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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비문 ‘탄핵 이후’ 동상이몽…“호헌파·개헌파 나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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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순실 국정 농단 결론 못 낸 민주당 의총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오른쪽)와 우상호 원내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대통령의 탄핵안 제출을 12월 2일과 9일 중 언제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오른쪽)와 우상호 원내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대통령의 탄핵안 제출을 12월 2일과 9일 중 언제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25일 긴급 소집된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는 44분 만에 끝났다. 탄핵안 제출 디데이를 오는 12월 2일과 9일 중 어느 쪽으로 할 건지조차 결정하지 못했다. 이날 의원총회에선 당 지도부 외에 4명만 발언했다. 7선의 이해찬 의원이 “(박 대통령이) ‘12월 말 사퇴한다’는 낭설에 동요되지 말고 12월 초에 탄핵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당부한 정도였다.

“탄핵 통과 뒤 체제 변화 준비해야”
비문 등 당 안팎 개헌파 결집 움직임
문재인 “개헌은 여당 책임 물타기”

의총에 참석한 민주당 관계자는 “지도부 입장이 팽팽하게 갈려 있다 보니 다들 선뜻 나서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의총에 앞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제 야 3당이 하나로 뭉쳐 튼튼한 야권 공조 속에서 탄핵을 관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탄핵 연대’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추미애 대표는 “탄핵 발의와 의결은 (국회의원) 각자가 역사적 사명을 갖고 판단해야 하는 일”이라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곧바로 양향자 최고위원은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왼손은 야권과 잡고, 오른손은 박근혜 정부 부역자들과 잡고 싶은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 탄핵 찬성 의원들은 고해성사의 당사자일 뿐 연대 대상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친문으로 분류되는 지도부의 이 같은 반응은 탄핵 이후 정국을 예상한 것이란 분석이다. 친문계는 탄핵안이 국회와 헌법재판소를 통과할 경우 당내 비문재인계와 국민의당, 새누리당 비박계가 개헌을 명분으로 ‘제3지대’를 형성해 정계 개편을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도 이날 경기대를 방문해 “개헌론에는 박 대통령과 공범인 여당의 책임을 물타기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면서 개헌 추진 움직임을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역공에 나섰다. 박 위원장은 친문계를 겨냥해 “험난한 고개를 넘을 때는 악마의 손도 잡는다. 새누리당 협력 없이는 탄핵안 통과가 불가능한데, 지금 (출신) 성분을 분석하는 게 목표가 아니다”고 받아쳤다.

개헌 불씨를 살려 동의하는 세력을 모으려는 움직임도 가속화했다.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은 이날 ‘현 시국과 개헌, 그리고 제3지대’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엔 민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대표, 새누리당 출신 정의화 전 국회의장도 나왔다. 손 전 대표는 토론회에서 “(친문계가) 탄핵과 개헌이 같이 갈 수 없다고 하는데 국회가 탄핵안을 통과시키고 난 뒤에는 체제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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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위원장도 “(친문계의) 목표가 탄핵안 가결에 있는지 부결에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민주당의 한두 사람이 방해하더라도 정의로운 새누리당 의원들이 협력해 (탄핵안이) 가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에는 “당신들(친문)이 바라는 대로 (탄핵안이) 부결되면 대통령 (선거에서) 이길 것 같은가”라고 적었다.

이날 민주당 의총장을 나서던 비문계 변재일 의원은 기자들에게 “많은 의원이 탄핵 정국에서 어떻게 개헌 정국으로 빨리 돌릴지 생각하는데, 한쪽(친문)에선 이를 결사 저지하려고 하고 있다”며 “이제 (당내에) 호헌파와 개헌파로 나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이지상·안효성 기자 ground@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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