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탐라의 볕과 바람이 키웠죠, 새콤달콤 탐나는 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 이달의 맛 여행 <12월> 제주 밀감

우리나라 밀감의 70%가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생산된다. 노란 밀감이 달린 귤나무 밭은 서귀포의겨울을 상징하는 풍경이다. 보기만 해도 싱그러운 귤 향기가 전해질 듯하다.

우리나라 밀감의 70%가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생산된다. 노란 밀감이 달린 귤나무 밭은 서귀포의겨울을 상징하는 풍경이다. 보기만 해도 싱그러운 귤 향기가 전해질 듯하다.

제주도는 요즘 색 잔치가 한창이다. 노랗게 익은 밀감 얘기다. 지금 제주도에 가면 밀감나무가 빚어낸 제주의 노란 풍경을 보고 갓 딴 밀감을 마음껏 맛볼 수 있다. 올해는 밀감이 유난히 달콤할 것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올 여름의 기록적인 폭염과 가을에 상륙한 태풍 탓에 수확량은 줄었지만 더위와 강풍을 이겨낸 덕분에 열매는 더 단 맛을 품었다고 한다.

화산섬에서 여무는 밀감

감귤은 품종마다 색도 모양도 다르다. 왼쪽 시계방향으로 레드향ㆍ한라봉ㆍ황금향ㆍ밀감ㆍ금귤ㆍ하귤.

감귤은 품종마다 색도 모양도 다르다. 왼쪽 시계방향으로 레드향ㆍ한라봉ㆍ황금향ㆍ밀감ㆍ금귤ㆍ하귤.

명칭부터 정리하자. 감귤은 운향과 감귤속에 속하는 과일을 아울러 부르는 이름이다. 오렌지· 자몽 · 레몬 등이 모두 감귤이다. 우리가 겨울철에 흔히 먹는 귤은 감귤의 품종인 밀감이다. 흔히 귤·감귤·밀감을 모두 혼용해서 쓴다.

우리나라 밀감의 99%가 제주도에서 생산된다. 지난해 제주도 밀감 생산량은 56만t이었고 제주 농민은 밀감만으로 4000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제주도에서도 한라산 남쪽 서귀포시가 밀감 농업의 중심지다. 서귀포에서 제주 밀감의 70%가 난다.

“제주도의 연평균 기온은 섭씨 16도입니다. 같은 제주도라고 해도 겨울에는 북쪽 제주시보다 남쪽 서귀포시가 5도 정도 기온이 높을 때가 많아요. 제주도에서는 북서풍 부는 겨울에 화산이 폭발했다고 추측합니다. 화산재가 섬 남동쪽 지역에 집중적으로 쌓였기 때문이죠. 그 화산재 토양이 귤 재배에 적합합니다. 물 빠짐이 좋거든요.”

서귀포시청 양재현(59) 농촌지도과장은 서귀포의 기후와 토질이 아열대작물인 귤나무 자라는 데 꼭 맞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귀포에서는 2만 여 농가가 130㎢ 면적의 밭에서 밀감을 경작하고 있다. 밀감이 익어가는 10월 중순께부터 이달 말까지 서귀포 일대에서는 노란 물결이 끊이지 않는다.

밀감 따기 체험을 하고 있는 가족여행객.

밀감 따기 체험을 하고 있는 가족여행객.

지난달 중순 서귀포를 찾았다. 밀감이 주렁주렁 달린 밭은 여염의 풍경이었다. 새카만 돌담이 밭을 두르고 있어 밀감의 노란빛이 더 도드라졌다.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만난 손유경(60)씨는 1300㎡ 밭에서 밀감을 가꾸고 있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노지에서만 밀감을 기른다. 하우스에서 기른 밀감은 껍질이 얇고 당도가 높지만 밀감 특유의 상큼한 맛이 떨어진단다.

“올해는 여름이 무더웠고, 태풍 피해가 심해서 귤이 익기도 전에 떨어졌어요. 그래도 끝까지 살아남은 귤은 야무지게 여물었습니다.”

손씨가 밀감 몇 알을 따서 권했다. 열매에서 단내가 피어올랐다. 볕과 바람을 먹고 자란 밀감은 달콤하고 시원했다.

감귤 나라 제주

관상용으로 인기있는 감귤나무 두금감.

관상용으로 인기있는 감귤나무 두금감.

뭍사람은 겨울에만 감귤이 난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노지에서 나는 밀감에 국한된 얘기다. 제주에서는 연중 감귤을 수확한다. ‘낑깡’으로 불리는 작은 귤 ‘금귤’은 3~4월에 따고, 연둣빛 귤 ‘하귤’은 5~6월에 거둬 청으로 담가 먹는다. 하우스 감귤은 인위적으로 감귤나무 개화시기를 조절해 수확시기를 5~9월로 당긴 것이다.

다양한 감귤은 여행객의 볼거리가 되기도 한다. 감귤 품종을 모아놓은 전시관이 서귀포시 남원읍에 있는 서귀포농업기술센터에 있다. 1650㎡ 크기의 온실에서 모양도 크기도 색도 다른 감귤나무를 기른다. 개방된 공간이라 누구든 자유롭게 구경할 수 있다.

“전세계에 2000여 종의 감귤 품종이 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500여 종이 나고요. 전시관에 희귀 품종 67종을 모아놨는데, 제주도 사람도 입을 떡 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른 머리만한 귤이 달리는 만백유.

어른 머리만한 귤이 달리는 만백유.

서귀포농업기술센터 김하선(55) 계장의 말 그대로였다. 감귤나무에 달린 열매는 놀랄 만큼 각양각색이었다. 제주도 재래 품종으로 알려진 ‘당유자’는 색이 레몬과 비슷하지만 오렌지만큼 열매가 커다랬다. 연둣빛 열매에 초록색 줄이 그어진 ‘무늬 감귤’, 어른 머리만한 열매 크기를 자랑하는 ‘만백유’, 샛노랗고 콩알 만한 열매가 달린 ‘두금감’도 있었다. 신맛이 강하거나 씨가 많아 식용으론 적합하지 않고 관상용으로 각광받는 감귤나무란다.

제주감귤농협에서 당도에 따라 밀감을 선별하고 있다.

제주감귤농협에서 당도에 따라 밀감을 선별하고 있다.

서귀포농업센터에는 밀감을 비롯한 식용 감귤나무를 따로 모아 놓은 하우스 시설이 있다. 밀감보다 늦게 숙성한다고 해서 ‘만감’으로 불리는 감귤이다. 꼭지 부분이 화산처럼 불쑥 솟은 ‘한라봉’, 1000가지 향이 난다는 ‘천혜향’ 등이 만감에 속한다. 지난해 제주에서 나는 감귤 중 20%가 만감이었다.

만감은 제주 농민에게 고부가가치 작물이다. 지난달 제주도 밀감 가격은 1㎏ 3000원 수준이었지만, 만감은 1만원을 웃돌았다. 12월부터 수확하는 만감은 한라봉과 레드향(한라봉과 밀감의 교배종)·황금향(한라봉과 천혜향의 교배종) 등이 있다. 한라봉은 오렌지만큼 짙은 향이 난다. 레드향은 자몽과 질감이 비슷한데 한라봉보다 훨씬 달다. 황금향은 한라봉보다 과육이 부드럽다. 다양한 감귤을 맛보는 것도 겨울 제주 여행의 묘미인 듯했다.

여행정보

제주공항에서 서귀포농업기술센터까지 자동차로 1시간 거리다. 서귀포농업기술센터에서 감귤 품종을 모아 놓은 전시관을 운영한다. 무료. 서귀포농업기술센터는 밀감 수확기에 밀감 따기 체험도 진행한다. 밭에서 따먹는 밀감은 제한이 없고 딴 밀감 1㎏은 봉투에 담아 가져갈 수 있다. 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1인 3000원. 지역 특산물 온라인 장터 농마드(nongmard.com)로 제주 감귤을 주문할 수 있다. 밀감 1상자(5㎏) 1만6000원, 한라봉 1상자(3㎏) 3만1500원. 무료 배송. 02-2108-3410.

기사 이미지
농마드는 ‘농부 마음을 드립니다’의 줄임말로  중앙일보가 운영하는 온라인 생산자 실명제 쇼핑몰입니다.

글=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