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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섬유탄(하)] 북핵시설 가동중단 ‘전기 스위치’ 개발 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력공급만 차단, 사람은 죽이지 않는 ‘비살상 무기’
정전으로 적에게 충격과 공포, 심리적 효과를 극대화
유도무기에 탑재해 원거리 공격 가능하도록 발전
미립자 형태로 개발, 지속시간은 다변화

미군은 이라크 전쟁을 개시하면서 ‘충격과 공포’ 계획에 따라 수십 만발의 정밀유도폭탄으로 이라크 통신시설과 군사시설을 파괴해 전쟁수행 의지를 무력화 했다. 물론 현대전이 시작된 이후 대부분의 전쟁에서는 개전 초기에 압도적인 공격으로 전술적, 심리적 충격 효과를 극대화 하고자 했다. 그러나 탄소섬유탄이 개발되면서 미래전쟁의 개전 신호는 미사일 폭발에 의한 ‘불꽃’이 아닌 탄소섬유탄에 의한 조용한 ‘어둠’으로 시작될 것이다. 특히 명분이 있는 정당한 전쟁이라고 해도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경우에는 윤리적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미래전쟁에서는 비살상 무기의 활용이 크게 증가할 것이다.

방송에 중계된 바그다드 시내 전경, 미군공습을 시내 곳곳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 [사진 CNN 캡처]

방송에 중계된 바그다드 시내 전경, 미군공습을 시내 곳곳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 [사진 CNN 캡처]

탄소섬유탄은 세 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첫째, 탄소섬유탄은 전력 공급만 차단할 뿐 시설과 인명 피해가 적다. 그동안은 전력설비를 무력화하기 위해 고폭탄으로 시설 자체를 파괴했다. 그 과정에서 민간인 피해도 많았다. 그러나 탄소섬유탄은 전력망을 무력화 하면서도 인명 살상 등 부수적 피해가 적기 때문에 소프트 폭탄(Soft Bomb)으로 불리기도 한다.

둘째, 전시에 적의 발전소 등 기간산업을 파괴하면 이를 복구하는데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그 결과 적의 전쟁수행 능력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군사시설 가동이 중단되고 전기가 필요한 군수공장도 멈추게 된다. 특히 정보통신이 중요한 현대전의 특성을 생각할 때 전력공급이 중단되면 전쟁지휘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셋째, 정전으로 인한 심리적인 효과도 매우 크다. 탄소섬유탄이 순식간에 전력 공급을 중단시켜 적에게 극도의 혼란과 공포를 가져오기 때문에 전기 스위치라고 불린다. 또한 전쟁 승리 뒤 가동이 중단된 발전시설을 신속히 복구할 수 있어서 민심이반을 막을 수 있다. 이에 비해 핵무기 전자기펄스(EMP) 폭탄은 광범위한 지역을 쉽게 파괴할 수 있지만 영구적인 손상을 피할 수 없다. 모든 전자기기가 파괴되는 것과 같다. 탄소섬유탄은 발전시설만 일시적으로 파괴하기 때문에 피해 복구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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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기술발전으로 탄소섬유탄에 의한 보다 정확하고 효과적인 공격이 기대된다. 탄소섬유탄을 개발했던 초기에는 자탄(BLU-108/B)이 분사될 때 유도장치가 없는 폭탄에 내장했기 때문에 상당한 오차가 있었다. 따라서 최근에는 더 정확하게 목표지점에 도달하도록 자탄 분산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AGM-154’와 같은 합동원거리무기(JSOW:Joint Standoff Weapon)를 활용하면 적의 방공망에서 벗어난 원거리에서 목표물을 정확하게 폭격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성 뿐 아니라 전투기의 생존성도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재래식 자유낙하폭탄에 멀리 날아 갈수 있도록 날개와 유도장치를 장착하고 관성항법장치와 위성항법장치 등 유도장치를 결합해 마지막 순간까지 정밀한 유도가 가능하다. 이와 유사한 방식인 ‘AGM-154B’, ‘AGM-154C’ 등의 유도무기에 활용 가능하다.

1999년 코소보 공습 중 격추된 미군 F-117A 폭격기 [사진 록히드마틴]

1999년 코소보 공습 중 격추된 미군 F-117A 폭격기 [사진 록히드마틴]

탄소섬유탄은 현재 철사와 같은 형태(Wire)인데 미립자 형태로 개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 작은 크기로 만들어지면 전력설비 마비 시간 및 작용 효과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미립자화는 지속성 증대 뿐 아니라 특정시간 동안만 효과가 지속되는 비지속성 무기로 다변화될 수 있다.

한국이 차기전투기로 도입할 예정인 F-35 전폭기가 JSOW 투하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 록히드마틴]

한국이 차기전투기로 도입할 예정인 F-35 전폭기가 JSOW 투하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 록히드마틴]

한국도 개발 진행 중, 2021년 완성 목표
김정일 마지막 꿈, 순식간에 물거품
북한 핵시설, 군수시설 공격해 가동 중단
비살상 무기라도 윤리적 문제 고려해야

한국도 북한 핵과 미사일 기지의 전력망을 파괴할 수 있는 탄소섬유탄 개발을 시작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2006년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응용연구를 시작했고 시제품 개발업체로 풍산을 선정했다. 3년간 개발과 시제품을 생산해 성능검사를 통과하면 양산체제로 들어갈 계획으로 13억 3천만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ADD는 2009년 10월 8일 국회 국방위에 제출한 국감자료에서 탄소섬유탄 개발 계획을 다시 한번 설명했다. 국방기술품질원에서 발간한 국방과학기술조사서는 한국의 탄소섬유탄 개발능력을 선진국 대비 80%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2016년 3월 30일 발표된 ‘2017∼2021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우리 군은 2021년까지 탄소섬유탄을 개발해 배치하기로 했다. 관계자는 “탄소섬유탄이 북한 대형발전소 상공에서 폭발하면 핵과 미사일 기지 그리고 지하에 있는 7000여 개의 군사시설에 공급하는 전력망이 끊겨 전쟁수행 능력이 무력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 공군이 보유한 F-15K전투기에 탄소섬유탄을 장착할 수 있다. 북한 지역 타격목표 지점의 80m 상공에서 폭발시키면 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굵기의 탄소입자를 방출해 핵심 지역의 전력 공급을 중단시킬 수 있다.

완공을 목표로 건설을 독려하는 희천발전소 공사 현장 [사진 우리민족끼리]

완공을 목표로 건설을 독려하는 희천발전소 공사 현장 [사진 우리민족끼리 홈페이지 캡처]

조총련에서 2012년 1월 발간한 월간 ‘조국’은 희천발전소 완공 소식을 전하면서 평양시 전기문제해결에 큰 몫을 맡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희천발전소는 김정일이 ‘희천속도’라는 구호를 제시하며 2009년 9월 17일부터 발전소 건설을 독려하기 시작해 2011년 8월 30일까지 현지 지도를 무려 8차례나 했다. 이중 세번은 김정은을 동행시키기도 했다. 김정일은 희천발전소 누수문제를 보고받고 격노한뒤 다시한번 찾아가고자 했는데 2011년 12월 17일 오전에 열차 출발을 앞두고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정일 생전의 마지막 꿈이 묻혀있는 곳이다. 그러나 우리 군에 의한 탄소섬유탄 공격으로 북한 당국의 노력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만약 북한 자강도에 위치한 희천발전소에 탄소섬유탄을 투하할 경우 평양시 뿐만 아니라 인근지역에 위치한 하갑핵시설, 전천역 부근 미사일 조립 공장 등에 공급하던 전력도 중단된다. 핵시설 인근에 위치한 발전소 또는 변전소와 송전시설을 공격할 경우 핵개발은 일시적으로 중단될 수밖에 없다. 미사일 조립공장 가동이 멈추는 등 북한의 군수물자 생산이 중단되는 효과도 있다. 특히 북한은 최근 자강도를 비롯한 내륙지역에서 단거리 및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고 있어 관련 시설 운용에도 치명적인 장애가 될 것이다.

또한 탄소섬유탄으로 북한 핵심지역의 전력시설을 공격할 경우 전쟁지휘부와 예하 부대를 이어주는 통신이 두절되고 외부 침입을 감시하는 레이더 작동도 멈추게 된다. 탄소섬유탄 공격은 북한 전쟁지도부 눈과 귀를 가릴 수 있다는 말이다. 결국 전기가 끊어진 북한은 순식간에 19세기로 돌아가게 된다. 물론 핵심 시설 지하에 발전 시설을 갖추고 예비전력을 공급하겠지만 비상시 용도로 일시적인 활용만 가능할 뿐이다. 안정적인 외부 전기공급이 중단되면 오래가지 못해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

아라크 전쟁중이던 2013년 4월 16일 쿠웨이트 병원으로 이송된 이라크 소년은 연합군공습으로 두 팔을 잃고 전신에 화상을 입었다. [사진 로이터]

아라크 전쟁중이던 2013년 4월 16일 쿠웨이트 병원으로 이송된 이라크 소년은 연합군공습으로 두 팔을 잃고 전신에 화상을 입었다. [사진 로이터]

물론 전력 시스템을 공격하는 것은 비살상무기라고 해도 윤리 문제와 적합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 군사시설 뿐 아니라 민간인에게도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력공급이 중단되면 병원, 급수시설 가동이 중단되는 등 비군사 분야에도 심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이라크 전쟁 당시 오랜 기간 지속된 경제제재 때문에 병원에는 필수적인 의약품도 없었고 전쟁직후 전기공급도 끊어지면서 장비를 가동할 수 없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전기공급 중단을 장기화 시키지 않고 군사작전 초기에만 충격과 공포를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탄소섬유탄을 고려할 수 있다.

박용한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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