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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상업영화 도전하는 독립영화 감독들② '여교사' 김태용 감독

중앙일보

입력

김태용 감독

김태용 감독

신분 차이가 나는 두 여교사 그리고 그 사이에 위태롭게 서 있는 남학생. 영화 ‘여교사’의 핵심 인물이다. 언뜻 위험한 관계를 다룬 자극적인 치정물로 보이지만, 그렇게만 볼 수 없는 이유는 김태용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는 ‘거인’(2014)에서 절망을 딛고 성장해 가는 열일곱 살 소년 영재(최우식)를 통해 가슴 아픈 청춘의 이야기를 그려내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김 감독은 ‘여교사’를

인물의 감정적 파국을 종착역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치정 멜로”라고 표현했다. 영화는 남자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30대 계약직 여교사 효주(김하늘)가 대학 후배이자 학교 이사장의 딸인 신입 교사 혜영(유인영)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두 여교사 사이에 남학생 재하(이원근)가 끼어들면서, 그들의 관계에 파문이 일기 시작한다. “효주의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영화예요. 그 감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읽힐 겁니다. 주 타깃인 여성 관객이 어떻게 느낄지 무척 궁금해요.

효주는 온갖 방법을 써서 버티려 하고 스스로 단단해졌다고 자부하지만, 어느 날부터 질투와 열등감이란 ‘사소한’ 감정에 흔들리기 시작한다. 먹고살기에 바빠 자신의 욕망에 무지했던 그는 결국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지며 파멸해 간다. 김 감독은 “‘거인’에선 영재를 통해 ‘내 과거를 깨끗하게 용서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면, ‘여교사’에선 효주를 통해 ‘나는 과연 온갖 고난을 헤치고 단단한 사람이 됐을까’란 고민을 대중과 나누려 했다”고 말했다.

‘거인’을 통해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의 최우식(25)에게서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어두운 면모를 끄집어냈던 김 감독은 ‘여교사’에서 김하늘(37)의 새로운 모습을 관객에게 선보인다.

김하늘은 밝고 사랑스러운 예전 모습이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예민하고 건조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사람들이 김하늘을 다시 보게 되는 터닝 포인트가 될 거예요. 연출자로서 김하늘에게서 니콜 키드먼이나 마리옹 코티아르의 이미지를 끄집어내고 싶었습니다.

그는 “캐릭터들이 움직이고 충돌하는 과정에 심혈을 기울였다”며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거인’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 자신했다. 김하늘과 유인영(31)이 감정적으로 충돌하는 시퀀스를 기대하고 있다는 김 감독은 재하 역의 신인 배우 이원근(24)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20대 감독으로서 또래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새로운 에너지를 끌어내는 게 내 장점이에요. ‘거인’의 최우식에게서 받은 신선한 충격을 이번엔 이원근에게서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영화는 남자 고등학교에서 세 인물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을 통해 계급 문제 등을 건드리며, 이야기를 사회적으로도 확장시킨다. 김 감독은 “사제 간의 관계를 다룬 영화에 대한 선입견과 치정극이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윤리 기준을 정면 돌파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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