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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팔·다리 없이 태어난 불완전 인생…희망 전도사로 키운 부모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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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완전하지 않아도 충분히 완벽한
보리스 부이지치 지음
정성묵 옮김, 두란노
312쪽, 1만5000원

“두 분은 정말 특별한 부모군요.” 닉 부이지치의 아버지인 저자가 자주 듣는 말이다. 1982년 팔다리 없이 태어난 닉은 몇해 전 아들을 낳았고, 전세계를 누비며 희망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저자고, 페이스북 친구가 750만명, 트위터 팔로워가 35만명이다.

이런 아들을 키웠으니 얼마나 대단한 부모일까. 하지만 이들은 산부인과 분만실에서 닉을 처음 봤을 때 폐에서 모든 공기가 빠져나가는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닉의 어머니는 한동안 아들을 쳐다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입양 기관에 맡기는 것도 진지하게 검토했다. 평생의 고통을 예감했기 때문이다.

하루씩 또 하루씩, 오늘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빛이 조금 보였다. 부채처럼 엄습하는 쓸모없는 걱정 대신 눈 앞의 하루하루를 잘 보내는 일에 힘을 쏟았다. 닉에게 당장 필요한 것들을 해결해주고 더 많이 안고 토닥였다. 아이는 혼자서 해냈다. 늦게나마 뒤집기에 성공했고 소파나 벽에 이마를 대고 일어나는 법을 터득했으며 결국 걷기까지 했다. 아무도 가르친 적이 없었다.

대부분 부모들은 계획대로 아이가 클거라 생각한다. 아이에게 장애가 있을 때 고통을 느끼는 것도 이 생각 때문이다. 아이를 ‘정상적으로’ 만들어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닉처럼 부모의 그릇이 넘칠만큼 크게 자라난다. 아들의 불완전함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던 아버지를 일으켜세운 것은 바로 그 아들이었다. 어린 닉은 “부러질 팔 다리도 없는데 걱정마요”라고 외치며 친구들과 격하게 뛰어놀았다. 부모는 아들의 열렬한 응원단장으로, 팬으로 변해갔다.

물론 모든 일이 수월하게 되진 않았다. 10대 닉은 욕조에서 몇번이고 자살 시도를 했다. 아버지는 아들 마음의 어두운 구석을 놓치고 후회를 했다. 저자는 이런 구체적 일화를 들려주며 장애아를 둔 부모들에게 실질적 조언을 해준다. 장애를 발견한 후 절망에서 벗어나는 방법, 비장애인 형제와의 관계를 만들어주는 법 등이다. 바탕에는 사랑이 있다. 진부한 결론이라 할지 모르지만, 진솔한 이야기들이 언제나 도달하게 되는 결론이기도 하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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