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대통령은 정말 '사심'이 없었을까…공소장 곳곳 등장하는 사심

중앙일보

입력 2016.11.30 14:09

업데이트 2016.11.30 19:14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9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9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 키워드는 ‘사심’이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9일 청와대에서 “단 한 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며 검찰 수사결과를 전면 부인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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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법조계 인사들은 “일부 사실관계는 인정하더라도, 최순실(60·구속기소)씨가 이득을 챙기도록 도와준 고의는 없었다고 선제 대응함으로써 혐의(제3자 뇌물죄 등)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곧 시작될 특별검사 수사는 물론 향후 재판과정에서도 박 대통령의 ‘사심’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정말 ‘사심’이 없었을까.

검찰이 지난 20일(최순실·안종범·정호성)과 27일(차은택·송성각 등 5명)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을 분석한 결과, 여러 군데서 ‘사심’을 엿볼 수 있었다.

우선 박 대통령은 최씨의 딸 정유라(20)씨의 친구 부모 업체까지 손수 챙겼다. 최씨 등의 공소장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 2013~2014년 KD코퍼레이션(흡착제 제작·판매업체) 대표 이모씨로부터 대기업에 납품할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를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이후 박 대통령은 안종범(57·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통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KD코퍼레이션은 흡착제 관련 기술을 가진 훌륭한 회사다. 현대자동차에서 그 기술을 채택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덕분에 이 회사는 지난해 2월~올해 9월 현대차에 10억5990여만원의 제품을 납품했고 최씨는 그 대가로 이씨로부터 5162만원(1162만원 짜리 샤넬백 1개 포함)의 금품을 받았다. 심지어 올해 5월에는 대통령의 프랑스 순방 때 이씨가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이 뿐만이 아니다. 검찰 수사결과 박 대통령은 올해 3월 14일 박 대통령과 신동빈 회장이 독대한 뒤 롯데그룹은 K스포츠재단이 추진하는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 비용 75억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사업은 최씨가 지난 1월 자신의 회사인 ‘더블루K’를 설립한 뒤 이익창출 사업(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으로 기획한 것이었다.

또 지난 2월 22일 권오준 포스코그룹 회장에게 여자 배드민턴팀 창단과 최씨 회사 ‘더블루K’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강요했으며, KT 황창규 회장에게는 임원 인사 추천을 했는데 이는 최씨와 최씨의 최측근 CF감독 차은택(47·구속기소)씨가 고른 인물들이었다.

특수부 검사 출신 변호사는 “공소사실을 보면 박 대통령은 사건을 세세히 지시하고 직접 챙겼다”며 “최씨와 그 측근들에게 이익이 가게끔 권한을 행사했다면 이게 사심이 아니면 뭐가 사심이냐”고 비판했다.

2차 담화 때는 ‘선의’가 키워드였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강요와 관련해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께도 큰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단 설립이 순수한 취지였고 강요나 직권남용은 없었다고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공소장에 “기업들이 대통령과 안 전 수석의 요구에 불응할 경우 세무조사를 당하거나 인허가의 어려움 등 기업 활동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한 나머지 출연금을 납부했다”며 기금 출연이 자발적 의사가 아니었음을 적시했다.

안 전 수석 등의 공소장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과 대기업으로부터의 출연금 모금을 주도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4일 손경식 CJ그룹 회장·김창근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25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구본무 LG그룹 회장·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을 잇달아 독대하고 문화·체육 관련 재단 설립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아울러 최씨가 지목한 재단 이사장과 사무총장 등을 그대로 선임하게 하고, “사무실은 강남 부근으로 알아보라”며 시시콜콜한 사안까지 지시했다.

◇“2014년 이후 최순실 접촉 안해”→ 올해도 기밀 건네 = 1차 담화 때는‘거짓말 논란’이 불거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월 25일 최씨를 언급하며 “과거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2014년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두었다”고 밝혔다. 또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결과는 전혀 달랐다. 정호성(47·구속기소)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2013년 1월 정부 출범 직후부터 올해 4월까지 총 180건의 청와대 문건을 이메일, 인편, 팩스 등을 통해 최씨에게 유출했다.

또 이 중에는 ‘장·차관급 인선 관련 검토 자료’ 등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에 해당하는 문서 47건도 포함돼, 연설문이나 홍보물에만 국한됐다는 말도 사실이 드러나 ‘거짓말 담화 논란’에 휩싸였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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