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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기훈 왼발의 마법…수원, FA컵 한 발 앞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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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프로축구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맞대결은 ‘수퍼 매치’라 불린다. 국제축구연맹이 세계 7대 더비 중 하나로 꼽을 만큼 뜨거운 라이벌전이다. 양 팀은 올시즌 프로와 아마를 총망라해 최강자를 가리는 FA(대한축구협회)컵 결승에서 만났다. 축구협회는 올해 20회째를 맞는 FA컵 결승에서 사상 첫 ‘수퍼매치’가 성사되자 ‘수퍼 파이널(super final)’이란 이름을 붙였다.

크로스로 올린 공, 골키퍼가 못 막아
FC서울과 ‘수퍼 파이널’ 1차전 승리

27일 FA컵 결승 1차전이 열린 수원월드컵경기장. ‘수퍼 파이널’ 답게 킥오프 한 시간 전부터 열기가 뜨거웠다. 겨울비가 흩날리는 와중에도 양 팀 서포터들은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푸른색 옷을 입은 수원 서포터 그랑블루가 큰 소리로 응원하자 붉은색 옷을 입은 서울 서포터 수호신이 응수했다. 서울 서포터들은 지난해 서울에서 은퇴한 차두리(35)가 귀를 막고 웃는 사진을 새긴 대형 통천을 펼쳐들었다. 수원 서포터스는 승리의 여신 니케를 그린 통천을 펼치고 열띤 응원을 펼쳤다. 이날 경기엔 3만1034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이날 경기에선 ‘왼발의 마법사’로 불리는 수원 삼성 염기훈(33·사진)이 매직쇼를 펼쳤다. 1-1 동점으로 맞선 후반 13분 염기훈의 그림 같은 왼발 슛이 서울의 골망을 갈랐다. 서울 진영 왼 측면에서 볼을 잡은 염기훈이 문전에 있던 조나탄을 향해 왼발로 크로스를 올렸는데 이 공이 골대 앞에서 한차례 튕긴 뒤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슛인지 크로스인지 모호한 상황에서 서울 골키퍼 유현은 역동작에 걸려 미처 공을 막지 못했다. 수원의 2-1 승리. 이에 앞서 수원은 전반 15분 브라질 공격수 조나탄(26)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후반 5분 서울의 미드필더 주세종(26)에게 동점골을 내준 뒤 팽팽한 경기를 펼쳤다.

염기훈은 “공이 발에 잘못 맞았는데 골문 속으로 들어갔다. 운이 따랐다. 그동안 크로스가 상대 수비에 맞은 뒤 자책골로 이어진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들어간 골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수원은 올시즌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에서 7위에 그쳤다. FA컵 우승으로 내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획득과 함께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각오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우승팀 서울은 ‘시즌 2관왕’ 도전에 적신호가 켜졌다. 공격수 박주영이 부상으로 이날 엔트리에서 빠졌다. 더구나 공격수 데얀이 경고 누적으로 2차전에 나설 수 없다. 서울은 엎친데 덮친 격으로 미드필더 주세종마저 부상을 당해 고민이 깊어졌다. 황선홍 서울 감독은 “팀을 재정비해서 마지막에 반드시 웃겠다”고 말했다. 양 팀은 다음달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자리를 옮겨 2차전을 벌인다.

수원=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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