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 떠나고 롯데 온다”…남양주 부동산 시장 들썩

중앙일보

입력 2016.11.25 01:13

업데이트 2016.11.2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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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 22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면 퇴계원리 주택가. 왕숙천변 군부대와 낡은 주택만 눈에 띄어 을씨년스러웠다. 도로도 왕복 2차로로 협소했다.

성주 사드 부지와 교환 발표 이후
주변 아파트 값 1500만원 뛰어
현장도 안 가보고 묻지마 계약

하지만 주택가와 인접한 상가 지역에 있는 부동산 업소는 문전성시를 이뤄 대조적이었다. K공인중개사사무소 이모(45) 대표는 “ ‘군부대 부지가 롯데의 경북 성주골프장 부지와 맞교환이 추진된다’ 는 지난 16일 국방부 발표 후 그날 오전 1억9500만원에 매매된 퇴계원역 주변 24평형(전용 59.7㎡) 아파트가 오후에는 1500만원 오른 2억1000만원에 거래됐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라면 한 달에 두 세 채 거래되는 비수기인데 국방부 발표 후 불과 사흘 만에 매물로 나와 있던 중소형 아파트 10여채를 각각 1500만원가량 오른 가격에 거래했다”고 덧붙였다. 아파트 매물로 나와 있던 24평형과 32평형(84.7㎡) 등 아파트 10여 채는 가격 상승 기대감에 매도자들이 거둬들인 상태라고 했다.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면의 한 군부대 부지. 사드 포대가 배치되는 롯데그룹 소유의 경북 성주골프장 부지와 맞교환하기로 최근 결정됐다. [사진 전익진 기자]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면의 한 군부대 부지. 사드 포대가 배치되는 롯데그룹 소유의 경북 성주골프장 부지와 맞교환하기로 최근 결정됐다. [사진 전익진 기자]

국방부가 지난 16일 고고도 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가 배치되는 경북 성주군 롯데스카이힐 골프장 부지와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 소재 군(軍) 소유 부지의 교환을 추진한다고 밝힌 후 퇴계원 일대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주민들은 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퇴계원 지역 제2군수지원사령부 예하 15보급대·7급양대 부지가 교환 대상이다. 이 부지는 20만㎡ 규모로 공시지가는 1400억원 수준이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24일 현재 부대와 500m가량 떨어진 퇴계원역 주변 아파트의 호가(부르는 값)와 매매가는 국방부 발표 후 중소형의 경우 1500만~2000만원가량 올랐다. 아파트 매물은 일부 소화된 물량 외에는 자취를 감췄다. 32평형(84.7㎡)의 경우 호가는 국방부 발표일 이전보다 2000만원가량 올랐다. D중개업소 관계자는 “국방부 발표 후 일부는 아파트를 직접 가보지도 않고 등기부등본 등 서류만 보고 그 자리에서 계약하기도 했다”며 “그런 경우는 대부분 실수요자가 아닌 투자자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은 군부대 부지의 개발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퇴계원 지역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나들목(IC)과 전철역이 있는 교통 요지인데도 군부대 4곳이 수십년간 주둔하면서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다.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2011년 뉴타운 개발을 추진하다가 무산되기도 했다. 최근 아파트 단지가 일부 들어서고 있긴 하지만 변변한 쇼핑몰 하나 없는 낙후된 주택 밀집지역이다.

주민들은 군부대 자리에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시설이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순임(57·여) 퇴계원리 이장협의회 부회장은 “군부대로 인해 수십년간 퇴계원 지역이 낙후돼 왔던 만큼 대형 쇼핑몰과 주상복합아파트 등이 들어서야 한다”며 “물류단지 등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김순희(65·여) 퇴계원20리 이장은 “서울과 인접한 노른자 땅에 롯데 측이 주민과 상생할 수 있는 시설을 조성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석우 남양주시장은 “롯데 측이 개발계획을 수립하면 지구단위계획 수립 등 행정적 지원을 신속히 제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부동산값 급등에 따른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부지 맞교환은 물론 쇼핑몰 등 개발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다보니 ‘개발후광 효과’를 노린 성급한 부동산 매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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