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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넘은 대박이 아빠 “호날두 한 판 붙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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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전북 현대, 아시아 챔스 우승

전북 현대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아랍에미리트의 알 아인을 물리치고 10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기뻐하는 공격수 이동국. 이동국은 인스타그램에 “네, 이제 (트로피를) 모셔가겠습니다’란 글과 함께 ‘한풀이’ ‘대박아 아빠 우승’이란 해시태그를 달았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전북 현대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아랍에미리트의 알 아인을 물리치고 10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기뻐하는 공격수 이동국. 이동국은 인스타그램에 “네, 이제 (트로피를) 모셔가겠습니다’란 글과 함께 ‘한풀이’ ‘대박아 아빠 우승’이란 해시태그를 달았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참으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지금까지의 노력들이 필름처럼 스쳐 지나갔다.”

알 아인과 1승1무, 10년 만에 정상
이동국, 공격 이끌며 선제골 기여
“월드컵 뛴 것보다 기뻐” 눈물 글썽

아시아를 제패한 ‘대박이 아빠’ 이동국(37·전북)은 종료 휘슬이 훌리자 눈물을 글썽이며 이렇게 말했다.

전북 공격수 이동국은 27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알 아인(UAE)과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 2차전에 원톱 공격수로 선발출전해 1-1 무승부를 이끌었다. 지난 19일 전주에서 열린 홈 1차전에서 2-1로 승리한 전북은 1·2차전 합계 3-2를 기록하며 2006년 이후 10년 만에 아시아를 제패했다. 축구팬들이 “우주의 기운이 전북에 몰렸다”고 말할 만큼 하늘도 전북의 편이었다. 전북은 전반 2분 로페즈가 부상을 당했지만 이게 전화위복이 됐다. 로페즈 대신 들어간 한교원이 전반 30분 오른발 논스톱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동국이 수비를 끌어내며 기여했다. 전반 34분 동점골을 허용한 전북은 전반 41분엔 페널티킥을 내줬지만 상대 키커가 실축하는 바람에 추가 실점을 막았다. 이동국은 “월드컵에서 뛰는 것보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감격스러워했다.

10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오른 뒤 환호하는 최강희 감독(가운데)과 전북 선수들. [사진 프로축구연맹]

10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오른 뒤 환호하는 최강희 감독(가운데)과 전북 선수들. [사진 프로축구연맹]

이동국은 요즘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막내아들 시안이(태명 대박이) 등 오남매의 아빠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의 ‘아빠 미소’ 뒤엔 굴곡 많은 축구인생이 숨어있다.

이동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게으른 천재’로 낙인 찍혀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했다. 당시 이동국은 한달 내내 술로 아픔을 달랬다. 상무에 입단해 재기에 성공한 이동국은 2006년 독일 월드컵을 두 달 앞두고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돼 낙마했다. 2006년부터 2시즌간 잉글랜드 미들즈브러에서 뛰었던 이동국은 2008년 성남 유니폼을 입고 K리그로 돌아왔지만 그 해 단 2골에 그쳤다.

2008년 말 최강희(57) 전북 감독이 서울의 한 커피숍으로 이동국을 불러냈다. 최 감독은 “이동국의 눈빛을 보고 재기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2009년 전북으로 이적한 이동국은 K리그 8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32골을 기록하며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를 이끌었다.

2011년 이동국이 이끄는 전북은 알 사드(카타르)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만나 승부차기 끝에 패했다. 그로부터 5년이 흘렀다. 최 감독은 이날 장신 공격수 김신욱(28) 대신 노장 이동국을 선발로 내세웠다. 최 감독은 우승이 확정된 뒤 “감독은 개인적인 감정에 연연하면 안되는데 내가 나이를 먹었나보다. 아시아 챔스리그 우승 경력이 없는 동국이가 마음에 걸려서 선발로 내보냈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이동국은 5년 전 악몽을 깨끗이 씻었다. 최 감독은 2003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출범 이후 처음으로 두 차례 우승을 이끈 감독이 됐다.

전북은 우승상금 300만 달러(35억3000만원)에 출전 수당 등을 포함해 41억6000만원를 챙겼다. 전북은 아시아 챔피언 자격으로 다음달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 클럽월드컵에 출전한다. 첫 경기에서 지더라도 상금 100만 달러(11억6000만원)을 추가로 받는다. 전북은 이번 우승으로 일단 53억원을 확보한 셈이다. 전북은 다음달 11일 ‘북중미 챔피언’ 클럽 아메리카(멕시코)를 이길 경우 15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 소속팀인 ‘유럽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스페인)과 4강전을 치른다. 프로 19년 만에 클럽 월드컵에 첫 출전하는 이동국은 “아시아를 대표해 레알 마드리드와 만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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