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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J카페] '세탁기 우버'도 성공할까?

중앙일보

입력

[사진 일렉트로룩스]

[사진 일렉트로룩스]

‘세탁기 안 쓸 때 대신 사용하세요.’

스웨덴 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가 세탁기 공유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차량공유 서비스인 우버(Uber)처럼 세탁기 공유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요나스 사무엘슨 일렉트로룩스 최고경영자(CEO)는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이 같은 구상을 밝히고 “현재 ‘세탁기 우버’사업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사무엘슨은 “세탁기를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 다른 사람들과 세탁기를 공유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여러 가지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세탁기 우버가 사무엘슨의 말처럼 단순히 ‘재미있는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만은 아니다. 일렉트로룩스는 최근 주력인 백색가전 매출이 부진에 허덕이는 가운데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동안 세계 가전업계 순위는 월풀(미국) 일렉트로룩스(스웨덴) LG전자(한국) 삼성전자(한국) 보쉬(독일) 제너럴일렉트릭(GE) 등의 순이었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올해 LG전자의 생활가전 매출이 일렉트로룩스를 제치고 세계 2위로 올라섰다. LG전자의 생활가전 사업본부는 올 3분기 전년동기 대비 2.8% 증가한 37억3000만 달러(약 4조3660억원)를 기록했다. 반면 2인자였던 일렉트로룩스의 3분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8% 감소한 36억 2000만 달러에 그쳤다. FT는 이번 세탁기 우버 서비스는 일렉트로룩스의 수익성 강화를 위한 새로운 전략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일렉트로룩스는 최근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미국의 GE 가전사업부를 인수하려 했지만 미국 규제당국의 제동으로 중국 하이얼에 밀리기도 했다. 여기에 백색가전 업계에도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일명 ‘스마트홈’시장을 지키기 위해 기존 가전업체뿐 아니라 구글이나 아마존 등 실리콘밸리 업체와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 2월 취임한 사무엘슨 CEO은 일렉트로룩스의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춰왔다.

일렉트로룩스는 스마트홈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오븐 안에 카메라를 장착해 스마트폰으로 음식이 조리되는 영상을 볼 수 있는 오븐이나 스마트폰으로 작동할 수 있는 에어컨 같은 스마트 가전제품을 선보였다. 사무엘슨은 “세탁기 우버 서비스가 현실화한다면 일렉트로룩스는 세탁기 이외에 다양한 제품에서 공유 서비스의 주축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고객들은 점점 더 가전제품과 스마트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길 원할 것”이라고 시장을 밝게 봤다.

가전제품 공유에도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있다. 예를 들어 세탁으로 인해 옷이 망가질 경우 책임 소재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등이다. 스마트홈 가전제품의 경우 사이버 보안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전제품들이 인터넷으로 하나로 연결된 가운데 어느 한 가전이라도 해킹되면 사생활 침해는 물론 안전까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무엘슨은 “해법은 단순히 스프트웨어나 암호화 기술이 아니라 해킹 문제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가전제품) 자체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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