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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DJ DOC ‘수취인분명’ 여성혐오 vs 표현자유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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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DJ D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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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DJ DOC가 25일 발표한 시국비판가요 ‘수취인분명’이 ‘여성혐오(여혐)’ 논란에 휘말리면서 26일로 예정됐던 이들의 광화문 촛불집회 문화공연 출연이 무산됐다. 집회 주최 측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25일 밤 SNS를 통해 이들의 공연 취소를 알렸다. 이날 여러 여성단체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일부 가사의 ‘여혐’ 논란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DJ DOC의 신곡 ‘수취인분명’. 세태를 풍자한 직설적인 가사가 눈에 띈다. [사진 유튜브 캡처]

DJ DOC의 신곡 ‘수취인분명’. 세태를 풍자한 직설적인 가사가 눈에 띈다. [사진 유튜브 캡처]

25일 무료로 음원이 공개된 ‘수취인분명’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 틀렸어 번짓수/ 남북통일 대박? 좌우통일 먼저 해봐” “우리가 궁금한 건 산더미만큼 많고 많지만/ 정말 궁금한 당신의 7시간” 등 직설적인 가사로 화제를 모았다. 문제가 된 것은 “잘가요 Miss 박 쎄뇨리땅/ 하도 찔러대서 얼굴이 빵빵’ 등의 가사. 여성단체 페미당당은 “박 대통령의 공적 잘못이 아닌 대통령의 여성성을 지목해 공격하는 것은 여성혐오적 발언”이라며 “한국 사회에서 ‘미스’는 나이가 어리거나 사회적 직급이 낮은 여성을 하대할 때 쓰인다”고 비판했다. 남성에 대한 중립적 호칭인 ‘미스터’와 달리 ‘미스’란 표현 자체에 비하적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강남역 10번출구’ 등 다른 단체들도 “국내 힙합 가수들은 여성혐오를 끌어오지 않고서는 가사 한 줄 못 쓰나 봅니다”며 공연 취소를 촉구했다. 24일 래퍼 산이가 발표한 ‘나쁜X’도 “병신년아 빨리 끝나 제발” “그와 넌 입을 맞추고 돌아와/ 더러운 혀로 핑계를 대” 등의 가사로 여혐 논란이 인 바 있다.

DOC 이하늘 “우리 뜻 충분히 전달
무대 서고 안 서고는 중요치 않아”

DJ DOC 측은 이에 “미스 박은 ‘미스테이크(실수)’ 박이란 뜻이고, 쎄뇨리땅은 ‘세뇨리타(아가씨)’가 아니라 새누리당을 꼬집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26일 무대에 오르지는 않고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저희가 전하고자 했던 뜻은 충분히 전달된 것 같다. 우리가 무대를 서고 안 서고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이하늘). 여혐 논란에 대해서는 “그 얘기는 굳이 지금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온라인에서는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굳이 미스와 쎄뇨리땅 등으로 대통령이 여자인 걸 내세울 필요가 있나’ ‘대통령이 한 잘못들이 자칫 여성에게 화살이 꽂혀 엉뚱한 불씨를 만들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실제 최근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태로 “한국 국민 사이에 여성을 지도자로 뽑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번질 우려가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반면 ‘나도 여자지만 너무 예민한 여혐 주장이 불편하다’ ‘이건 또 다른 검열.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다’는 반대 의견도 나왔다. 이와 관련, 다음 아고라에는 ‘DJ DOC의 촛불집회 출연을 허락해 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 비판이 여성 정치인, 혹은 여성 일반에 대한 비아냥으로 번지는 것은 경계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 또한 소중한 가치다. ‘순시리의 꼭두각시 닭대가리/ 한 국가의 원수에서 국민들의 원수’라는 표현은 ‘여성’보다는 ‘대통령’에 방점이 찍힌 ‘디스’가 분명해 보인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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