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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몰랐는데…진실 드러난 최순실과 청와대 미스터리

중앙일보

입력

박근혜 정부에선 의외의 일들이 적지 않았다. 그 때 당시엔 몰랐는데 지금은 "아하~그래서 그랬구나"라고 무릎을 치게 되는 사건의 근저에는 ‘최순실’ 또는 '청와대 권력'이 도사리고 있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미경(58) CJ 부회장은 정부출범 후 20개월만인 2014년 10월 돌연 신병(샤르코 마리투스병) 치료를 이유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미국으로 출국했다. CJ그룹의 문화사업을 총괄했던 이 부회장이 정권 핵심부로부터 ‘친노(親盧) 기업인’으로 낙인찍혀 곧 정리될 것이라는 소문이 돈 뒤였다. 박근혜 대통령을 희화화한 정치풍자 코미디 tvN '여의도 텔레토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며 1000만 이상 관객을 동원한 영화 ‘광해’와 ‘변호인’이 정권의 심기를 거슬렀다는 추측도 이 즈음 나왔다.

외압은 사실로 확인됐다. 2013년 조원동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손경식 CJ회장에게 "대통령의 뜻"이라며 이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했고, 그만두지 않자 "빨리 그만두지 않으면 난리가 날 것"이라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검찰 수사 결과를 통해서다.

2014년 1월 권오준 포스코 회장 선임도 그 중 하나였다. 당시 포스코 내부에서는 "권 사장은 등기임원으로서 경영을 해 본 경험이 없고 철강 전문가도 아니다"는 반응이 나왔다. 권 회장의 선임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2년이 흐른 지금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과 조원동 경제수석이 포스코 인사들에게 "차기 회장은 권오준"이라고 통보한 사실이 드러났다.

2014년 12월 ‘정윤회-십상시(十常侍) 회동’ 등 인사전횡 문건 수사가 흐지부지된 데는 당시 우병우 민정비서관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검찰은 비선실세로 드러난 정윤회 씨와 '문고리 3인방'(안봉근ㆍ정호성ㆍ이재만)을 무혐의 처리하고, 해당 문건을 작성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을 문건 유출혐의로 기소했다. 문건이 담은 사건의 실체에는 눈을 감은채 문건 유출에만 집중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당시 문건 유출 혐의로 조사를 받은 한일 전 경위는 지난 11일 본지 인터뷰에서 “민정비서관실에서 거짓 진술을 하면 불기소 하겠다고 종용했다"고 말했다. 고(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는 조사가 진행중이던 12월 13일 “김기춘 비서실장이 조기종결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지난해 3월 이화여대 입학 과정도 베일에 싸여 있었다. 이대는 정씨가 입학하던 해 체육특기자 전형을 신설했고, 정씨는 입학 면접 당시 고사장에 금메달을 반입했다. 명백히 금지된 행위였다. 교육부는 최근 “감사 결과 당시 최경희 총장이 ‘정유라를 뽑으라’고 지시했고, 남궁곤 입학처장 등 교수들이 면접 과정에서 정씨에게 특혜를 줬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 초 조양호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대한항공 회장)이 돌연 사임하게 된 배경은 최순실씨의 이권 사업에 비협조적이었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청와대는 올해 초 조직위원회에 ‘스위스 업체 누슬리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3000억원대 시설공사를 맡기라’고 지시했으나 조 회장은 “이미 대림산업에 공사를 발주했다”며 거절했다. 누슬리는 최씨 소유의 회사인 더블루K와 협약을 맺은 업체다.

이에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5월2일 플라자호텔에서 조 회장을 만나 “이만 물러나달라”며 사퇴를 강요했다고 한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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