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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사칭에 20~30대도 속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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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을 사칭해 금품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란한 말솜씨에 20~30대 여성이 주로 피해를 봤다.

경기 부천원미경찰서는 28일 사기와 공문서위조 등 혐의로 A씨(29) 등 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9일부터 최근까지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일대에 사는 20~30대 10명에게 검찰을 사칭하는 전화를 해 모두 4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중국동포인 A씨 등은 이달 초 중국 지린성(吉林省) 옌볜(延邊)에서 국내로 왔다. 이들은 중국에 있는 조직이 검찰을 사칭해 피해자들을 속이면 2인 1조로 움직이며 현금을 가로채는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조직은 인터넷 등을 통해 입수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20~30대 여성을 위주로 접촉했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 검사"라며 "계좌가 범행에 이용되었으니 통장의 모든 돈을 찾아서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전달하면 대신 보관해 주겠다"고 했다. 범행을 의심한 일부 피해자들이 "보이스피싱이 아니냐"고 따지면 "범행에 가담한 것 같으니 수사하겠다. 피해자임을 증명하라"며 적반하장식으로 나왔다고 한다.

A씨 등은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금품을 수거했다. 가짜로 만든 신분증과 금융감독원의 직인이 찍힌 '금융 범죄 금융 계좌 추적 민원' 서류까지 내밀었다. 그래도 의심하는 피해자들에겐 미리 만들어 놓은 가짜 대검찰청 홈페이지에 접속해 사건내용을 확인해 주는 방법도 사용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전화를 끊을 수 없을 정도로 몰아세우고 가짜 신분증은 물론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확인시켜주는 치밀함을 보였다"며 "경찰이나 검찰·금융감독원 등 국가기관에서는 전화로 절대 현금을 요구하지 않으니 즉각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부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사진·동영상 부천원미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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