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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심리 7년 만에 최악 “경제사령탑 공백 해결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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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민의 경제심리가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추락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파동으로 인한 국정 공백과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 등에 따라 경제 불안감이 고조된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경제심리 회복을 위해서는 ‘경제사령탑’부터 확실하게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5.8로, 전달(101.9)보다 6.1포인트 급락했다.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9년 4월의 94.2 이후 7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현재 국민의 경제심리가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의미다. CCSI는 전국 2200개 도시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17개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현재경기판단지수 등 6개를 종합해 산출한다. 100보다 높으면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 심리가 장기 평균보다 낙관적이라는 의미이고, 100 아래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CCSI는 7월부터 지난달까지 4개월 동안 100선 위에서 보합권을 유지해 오다가 이번에 급락했다.

심리지수 95.8 금융위기 뒤 최저
내년 경제성장률 더 떨어질 우려
유일호·임종룡 어정쩡 공존 끝내고
경기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설 때

세부 지수들도 대부분 크게 악화했다. 6개월 전과 현재의 경기 상황을 비교하는 현재경기판단지수는 60으로 한 달 전보다 12포인트 급락했고, 6개월 뒤의 전망을 나타내는 향후경기전망지수도 16포인트 폭락한 64로 집계됐다. 취업기회전망지수도 11포인트 하락한 68에 그쳤다. 모두 금융위기 때인 2008~2009년 이후 최저치다. 가계수입전망지수·임금수준전망지수·소비지출전망지수 등도 모두 하락했다. 물가는 상승, 가계부채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모든 분야에 걸쳐 경제심리가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전망대로라면 소비자는 당분간 지갑을 계속 닫고 있을 수밖에 없다. ‘소비절벽’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면 2%대 초반까지 점쳐지는 내년 경제성장률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유일호(左), 임종룡(右)

유일호(左), 임종룡(右)

더욱 암울한 건 뾰족한 대안도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구조조정을 통한 성장률 제고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키로 하고 이날 ‘조선·해운·철강·석유화학 업종별 경쟁력 강화 방안 액션플랜’을 발표했다. 정부는 3조2000억원을 투입해 군함 3척을 연내에 발주하는 한편, 내년 1분기 중 선박 설계 전문회사도 설립하기로 했다. ‘한국선박회사(가칭)’를 설립하고 ‘선박펀드’ 규모도 5000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에선 ‘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을 통해 인수합병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금융과 세제 지원에 나선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사실상의 ‘경제사령탑 공백’ 사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정 공백으로 인해 유일호 현 경제부총리와 임종룡 차기 경제부총리 내정자가 공존하는 어정쩡한 상황부터 종결해야 한다는 얘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경기 침체의 구조화와 추가적인 경제성장률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를 재정립하고, 적극적인 재정·통화정책을 펴 경기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석·이승호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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