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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치산에 맡겨진 새 보직…. 칠상팔하 깨고 유임설에 힘실려

중앙일보

입력

왕치산(王岐山)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새로운 보직을 맡았다. '감찰체제개혁 시범구공작영도소 조장'이란 긴 이름의 직책을 맡아 2018년 새로운 국가기구로 출범할 예정인 국가감찰위원회 창설 준비를 맡은 것이다.

중화권 언론들은 올해 68세인 왕 서기가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19차 당대회에서 '칠상팔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하고 68세 이상은 은퇴한다)' 규정을 깨고 상무위원직을 유지하며 감찰위원회까지 관장할 것임을 예고한 조치로 해석했다. 왕 서기에 대한 칠상팔하 예외 적용은 2022년 20차 당대회에서 69세가 되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권력 연장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관영 신화통신과 중국중앙(CC)TV 등에 따르면 왕 서기는 최근 베이징시, 산시(山西)성, 저장(浙江)성을 방문해 감찰체제 개혁 현황을 점검했다. 이 세 곳은 지난 9일 공산당 결정에 의해 감찰체제개혁 시범구로 지정된 곳이다. 중국은 국가단위의 개혁 작업에 착수할 때 먼저 시범구역에 먼저 적용해 본 뒤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공산당 발표에 따르면 감찰위는 지금까지 정부 각 부문에 흩어져 있는 감찰 및 반부패, 회계감사 기능 등을 한 곳으로 모아 관장하게 된다. 감찰위의 위상은 국무원(행정부)이나 검찰원, 법원과 동등한 독립기구다. 시 주석 체제 출범 이후 반부패 캠페인은 왕 서기가 이끄는 기율검사위가 주도해왔다. 하지만 이는 국가기구가 아닌 당 기구여서 당원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한계가 있다. 또 기율위가 부패 혐의자의 신병을 구속해 조사하는 관례에 대해서도 법적 근거가 희박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모든 공무원과 행정 기구를 대상으로 삼는 독립적 국가기구를 신설해 '의법치국(依法治國)'을 확립하겠다는 게 시 주석의 기본 입장이다. 감찰위의 감찰대상은 '공적 권력을 행사하는 모든 공무원'으로 정해졌다. 홍콩 명보는 이에 대해 "홍콩의 염정공서(廉政公署)와 비슷한 기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산당은 감찰위 신설에 대해 '중대정치개혁'이라고 자리매김했다. 중국에서 사용을 꺼리는 정치개혁이란 용어를 쓸 정도로 공산당이 역점을 두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당이 모든 국가기구를 지도한다는 중국의 통치원리에 비춰볼 때 국가기구인 감찰위는 당 기구인 기율위의 지도를 받는다는 한계는 명확하다. 연합조보는 "왕 서기가 감찰위원회의 초대 책임자에 임명돼 기율위와 감찰위 두 조직을 동시에 관장하게 될 것이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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