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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영화 표 한 장이 10만원? ‘팬심’ 울리는 암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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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진 시간

가려진 시간

“‘가려진 시간’(11월 16일, 엄태화 감독) 스타 라이브톡 티켓 한 장 판매합니다. 쪽지, 일대일 주세요. B열 중앙 6만원.” 최근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판매 글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열리는 VIP 시사회·스타 라이브톡·쇼케이스·무대 인사·GV(관객과의 대화) 등은 관객이 배우를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중고 거래 사이트나 SNS에서는 이러한 기회를 틈타 ‘팬심’을 노린 영화 암표 거래가 기승을 부린다.

특히 인기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의 경우, 이런 행사들의 티켓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실제 거래가 성사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거래가가 원가보다 2~3배 높은 경우가 많다. 9000~2만원 정도인 영화 티켓은 대체로 5만~10만원에 팔리고, A~C열 중간 자리의 경우 추가금이 붙기도 한다.

나의 소녀시대

나의 소녀시대

올해만 해도 암표 문제가 불거진 영화가 여럿 있었다. 올봄 개봉해 흥행 열풍을 일으킨 대만 영화 ‘나의 소녀시대’(5월 11일 개봉, 프랭키 첸 감독). 이 영화가 인기를 끌자 주연 배우 왕대륙이 방한했고, 영화 관람 후 왕대륙의 무대 인사를 볼 수 있는 상영회 티켓은 무려 10만원 넘는 고가에 거래됐다. 이 때문에 수입사 오드 측에서는 “부적절한 거래 적발 시에는 해당 티켓을 즉시 취소하겠다”는 내용의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또 ‘밀정’(9월 7일, 김지운 감독) ‘아수라’(9월 28일, 김성수 감독) ‘가려진 시간’ 등은 무대 인사가 포함된 회차의 티켓이 장당 5~6만원에 팔렸다는 후문. 지난 10월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너의 이름은.’(2017년 1월 개봉 예정,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경우, 본래 6000원이던 티켓 가격의 10배 가격인 6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인기 배우가 등장하지 않는 애니메이션인 데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도, 미리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팬들의 마음을 이용해 불법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1.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가려진 시간’ 무대 인사 티켓이 4만원에 거래 중이다.

1.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가려진 시간’ 무대 인사 티켓이 4만원에 거래 중이다.

‘나의 소녀시대’의 주연 배우 왕대륙을 보기 위해 10만원에 표를 구하려는 이들도 많았다

2. ‘나의 소녀시대’의 주연 배우 왕대륙을 보기 위해 10만원에 표를 구하려는 이들도 많았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법. 높은 가격에도 거래는 왕성하다. ‘표를 판다’는 암표상만큼이나 ‘프리미엄(할증금)을 더 주고 사겠다’는 이들도 많다. 직접 거래해 보기 위해 ‘가려진 시간’ 무대 인사 티켓을 5만원에 판다는 이에게 쪽지를 보냈다. 5분도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그는 “B열 정중앙 자리이고, 주말 오후 시간대라 가격 조정이 힘들다”며 “살 사람 많으니 빨리 결정하라”고 재촉했다.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었다.

최근엔 암표 판매 글을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영화사나 극장에 신고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SNS에는 “왜 영화 표로 재테크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제도적으로 개선됐으면 좋겠다” “단관 극장 시절 성행하던 암표상들이 이젠 온라인에서 활동하다니 속상하고 난감하다”는 내용의 글들이 꾸준히 올라온다. 문제는 행정적 제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영화 티켓을 현장에서 주고받는 행위는 처벌할 수 있지만, 온라인 거래는 아직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다. 온라인 암표 거래가 경범죄 처벌법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

이에 대해 한 영화 홍보사 관계자는 “암표 거래 단속과 적발 시 강제 퇴장 등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지만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 온라인 암표는 사실상 방치돼 있다고 보면 된다”며 “시사회의 경우 신분증 검사를 철저히 하고, 부적절한 거래가 발견되면 즉각 표를 취소시키고 있지만, 여전히 정가 이상으로 암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을 위해 암표가 근절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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