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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5만촛불'에 대형 걸개그림 '물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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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이 부는 궂은 날씨도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광주시민의 분노를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26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제5차 박근혜 퇴진 광주시국 촛불대회'에는 쌀쌀한 날씨와 굵은 빗줄기 속에서도 5만여 명(경찰추산 1만2000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시작된 이날 집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목소리가 옛 전남도청 안팎에 울려퍼졌다.

  비옷을 입은채 촛불과 우산을 손에 든 참가자들은 '이게 나라냐' '박근혜 체포' 등의 피켓을 들어올리며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시민들과 학생들의 자유발언이 끝날 때마다 촛불을 흔들며 국정농단 사태를 성토하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이날 광주 집회에서는 80~90년대에 많이 사용됐던 대형 걸개그림이 등장했다. 지난 19일 4차 집회 당시에 진행된 '횃불시위'에 이은 5·18민주화운동 재현 퍼포먼스다. 시민들은 '박근혜 체포' '우리가 주인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을 손으로 받쳐들며 차례로 뒤에 앉아있는 시민들에게 넘겨줬다. 가로 8m, 세로 30m짜리 펼침막은 거대한 물결을 이루며 옛 전남도청 앞 무대 쪽부터 금남로 옛 한국은행 앞쪽까지 퍼져 나갔다.

  1차 촛불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오후 8시30분쯤 촛불을 들고 행진했다. 촛불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은 공연과 퍼포먼스를 통해 밤이 깊을 때까지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이날 광주집회에서는 시민과 학생들은 이날 집회에서 공연과 퍼포먼스를 통해 '최순실 게이트'를 비판했다. 숭일고 학생 30여 명은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원 데이 모어(One day more)'를 개사한 노래를 선보였다. 학생들은 '민중들이 외치고 우주가 도와줄 때 비로소 민중을 위한 나라가 오리라'고 개사한 노래를 통해 국정농단 사태를 풍자했다.

  광주 지역 엄마들의 모임인 '착한 엄마' 회원들은 '엄마가 말(馬)은 못 사주지만 바른 세상 만들자' '정의의 이름으로 용서하지 않겠닷'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에 동참했다.
  국토 서남단에서도 "박근혜 퇴진"…흑산도 등 전남에서도 '2만 촛불'

전남 지역 22개 시·군 중 18곳에서도 2만여 명(경찰추산 7000명)의 도민이 촛불을 들었다. 이중 국토의 서남단에 위치한 신안군 흑산도에서도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이 밝혀졌다. 이날 흑산도 섬마을 주민 100여 명은 '박근혜 퇴진' '이게 나라냐'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어 보이며 구호를 외쳤다. 육지에서 93㎞ 떨어진 흑산도는 목포에서 하루 4차례 운행되는 쾌속선을 타고 2시간이 걸리는 섬이다.

흑산도 주민들은 이날 집회를 통해 최순실 사태로 촉발된 국정농단과 관련한 심정을 자유발언을 통해 쏟아내기도 했다. 이영일 흑산도운동본부장은 "요즘 흑산도에서도 두 사람만 만나면 박 대통령 퇴진 얘기가 나온다"며 "대통령은 당장 권좌에서 내려와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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