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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총 차고 김태촌 잡은 조승식…현대차·SK 수사했던 박영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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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후보 2명은 누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이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 사건의 특별검사 후보로 추천한 조승식(64·사법연수원 9기)·박영수(64·10기) 변호사는 현직 검사 시절 검찰의 대표적 강력통과 강력·특수통으로 꼽혔다. 야 3당이 검사 2명을 추천한 데는 현직 대통령을 수사하고, 수사검사만 20명에 달하는 매머드급 특검을 장악하고 지휘해야 한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한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민변 등에 알아보니 ‘세월호 7시간’ 등의 의혹을 밝혀야 하는데 그건 검사가 하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당초 김지형 전 대법관, 박시환 전 대법관, 이홍훈 전 대법관과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 등도 물망에 올랐으나 본인들이 고사했다고 한다.

◆조승식 변호사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 나온 조범석 검사의 실제 모델이다. 강직하고 집요한 성격으로 유명하다. 1979년 검사로 부임해 2008년 대검 형사부장으로 퇴임할 때까지 28년여의 검사 생활 중 20년을 조폭과 깡패를 잡는 데 보냈다. 조폭들이 붙여준 별명이 ‘해방 이후 최고의 악질 검사’였다. 호남 주먹의 대부 이육래,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 영화 ‘친구’에 등장한 부산 칠성파 두목 이강환, 부산 영도파 두목 천달남 등 수백 명을 구속시켰다. 특히 90년 5월 창설된 서울지검 강력부(부장 심재륜 전 고검장)의 첫 작품으로 직접 권총을 차고 현장에 나가 김태촌씨를 잡은 일화는 유명하다. 조 변호사는 독일 유학(83년)을 떠나면서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결심한 뒤 골프와 술을 멀리했다고 한다.

조, 영화 ‘범죄와의 전쟁’ 실제 모델
"정치적 계산 없이 진실 밝혀낼 것"
박, 최재경 민정수석 직속 상관 출신
"중대한 사건, 중립성이 가장 중요"

조 변호사는 2014년 이른바 ‘CNK 주가조작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김은석 전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대사의 변호를 맡아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를 받아냈다. 김 전 대사는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 취득과 다이아몬드 매장량을 공식 인정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두 차례 배포한 게 문제가 됐다. 조 변호사는 “변호사인 아들과 힘을 합쳐 실제 해외 출장까지 가며 발로 뛴 끝에 억울한 누명을 벗겼다”고 말했다. 그는 최순실 사건에 대해 “대통령과 그 측근에서 비롯된 부정부패 범죄”라고 정의 했다. 이어 “특검이 된다고 괴도 루팡처럼 최순실이 숨겨놓은 걸 뒤지고 찾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나는 법률가지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다. 정치적 계산 없이 나라의 장래도 고려하며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박영수 변호사는

“노무현 정부 때 대검 중수부장과 중수1과장으로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이 10년 만에 창과 방패로 다시 만나는 형국이다.”

특검 후보로 박 변호사가 추천되자 중수부 출신 부장검사가 던진 한마디다. 박 변호사와 최재경(54·17기) 청와대 민정수석의 인연 때문이다. 박 변호사가 2005년부터 2년간 대검 중수부장을 지낼 때 최 수석은 중수1과장으로서 그를 보좌했다. 그는 2005년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며 정몽구 회장을 구속 기소했고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인수 사건도 수사해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렸다. 박 변호사는 당시 최 수석을 “예리하고 정교한 칼”로 비유했다. 박 변호사가 특검으로 낙점되면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최 수석이 보좌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수사하게 된다. 앞서 2003년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2차장 시절엔 SK 분식회계 사건 수사를 지휘, 최태원 회장을 구속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검찰총장 후보로도 이름이 올랐지만 앞선 정부에서 중용됐다는 이유로 낙점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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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된 뒤인 2012년에는 대한변호사협회 지자체세금낭비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서울시가 추진한 세빛둥둥섬 조성사업을 조사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슬롯머신 대부’ 정덕진씨의 변호를 맡았다가 상대 측으로부터 커터 칼로 피습을 당하는 봉변을 겪었다. 박 변호사는 이날 야당의 추천 직후 “중대한 사건이고 중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고사할 생각은 없다. 특검이 된다면 소명감을 갖고 충실하게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짧게 말했다.

오이석·윤호진·위문희 기자 oh.i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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