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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반퇴의 정석] (26) 일본도 피하지 못한 ‘노후빈곤 세대’의 반면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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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일러스트=김회룡]

일본은 한 때 세계 최장수국으로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이제는 고령화 쓰나미로 고통을 받고 있다. 노후빈곤의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고령자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폐지와 깡통을 줍고 연명하다가 거동이 어려워지면 결국 홀로 남아 고독사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지방자치단체와 자원봉사자가 집 앞에 놓인 우편물을 정기적으로 점검해 생사 여부를 확인하는 서비스가 보편화하고 있는 이유다.

 |일본을 휩쓰는 노후빈곤의 어두운 현실
일본인도 장수의 역습을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일본은 세계 3위 경제대국이고 국민소득 4만달러를 넘어섰지만 국민의 노후복지 체계는 의외로 완벽하지 않다. 공적연금이 한국보다 오래 전에 도입됐지만 긴 노후를 감당할 정도로 수령액이 많지 않다. 대기업에 장기간 근무했다면 매달 20만엔 정도를 받을 수 있지만, 영세한 기업에 근무해 연봉이 많지 않았다면 한달에 5만~6만엔 밖에 안 된다.

더구나 자영업을 했다면 쌓아놓은 연금은 훨씬 적다. 결국 일본 사회 역시 노후 준비는 각자도생에 의존하는 부분이 크다. 그래서 ‘노구’를 이끌고 연중무휴로 일하는 극빈노인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 번역 소개된 『탈, 노후빈곤』(21세기북스)은 이런 실상을 적나라하게 전달하고 있다.

 |고독사 급증하고 노구 이끌고 일해야 
일본인 저자가 쓴 내용 중 한 토막을 소개한다. 「아직 동이 트지도 않은 어두운 새벽 6시쯤부터 도심의 빌딩에서 묵묵히 밀차를 미는 고령의 남성을 만났다. 그가 일하는 모습이 계속 눈에 밟혔다. 77세인 필자의 아버지보다도 더 연로해 보였는데, 무거운 짐을 밀차에 올려놓고 운반하고 있었다. 일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말을 거니 남성은 싱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나이요? 올해로 80이 됐습니다(웃음). 연금만 가지고는 먹고 살 수 없으니 이 나이에도 일하고 있지요.” 그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국민연금을 받고 있는데 제대로 들어놓지 않았더니 아주 조금밖에 못 받아요. 간병보험료과 의료보험료를 연금에서 제하고 나면 1만 엔 정도밖에 안 남습니다. 거기에 수도세와 전기세, 식비 같은 생활비를 쓰면 거의 남는 게 없습니다.”」

 |1000만명이 월 3만~4만엔 연금으로 연명
극소수의 얘기가 아니다. 65세 이상 인구가 국민 넷 중 한 명에 달할 만큼 고령화가 급진전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미증유의 백세시대에 갑자기 직면하면서 남의 일이라고만 여겼던 노후파산 상태에 이른 고령자가 일본에서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여기서 꼭 반면교사로 삼을 것은 노후의 생명줄은 연금이라는 점이다. 이들 고령자의 약 70%가 생계를 이어가는 주요 수입원의 핵심 수단은 연금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연금 수령자의 절반 가까이가 월 10만엔 도 안 되는 돈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노후 최후의 보루는 젊어서 쌓은 연금뿐
일본의 공적연금은 기본적으로 2층 구조로 돼 있다. 기초연금과 후생연금인데, 기초연금은 모든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해 ‘국민연금’으로 불린다. 그런데 이마저도 가입률이 60%대 후반에 그치고 있다. 더구나 기초연금이어서 수령액이 월 평균 5만 엔에 불과하다. 가장 일반적으로 많이 받는 액수는 3만~4만엔 수준이다. 용돈도 안 되는 돈이다. 그러나 다른 연금 없이 기초연금만 받고 있는 사람은 1069만명에 이른다는 것이 2012년 국민생활기초조사의 보고 내용이다.

한국의 국민연금 역할을 하는 것은 후생연금이다. 이마저 연봉이 많고 오래 근무해야 액수가 상당히 올라간다. 그래봐야 20만엔을 넘는 경우는 드물다. 당장 생업도 어려운 팍팍한 세상에 노후까지 준비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우리에게도 10년 내 ‘노후빈곤 쓰나미’가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

※ 이 기사는 고품격 매거진 이코노미스트에서도 매주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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