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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작곡, 회화, 요리법 개발…창작활동 나선 인공지능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인공지능(AI)의 시대에 사람의 몫으론 무엇이 남을까요. 우리는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학습해 문제를 풀기 때문에 암기와 데이터 해석에는 탁월한 능력을 보이지만 창의적인 발상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미래에는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더 각광받을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죠. 그런데 인공지능에 해박한 로봇 코다는 그런 생각이 틀릴 수 있다고 꼬집습니다. 인공지능도 얼마든지 창의력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죠. 코다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로봇 코다예요. 인공지능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여기에 왔죠. 소중 친구들도 인공지능에게는 창의력이 없어서 예술가나 발명가가 하는 창작활동은 하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그건 편견이에요. 인공지능도 창의력을 발휘한 사례가 있거든요.

인공지능과 창의력

원숭이가 찍은 셀카 저작권은 누구에게

2011년 원숭이가 사진 작가의 카메라로 찍은 셀카가 인터넷에 퍼지자 저작권을 놓고 논쟁이 일었다.

2011년 원숭이가 사진 작가의 카메라로 찍은 셀카가 인터넷에 퍼지자 저작권을 놓고 논쟁이 일었다.

국제 지적재산권 기구의 자문역을 맡고 있는 영국 세레이 법대의 라이언 애보트 교수는 올해 2월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어요. 인공지능이 스스로 발명한 경우, 발명자로서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한 것이죠. 그리고 인공지능이 스스로 발명했다고 인정할 만한 몇 가지 사례를 제시했어요. 첫 번째 사례는 1994년 공개된 ‘창의 기계(creative machine)’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에요. 이 인공지능은 스스로 칫솔을 설계하고 테러리스트를 인터넷을 통해 검색하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두 번째 사례는 2005년 개발된 ‘발명 기계(invention machine)’라는 프로그램이에요. 유전자알고리즘을 이용해 새로운 기계제어 기술을 개발했죠. 마지막 사례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IBM 왓슨 시스템이에요. 이 인공지능은 재주가 많은데, 영양성분과 맛까지 고려한 새로운 요리법을 창안하기도 했죠.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인공지능에게 특허권·저작권과 같은 지적재산권을 부여하는 것이 맞을까요. 맞다면, 그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한 사람에게 권리를 줘야 할까요. 원래 지적재산권은 창의적 활동을 실제로 하는 주체에게 부여하도록 되어 있어요. 그런데 만약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개발한 기술의 특허권을 인공지능 프로그램 개발자에게 부여한다면, 실제 발명주체가 아닌 제3자에게 권리를 주는 셈이죠. 프로그램 개발자는 비록 인공지능 프로그램 자체는 만들었지만, 그 프로그램이 스스로 개발한 기술을 재현하거나 개량시킬 재주는 없거든요. 또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그 기술을 어떻게 개발했는지 속내를 알지도 못하죠. 애보트 교수는 이런 이유를 들어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발명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거예요.

인공지능에 관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유사한 법정 소송 사례가 최근 일어났어요. 원숭이 셀카 소송 건입니다. 데이비드 슬래이터라는 사진작가는 나루토라는 원숭이에게 셀카를 찍도록 했어요. 그리고 나루토가 찍은 셀카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자신이 가지려고 했죠. 그런데 미국 저작권 사무소에서는 이런 경우는 저작권 대상이 아니라고 판정했고, PETA라고 불리는 동물윤리단체에서 오히려 원숭이 나루토에게 저작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미국 연방 지방법원에 소송을 냈어요. 판결은 어떻게 났을까요. 올해 1월 미국 연방 지방법원의 윌리엄 오릭 판사가 사람이 아닌 존재에게는 지적재산권을 부여할 수 없다고 거부했고, 현재는 상급 법원에 항소 중이에요.

인공지능의 내면 세계 ‘딥드림’

그럼 이제는 본격적인 인공지능의 창의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올해 4월 마이크로소프트와 네덜란드 연구진이 함께 발표한 ‘넥스트 렘브란트 프로젝트’는 인공지능이 예술적 창작활동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줘요. 딥러닝이라고 불리는 기계학습 기술을 이용해 인공지능 프로그램에게 렘브란트 작품의 화풍 요소를 학습시키고 새로운 그림을 그리도록 주문했더니, 인공지능은 마치 렘브란트 작품처럼 느껴지는 그림을 그려냈어요. 놀랍죠?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오른쪽 위)에서 영감을 얻어 구글 인공지능(AI)이 그린 그림(아래).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위)에서 영감을 얻어 구글 인공지능(AI)이 그린 그림(아래).

구글도 비슷한 실험을 했어요.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인공지능 프로그램에게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모사(따라 그리는 것)하도록 한 것이죠.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딥러닝 기술로 학습해 기억하고 있는 모습과 고흐의 작품을 연결해 매우 독특한 작품을 그려냈어요. 이 방법으로 구글 인공지능이 그린 29점의 작품은 올해 2월 샌프란시스코 미술 경매소에서 팔리기도 했어요. 이 작품들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내면 세계, 즉 꿈속을 들여다 보는 것 같다고 해서 딥드림이라고 불려요.

인공지능의 창작활동이 미술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에요. 지난해 여름 미국 예일대 도냐 퀵 교수가 개발한 ‘쿨리타’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음악 작곡에 대한 튜링시험을 통과했어요. 튜링시험은 현대 컴퓨터 이론의 창시자인 앨런 튜링이 주장한 것으로 인공지능의 지적능력을 평가하는 잣대로 쓰이죠. 시험은 이렇게 진행됐어요. 100명의 청중에게 쿨리타가 작곡한 음악과 사람이 작곡한 음악을 섞어서 들려준 후 사람이 작곡한 것을 집어내도록 주문했죠. 100명의 청중들은 사람이 작곡한 음악보다 쿨리타가 작곡한 음악을 더 많이 선택했어요. 창의력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예술적 창작활동을 인공지능이 수행하고 있는 것이죠.

렘브란트풍 그림과 프로그램 코드를 오버랩시킨 사진.

렘브란트풍 그림과 프로그램 코드를 오버랩시킨 사진.

넥스트 렘브란트 프로젝트로 렘브란트의 화풍을 모방해 마이크로소프트 인공지능이 그린 자화상.

넥스트 렘브란트 프로젝트로 렘브란트의 화풍을 모방해 마이크로소프트 인공지능이 그린 자화상.

광학현미경을 이용해 만든 투명 뇌지도. 신경세포 하나하나가 보인다.

광학현미경을 이용해 만든 투명 뇌지도. 신경세포 하나하나가 보인다.

이도헌 교수는 카이스트에서 컴퓨터 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2002년부터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 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2013년 부터 미래창조과학부 유전자 동의보감 국책사업단을 맡아 인공지능을 이용한 컴퓨터 가상 인체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도헌 교수는 카이스트에서 컴퓨터 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2002년부터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 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2013년 부터 미래창조과학부 유전자 동의보감 국책사업단을 맡아 인공지능을 이용한 컴퓨터 가상 인체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소중 독자들은 어떤가요.

아직도 인공지능에게 창의력이 없다고 생각되나요? 아니면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믿었던 창의력마저 인공지능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앞서나요?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여러분에게 코다는 ‘인공지능이 침범하지 못할 영역을 애써 찾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오히려 인공지능을 받아들이고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라는 이야기를 전했어요.

미래에 유망한 진로 분야를 찾기 위해 저울질하지 말고, 자신이 보람과 흥미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분야를 찾아보라는 것이죠.

창의력의 정체는

창의력이 도대체 어디서 오는지 궁금해 하는 소중 독자들을 위해 저 코다가 한 걸음 더 들어가 봤어요. 창의력은 ‘뇌의 어느 영역이 담당하고 있을까?’에 대해서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어요. 고전적으로는 좌뇌가 합리적·계획적 활동을 주관하고, 우뇌가 감성적·창의적 활동을 주관한다고 알려져 왔죠. 최근에는 뇌 영상판독이나 생화학 분자실험 등 과학기술을 통해 좀더 자세하게 창의력의 근원을 탐사해가고 있죠.

미국 스탠퍼드 의대에서는 지난해 5월 ‘픽쇼너리’라는 게임을 이용해 창의력을 담당하는 뇌 영역을 추적해 봤어요. 픽쇼너리는 추상적인 개념을 가진 단어를 제시하면 그림으로 형상화하는 게임이에요. 예를 들어 ‘탈진’이라는 단어를 주면 ‘비틀거리는 사람’을 그려서 형상화하는 식이죠. 그리고 단어로부터 그림을 구상하는 활동에 창의력이 동원된다고 전제하고 뇌 영상을 판독했어요. 그 결과 계획적·논리적 사고활동을 담당하는 좌측 전전두엽(전두엽의 앞부분)이 억제되고 신체 움직임을 관장하는 영역으로 알려진 소뇌가 활성화되는 걸 관측할 수 있었죠. 또 플로리다 대학의 케네스 헬만 교수팀은 창의적인 활동을 할 때, 기억을 상기하는 부신수질호르몬이 감소한다는 것을 밝혀냈어요.

즉 창의력이 발휘될 때는 계획적인 사고로부터 자유로워지고, 기억이나 경험에 집착하지도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어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창의력이 발현되는 메커니즘을 밝히지 못했지만, 뇌 과학자들은 특정 뇌 영역이 독자적으로 창의력을 담당한다고 보지 않아요. 오히려 뇌 전체의 여러 영역 간 활발한 상호작용을 통해 창의력이 발현된다고 생각하고 있죠.

※이 기사는 중앙SUNDAY 11월 20일자에 실린 글을 필자의 허락을 받아 재편집한 것입니다.

정리=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글=이도헌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 공학과 교수,
사진=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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