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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김장 후 찌르는 통증, 물집 띠…72시간 내 대상포진 검사 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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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이후 환절기 복병 대상포진

환절기는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때다. 낮과 밤, 실내외 온도 차로 생체리듬이 깨지면서 다양한 질환에 노출된다. 중년 이후엔 특히 대상포진에 주의해야 한다. 극심한 통증과 합병증으로 삶의 질이 떨어지고, 우울증을 유발해 정신건강을 해친다. 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 최희정 교수는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중장년층 대상포진 환자가 늘고 있다. 폐경 이후 여성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면역력 약화 틈타 발병
초기 증상 감기와 비슷
진행될수록 통증 심해

59세 주부 김모씨는 최근 가족이 함께 모여 김장을 담갔다. 추운 날씨에 수백 포기 배추를 절이고 양념하는 일은 몸에 적잖은 부담이 됐다. 결국 다음 날부터 머리가 아프고 몸이 쑤시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몸살인 줄 알았는데 이윽고 바늘로 쑤시는 듯 통증이 악화돼 병원을 찾았다. 그제야 김씨는 자신의 병이 대상포진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등·가슴·얼굴에 많이 발생

대상포진은 ‘어른 수두’다. 어릴 적 수두를 일으킨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가 몸속에 숨어 있다 면역력이 떨어진 틈을 타 신경을 공격해 발생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경이 뻗친 어디든 생길 수 있는데, 가슴(흉부)과 얼굴에 생기는 경우가 가장 많다.

증상은 대부분 비슷하다. 초기에는 피부가 예민해지면서 참기 어려울 정도의 극심한 통증이 찾아온다. 피로·두통·미열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겪기도 한다. 그로부터 1주일 안에 바이러스가 침투한 부위에서 붉은 반점이 생기고, 여러 개의 물집(수포)이 무리지어 나타나는 피부 증상이 뒤따른다. 대상포진(帶狀疱疹)에서 ‘대상’은 ‘띠 모양’이란 뜻의 한자어다. 이름처럼 몸의 한쪽에 줄무늬처럼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대상포진의 특징으로 꼽힌다.

병이 진행될수록 통증은 한층 격해진다. 바이러스가 통증을 느끼는 신경세포를 계속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북미임상외과학회에 따르면 대상포진은 치통이나 뼈가 부러지는 골절보다 통증 강도가 세다. 대한피부과학회가 약 2만 명의 대상포진 환자를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절반 이상(56.7%)이 마약성 진통제가 필요할 만큼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피부 치료해도 통증 남아

이런 통증은 피부를 치료한 뒤에도 낫지 않을 수 있다. 이른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다. 병을 심하게 앓았거나 나이가 많을수록 이럴 확률이 높다. 최희정 교수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가장 흔하고 위협적인 대상포진 합병증이다. 전체 환자의 10~15%가 이를 경험하지만 60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그 비율이 최대 70%까지 높아진다”고 말했다.

거의 날마다 통증을 견뎌야 하는 만큼 환자의 심리적·육체적 고통이 크다. 우울증과 수면장애 등 정신질환으로 옮겨가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영국에선 75세 여성이 블로그에 “70세에는 건강을 자신했다. 하지만 대상포진을 앓은 후 삶에 대한 생각이 변했다”고 밝힌 뒤 스스로 안락사를 택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대상포진 합병증은 통증 외에도 바이러스 침투 부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예컨대 얼굴 쪽에 발생한 대상포진은 각막염·실명 등 안구질환과 청각·미각장애, 나아가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

치료의 핵심은 조기 진단이다. 최희정 교수는 “수포가 발생한 후 적어도 72시간 내에 치료를 받아야 신경 손상과 이로 인한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반인이 초기 증상만으로 대상포진을 구분하긴 어렵다. 특히 환절기에는 감기·독감과 초기 증상이 비슷해 헷갈리기 쉽다. 통증 부위에 따라 두통, 근육통, 디스크로 오해하기도 하고, 드물게는 피부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조기 진단을 위해선 우선 자신이 대상포진에 걸릴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미리 알아두는 게 도움이 된다. 2011년 기준 국내 대상포진 유병률은 인구 1000명당 10.4명이었다. 여성(1000명당 12.6명)이 남성(1000명당 8.3명)보다 환자가 더 많다. 60, 70대 환자의 경우 인구 1000명당 각각 22.4명, 21.8명에 달한다. 20대(1000명당 6.3명)와 비교해 비율이 3배 이상 높다(대한의학회지, 2014년). 젊은 사람보다 고령층이, 남성보다 여성이 대상포진에 걸리기 쉽다는 의미다.

60~70대, 여성 환자 많아

이 밖에 어릴 때 수두나 대상포진을 앓았거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 ▶항암 치료 중인 환자 ▶폐경기 여성 ▶가족력이 있는 경우라면 고(高)위험군에 속한다. 건강한 사람도 몸을 무리하게 쓰거나 피로가 쌓이면 면역력이 떨어져 대상포진이 발생할 수 있다. 젊은층도 안심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갑자기 심한 피로를 느끼고 몸 일부에 생긴 통증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가슴·등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발진이나 물집이 없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체력·면역력은 바이러스로부터 몸을 지키는 ‘방패’다. 하루 30분 이상 운동을 실천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은 되도록 피한다. 중장년층과 여성은 명절이나 김장철 등 특정 시기에 과로하기 쉬워 그럴 땐 의식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럴 때 대상포진 의심하세요

□ 감기에 걸린 듯 힘이 없고 몸 한쪽에 심한 통증을 느낀다
□ 작은 물집이 몸 한쪽에 모여 전체적으로 띠 모양을 이룬다
□ 물집을 중심으로 타는 듯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진다
□ 스트레스나 과로 후 갑작스러운 통증이 생겼다.

자료: 대한피부과학회 등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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