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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흥, 붓으로 그려낸 단원·혜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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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손철주 지음, 김영사
284쪽, 1만4800원

손철주(62)씨는 우리 옛 그림을 소재로 글 쓰고 강의하는 이다.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사람 보는 눈』 등 미술교양 스테디셀러를 펴낸 그가 이번에는 “옛 그림의 가만한 멋과 국악의 곰삭은 맛”을 접붙여 ‘흥(興)’ 한마디로 엮은 강연 모음을 선보였다. 지은이는 음악은 ‘소리가 그리는 그림’이요, 그림은 ‘붓이 퉁기는 음악’이란 시각에서 우리 옛 음악이 그림 속에 들어앉은 양식을 셋으로 나눠 살폈다.

첫째는 은일(隱逸). 세상과 떨어져 숨어사는 은사가 외롭지 않은 까닭은 음악이 있기 때문이다. 단원(檀園) 김홍도(1745~1806 이후)의 ‘생황 부는 소년’은 온갖 악기를 능숙하게 다뤘던 단원의 음악 감각을 보여준다. 독락(獨樂)의 아름다움이 걸출한 화면 속에 눈부시다. 둘째는 아집(雅集). 지음(知音), 지기(知己)가 녹아든 우아한 사귐의 경지다. 이인문(1745~1821)의 ‘설중방우(雪中訪友)’는 진정한 소통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셋째는 풍류(風流). 멋스럽게 노는 풍경 속에 음악이 빠질 수 없다. 혜원(蕙園) 신윤복(1758~미상)의 ‘상춘야흥(賞春野興)’은 양반이 악사, 기녀와 더불어 봄놀이 하는 자태가 영화의 한 장면같다.

“옛 그림과 소리의 정분을 알면 흥이 절로 난다”는 지은이의 해박과 입담이 오달지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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