 놓고 협상에 나서기도 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달 29일 대통령 3차 담화 이후 직접 입장을 내놓지 않다 38시간 만에 협상자로 나선 것이다.

김 전 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에게 “가장 좋은 것은 여야 합의로 대통령의 내년 4월 30일 퇴임을 못 박는 것이지만 만약 여야 합의가 안 되면 새누리당 의총에서 4월 30일 퇴임을 의결한 후 대통령의 답을 듣되 그것도 안 되면 탄핵 표결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 대표가 내년 1월 말 퇴진을 주장해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기자들이 “4월 말은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 민심을 거스르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병국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비상시국위는 2일 박 대통령에게 늦어도 7일까지 ‘내년 4월 말까지 퇴임하고, 2선으로 물러날 테니 총리를 추천해 달라고 먼저 밝히라’고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문재인계 야당 중진들과는 대통령이 조기 퇴진을 약속하면 거국내각 총리에게 국정을 이양해 조속히 정국을 안정시키자는 데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치권에선 김 전 대표 등 비박계와 야권 비문진영 사이에 내년 4월 퇴진 이후 국정을 이양받을 책임총리를 누구로 할지를 놓고 물밑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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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 전 대표 등의 입장과 달리 비박계 내부에선 대통령의 입장 표명과 상관없이 여야 협상이 되지 않을 경우 탄핵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승민 의원은 이날 의총 직후 “박 대통령이 제3차 대국민 담화에서 ‘국회에서 정하는 대로 따르겠다’고 했기 때문에 저는 당초부터 여야가 진지하게 협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며 “당론에는 동의하지만 여야 협상이 결렬되면 탄핵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용태 의원은 “궁지에 몰린 대통령이 어떻게 하든 살아 보고자 던진 말 한마디에 국회가 헌법을 저버리고 우왕좌왕한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효식·최선욱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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