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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진보 좌파로 볼 수 없어 연대할 수 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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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호 6 면

김현동 기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표결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새누리당 비주류가 본격 가세하면서다. 물꼬를 튼 사람은 김무성 전 대표다. 자신의 표현대로 ‘정치인생의 마지막 꿈’이던 대선 출마의 꿈을 접고 대신 대통령 탄핵 카드를 빼들었다. 이 정권 내내 박 대통령의 친박계와 각을 세워왔던 김 전 대표의 결심에 “통 큰 결단”이란 평가가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자신’을 내려놓고 그가 가려는 길은 어디일까.


지난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 전 대표를 만났다. 그는 “진보 좌파에게 정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선 나를 죽여서라도 그 길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친박(친박근혜)·친문(친문재인)을 제외한 중도세력 연대를 주장했다. 국민의당과의 연대에 대해 “진보 좌파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충분히 연정을 할 수 있다”고 의욕을 보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선 “정치인들이 정치를 망쳐놨기 때문에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것처럼 오히려 세계를 경영한 사람을 국민들이 원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불출마 결심은 언제 했나.


“박근혜 대통령 운명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선이 예상 외로 빨리 다가오면 아무런 준비 없이 당할 것이다. 진보 좌파에게 정권을 뺏기지 않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아무래도 그걸 할 사람이 나밖에 없다고 판단됐다. 나를 죽여서라도 그 길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김 전 대표의 인식과 대통령의 인식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분은 일방적인 사고 구조가 있다. ‘최순실이 잘못한 거 내가 사과했고 그 사람 벌 주면 되지 왜 나에게까지 난리냐’라는 입장인 것 같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법률 자문 받아보니 사안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돼 버티기에 들어간 것 아니겠나. 광장의 분노가 가라앉거나 반전의 기회가 오길 바라는 것 같다. 대통령이 버티려면 당에서 뒷받침해줘야 한다. 이정현 대표가 절대 안 물러난다고 하지 않나. 그러면 우리 당은 엉망으로 가는 거다.”


-청와대와 당 지도부 간 교감이 있다고 보나.


“그렇다. 같은 날 청와대와 당에서 나보고 탈당하라, 제명한다고 반격하기 시작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탈당했다. 김 전 대표는 불출마를 택했다. 탈당은 안 한다는 의미인가.


“남 지사는 저쪽(친박)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내가 종 치고 나간다 하고 나갔다. 나는 당 대표를 했던 사람이고, 6선 의원으로 당과의 인연이 가장 오래됐다. 1987년 통일민주당 때부터 당 밖으로 움직인 적이 없다. 나에게 탈당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선거일을) 역산해서, 그때까지 안 된다고 하면 도리가 없다. 그런 일이 안 생기길 바란다.”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겠다고 했는데.


“박 대통령이 미워서 탄핵하자는 게 아니라 국정 마비 사태가 오래되면 국가적 불행이 되기 때문이다. 광장에 매주 토요일 엄청난 인파가 모인다. 만약 사고가 터지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가게 된다. 광장의 분노를 틀 속으로 집어넣는 게 탄핵 절차다. 헌법을 위반한 대통령의 문제를 헌법적 틀 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탄핵안 국회 의결과 헌법재판소의 판결까지 모두 가능하다고 보나.


“본회의 의결은 문제없다. 헌재 판결도 가능하다고 본다. 노무현 대통령 때 헌재 판결문에 ‘앞으로 이런 범위는 탄핵 사유가 된다’고 나와 있는데 박 대통령의 잘못이 거기에 해당된다.”


-탄핵에 찬성하는 새누리당 비주류가 40여 명이란 보도가 있다.


“더 된다.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오늘 의원총회를 계기로 탄핵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쪽으로 바뀌고, (의원들이) 넘어오고 있다.”


-오히려 야당이 탄핵에 조심스러운 눈치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을 하야시켜서 선거 치르는 게 자기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니까 자꾸 그 길로 가고 정권퇴진 투쟁을 한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국가 운영을 비법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옳지 못하다. 지금이라도 문 전 대표는 흔쾌히 탄핵 절차를 밟는 데 동참하라고 얘기하고 싶다.”


-친박과 친문을 제외하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김종인 전 대표 등 모든 세력과 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정계개편을 해서 킹 메이커가 되려는 것인가.


“패권주의자들은 정치판에서 몰아내야 한다는 생각은 평소에도 가지고 있었다. 자기들끼리만 권력을 독점, 향유하려고 한다. 친노·친문·친박을 다들 그렇게 본다. 과거 선거를 보면 연대 세력이 다 집권했다. 보수가 단일 세력으론 어렵다. 이기기 위해서는 연대해야 한다.”


-그들의 의중을 타진해 봤나.


“본격적으로 하진 않았지만 여러 가지 역학관계를 놓고 봤을 때 김종인 전 대표는 오래전부터 (비패권지대 연합을) 시도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 잘 안 풀리고 있는데 큰 환경의 변화가 오면 할 수 있다.”


-안철수 전 대표의 국민의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당인데 보수세력 재집권에 같이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이 부분은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이 탄핵을 앞두고 정계개편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어서 탄핵될 때까진 그 얘기 하지 말라고 하더라. 너무 솔직한가. 명분은 많다. 동서화합이라든지….”


-친박 지도부가 물러나고 당내 혁신이 이뤄진다면 신당 만들 필요가 없어질 텐데 그러면 반 총장, 안 전 대표 등과 연대할 동력은 없어지는 것 아니냐.


“대선 본선에서 연대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후보 단일화를 할 수 있다. 저쪽 당(국민의당)을 진보 좌파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보수당과 연정을 할 수 있다.”


-당 일각에선 유승민 의원과의 연대설도 나온다.


“턱도 없다. 보수 재집권을 위해 내가 어느 한쪽 편 들면 되겠나. 주자들 다 모아서 1등 하는 사람 시키는 게 이기는 게 아니냐.”


-반 총장이 난국을 헤쳐나갈 역량이 있다고 생각하나.


“지금 정치는 정치인들이 해서 다 망쳐놨다. 오히려 세계를 경험하고 경영한 사람을 국민들이 원할 수도 있다고 본다. 트럼프가 당선된 것처럼.”


-반 총장이 기성 정당이 아닌 제3지대에서 세력을 구축하려고 한다는 얘기가 많다. 나중에 연대를 통해 보수대연합을 할 가능성은 없나.


“해야 한다. 안 하면 필패인데 무슨 방법이 있겠나. 개인의 대선 출마 경력만 만들어 주려는 게 아니다.”


-연대의 고리로 개헌을 본격 추진할 생각인가.


“개인적으론 대통령 직선 내각제가 좋겠다고 생각한다. 대통령 권력을 축소하는 분권형 개헌을 하자는 것인데, 내 고집을 꼭 피울 생각은 없다.”


-개헌을 성사시킬 시간의 여유와 리더십이 있다고 보는가.


“그게 문제다. 다른 정치세력들은 다 개헌을 해야 된다고 하는데 문재인 전 대표 쪽만 안 하고 있다. 민주당 안에서도 비문은 개헌해야 한다고 하고 안철수 쪽은 조금 소극적이다. 이번에 최순실 사건을 겪으면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안 일어나야 할 것 아니냐고 공감하고 있는데, 그럼 개헌에 동의를 해야 한다.”


-개헌은 각론에 들어가면 생각이 다 다르기 때문에 합의안을 만들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개헌안에 대해선 충분히 논의와 연구가 돼 있기 때문에 개헌특위만 가동되면 빨리 할 수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개헌파였기 때문에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헌특위를 구성하는 것을 합의했는데 최근 발을 빼고 있더라. 그래서 탄핵과 개헌특위를 (패키지 딜로) 엮으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통과시키고 대통령 직무정지 상태에서 정치권이 개헌특위를 발족시켜 개헌안을 만들어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구상인가.


“그게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다. 된다는 보장은 없다.”


-김 전 대표의 불출마에 대해 일각에선 어차피 새누리당의 단독 재집권이 어려우니 개헌을 해서 총리를 하자는 구상에서 나온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싱긋 웃으며 경상도 사투리로) 누가 시켜준다 하나.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면 내 맘을 비워야 일이 성사되더라. 계산을 가지고 하면 일이 안 된다.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돼도 나는 어떤 임명직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일을 맡지 않았나. 좌파 집권을 막아야겠다고 올인하기 위해 개인의 꿈도 접고 하는 거다.”


-문재인 전 대표와 경남중 동문이다. 문 전 대표와 연대할 수 있는 거 아니냐, 연락이 오가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문 전 대표와는 정체성이 다르다.”


-개헌이 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독일은 좌우 연정을 하고 있지만 우리가 바로 그렇게 하기는 빠르다. 시간이 필요하다. 이건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고민인데 우리 사회가 진영 논리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해 아무것도 못한다. 보수 진보 벽도 허물어져야 한다. 합리적인 길로 가야 한다. 하지만 당장 우리가 좌파 진보라고 하는 그 당하고 연대하고 손을 잡는 것을 현실적으로 국민들이 이해해주겠나. 정치인은 표도 얻어야 하는데.”


따지고 보면 김 전 대표는 원조 친박이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박근혜 캠프에 합류했다. 그간 정치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박 대통령과 만난 것이다. 2007년 사무총장 맡아달라는 청을 뿌리치지 못해서 여기까지 왔다. 인연이란 그런 것이다”고 했다.


이정민 기자, 이우연 인턴기자 lee.j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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