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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서 ‘럭키’‘가려진 시간’…떴다 박찬욱 사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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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25일 제37회 청룡영화제의 화제는 단연 박찬욱(53) 감독의 ‘아가씨’였다. 귀족 아가씨 히데코(김민희 분)와 하녀 숙희(김태리)가 나란히 여우주연상과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중국 촬영으로 불참한 류성희 미술감독 대신 미술상을 대리수상한 박 감독의 얼굴에는 시상식 내내 웃음꽃이 떠나질 않았다.

‘올드보이’ 함께한 이계벽 감독
696만 관객 모은 ‘럭키’ 연출
‘친절한 금자씨’ 연출·스크립터
엄태화·이경미 감독도 주목

올 한해 영화계를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박찬욱 감독이다. 칸영화제 출품작 ‘아가씨’로 국내 누적 관객수 428만 명을 동원하며 본인이 연출한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중 최고 기록을 세운데다가, 지난 3월 ‘대배우’를 시작으로 ‘비밀은 없다’와 ‘럭키’, 이번달 ‘가려진 시간’에 이르기까지 본인의 연출부를 거쳐간 감독들이 잇따라 데뷔하거나 복귀작을 내놓으며 주목받았다. ‘박찬욱 사단’의 총출동이다.

이계벽 감독의 ‘럭키’. 장르는 다르지만 감독들이 모두 ‘박찬욱 사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중앙포토]

이계벽 감독의 ‘럭키’. 장르는 다르지만 감독들이 모두 ‘박찬욱 사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중앙포토]

이중 가장 좋은 흥행 성적을 보인 것은 이계벽(45) 감독의 ‘럭키’다. 11년 만의 컴백작으로 696만 명을 동원했다. 이 감독은 ‘복수는 나의 것’(2002) 연출부, ‘올드보이’(2003) 조감독 출신. 하지만 ‘유해진표 코미디’란 평을 받는 ‘럭키’에서 박찬욱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남쪽으로 튀어’(2012) 등 일본 원작의 각색을 맡으며 닦아온 이 감독의 코믹 감각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엄태화 감독의 ‘가려진 시간’. [중앙포토]

엄태화 감독의 ‘가려진 시간’. [중앙포토]

개봉 중인 ‘가려진 시간’의 엄태화(35) 감독은 ‘비밀은 없다’의 이경미(43) 감독과 함께, 박 감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미쟝센 단편영화제 출신이다. ‘친절한 금자씨’(2005)등의 연출부를 거친 엄 감독은 첫 상업영화인 판타지 로맨스 ‘가려진 시간’에서 그림같은 미쟝센을 선보여 스타일리스트 박찬욱의 후예답다는 평을 받았다. 박 감독도 GV(관객과의 대화)에 직접 참여하며 힘을 보태준 덕에 개봉 3주차 47만 명으로 관객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이경미 감독의 ‘비밀은 없다’. [중앙포토]

이경미 감독의 ‘비밀은 없다’. [중앙포토]

이경미 감독은 2004년 박 감독이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눈여겨보고 ‘친절한 금자씨’의 스크립터로 불러들인 케이스다. 이후 첫 장편 ‘미쓰 홍당무’(2008)의 제작자로 나서고, ‘비밀은 없다’의 공동 각본을 맡는 등 박 감독이 특별 관리하는 ‘애제자’다. 지난 6월 개봉한 ‘비밀은 없다’는 관객수 25만 명으로 흥행에 참패했지만, 올해 가장 저평가된 영화의 하나로 꼽힌다. 황찬미 영화평론가는 “정치 스릴러로 시작하지만 들어가는 구멍과 나오는 구멍이 다른 토끼굴 같은 영화”라며 “메이저부터 마이너로 파고드는 감성은 오히려 박 감독보다 나은 청출어람”이라고 평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비밀은 없다’, ‘가려진 시간’ 모두 비밀스런 아지트가 중요하게 등장한다”며 “이는 박찬욱 공간연출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석민우 감독의 ‘대배우’. [중앙포토]

석민우 감독의 ‘대배우’. [중앙포토]

‘올드보이’부터 ‘박쥐’(2009)까지 총 5편을 함께 한 석민우(39) 감독은 ‘대배우’로 데뷔했다. 깐느박이라 불리는 감독(이경영 분)이 ‘악마의 피’ 오디션을 여는 장면 등에서 ‘박쥐’를 오마주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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