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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따라 지구 한 바퀴, 달콤쌉싸름한 이 커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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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1년 동안 프랑스,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등 14개국의 와인 산지를 여행한 배두환(왼쪽)·엄정선씨 부부. 배씨는 “와인의 각기 다른 매력과 스토리를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우상조 기자]

1년 동안 프랑스,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등 14개국의 와인 산지를 여행한 배두환(왼쪽)·엄정선씨 부부. 배씨는 “와인의 각기 다른 매력과 스토리를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우상조 기자]

“이 와인을 맛 보려고 칠레 콜차구아 밸리의 땡볕 아래서 한 시간 넘게 걷다가 탈진할 뻔 했어요.”

14개국 다녀온 배두환·엄정선씨 부부
허니문 대신 1년간 와이너리 투어
“포도 수확기 따라 대륙들 오고가”

23일 서울 종로의 한 와인숍에서 만난 배두환(33)·엄정선(31)씨 부부는 칠레산 와인 ‘몽 그라스(Mont Gras)’를 마시며 이렇게 말했다. 와인 전문지에서 객원 기자로 일하는 배씨와 소믈리에 출신인 엄씨 부부에게 2014년은 꿈을 이뤄준 한 해였다. 그해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프랑스,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전 세계 14개국의 와인 산지를 찾아다니며 지구를 한 바퀴 돌았다. “보통 세계일주와 달리 포도 수확기인 가을을 따라다니며 왔다갔다 했어요. 정확히 365일 동안 280여 곳의 와이너리(와인 양조장)에 찾아가 2000병 넘는 와인을 맛봤죠.”(엄정선)

대학원에서 와인 양조학을 공부하면서 만난 둘은 결혼 전부터 세계와인여행을 꿈꿨다고 한다. “연애 시작하고 4개월쯤 됐을 때 같이 와인을 마시는데 ‘언젠가 세계일주를 하고 싶다’는 제 말에 남편이 ‘그럼 같이 와인 여행을 가자’고 하더라고요. 결국 그게 프러포즈가 됐고 그때부터 결혼자금과 여행자금을 따로 모으기 시작했어요.”(엄정선)

둘은 결혼 후 각자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고, 결혼식을 올린 지 6개월 만에 뒤늦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그리곤 매일 여행지에서 느낀 와인에 대한 감상과 각종 정보를 부부가 운영하는 블로그 ‘와인따라 지구 한바퀴’에 올렸다. “이탈리아의 한 시골길을 가다가 L당 1.8유로(약 2200원)씩에 파는 와인을 마셨는데 아직도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요. 이렇게 가격으로 평가할 수 없는 와인의 각기 다른 매력과 스토리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어요.”(배두환)

프랑스 론 지방의 샤또 까브리에르 와이너리의 주인 부부를 만나 포즈를 취한 배두환·엄정선씨 부부.

프랑스 론 지방의 샤또 까브리에르 와이너리의 주인 부부를 만나 포즈를 취한 배두환·엄정선씨 부부.

부부는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로 프랑스를 꼽았다. 그들이 최근 『프랑스 와인 여행』(꿈의 지도)이란 여행가이드북을 가장 먼저 출간한 것도 프랑스의 숨은 매력을 알리기 위해서다. 배씨는 “프랑스의 와인 산지 9곳이 모두 유명 관광지일 정도로 와인은 프랑스의 역사, 문화와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와인 산지를 따라 여행하다 보면 프랑스의 진정한 미식문화도 함께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와이너리 여행이 돈이 많이 든다는 인식에 대해선 “일부 대형 와이너리를 제외하곤 대부분 시음 비용을 받지 않아 오히려 돈을 아낄 수 있었다”며 “교통비를 포함해 1년간 총 6200만원이 들었다”고 했다.

부부는 세계여행을 마친 뒤엔 직장인을 대상으로 와인 강좌를 열고, 1~2만원대의 저렴한 와인과 잘 어울리는 요리를 직접 만들어 인터넷에 올렸다. 또 여행자를 모집해 함께 와이너리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부부의 블로그는 현재 1만4000명의 구독자가 생길 정도로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선 인기가 많다.

둘은 조만간 세계 와인 산지에 대한 책도 출간할 예정이다. “사람들에게 와인이 가진 다양한 매력을 더 많이 알려주고 싶어요.”

글=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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