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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멜버른의 별난 커피 향, 서울 거리에 솔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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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유명 로컬 커피, 잇단 상륙

요즘 유럽과 호주 등에서 이름난 유명 로컬 커피 로스터리 브랜드가 서울에 속속 상륙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의 보난자 커피, 호주 멜버른의 듁스 커피, 영국 런던의 스퀘어마일 커피가 대표적이다. 커피 애호가라면 여행 가서 꼭 들른다는, 현지의 스페셜티 커피 트렌드를 이끄는 브랜드들이다.

가게 문 열기 전부터, 손님 몰려

지난 1일 서울 한남동에 문을 연 mtl카페. 의류·잡화 편집 매장인 모어댄레스 한쪽에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들어온 작은 카페지만, 가오픈 기간부터 사람이 몰렸다. 독일 베를린의 ‘보난자 커피’를 맛볼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부터다. 베를린에 가면 꼭 가봐야하는 커피집으로 유명한 보난자 커피는 2006년 문을 연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다. ‘보난자 커피 히어로즈’와 ‘보난자 커피 로스터스’ 두 곳의 카페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mtl카페 우상규 대표(27)는 “베를린에 출장 갔다가 ‘보난자 커피 히어로즈’를 일부러 찾았다”며 “소문대로 커피 맛도 좋고 카페 분위기에 반해 보난자 측에 러브콜을 보냈다”고 말했다. 보난자 커피는 꽤 오래 전부터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 회자되던 브랜드다. 유럽의 스페셜티 커피 정보를 영어로 서비스하는 온라인 매거진 ‘유러피안 커피 트립(European Coffee Trip)’은 2016년 베스트 카페 5로 보난자 카페를 선정하기도 했다.

알베르 랩의 윤성수 대표는 “스페셜티 커피는 원두를 가볍게 볶아 맛과 향을 섬세하게 살리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알베르 랩의 윤성수 대표는 “스페셜티 커피는 원두를 가볍게 볶아 맛과 향을 섬세하게 살리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호주 멜버른의 ‘듁스 커피’ 쇼룸도 서울에 있다. 커피를 잔으로도 판매하지만 카페 영업보다는 듁스 커피 원두를 소개하는 목적이 더 크다. 듁스 커피는 호주의 5대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 중 하나로 2008년 브런치 카페 형태로 처음 문을 열었다. 1개의 플래그십 카페를 운영하면서 듁스 커피의 원두를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듁스 커피를 한국에 정식 수입한 제네럴포스트오피스는 지난 6월 상수동에 쇼룸을 열고 원두를 판매하는 동시에 카페 컨설팅 작업도 진행한다. 제네럴포스트오피스 이기훈 대표(30)는 현지 듁스 커피에서 4년 동안 바리스타로 일한 인연이 있다.

또 강남역 근처의 카페 알베르 한쪽에 숍인숍 형태로 문을 연 알베르 랩에서는 현재 영국에서 가장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스퀘어마일’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지난 7월말 문을 연 알베르 랩 윤성수 대표(32)는 “전 세계 바리스타들의 롤모델인 제임스 호프만이 수장으로 있는 스퀘어 마일은 최상급 원두로 영국 스페셜티 커피 시장을 선도해 나가는 브랜드”라며, 영국 유학 당시 접한 스퀘어마일을 한국에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지만 강한, 로컬 브랜드의 힘

세 커피 브랜드의 공통점은 규모는 작지만 개성있는 로컬 스페셜티 커피라는 점이다. 스타벅스 등 대형 체인 브랜드와 차별화하는 지점이다. 고품질 원두를 잘 관리하고 섬세한 추출방법에 대한 연구를 더해 최상품 커피를 제공한다. 스페셜티 커피는 1982년 설립한 미국 스페셜티협회(SCAA)가 원두 생산지·향미·맛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80점을 넘게 준 생두로 만든 커피를 지칭한다. 보통 스페셜티 커피로 분류되는 생두는 상위 7%에 속한다.

듁스 커피를 소개하는 제네럴포스트오피스의 이 대표는 “제대로 스페셜티 커피를 하는 브랜드의 특징은 모든 생산 과정이 투명하다는 것”이라며 “산지는 물론 재배한 농부 정보까지 전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흔히 스페셜티 커피의 원조로 미국의 3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인 블루보틀·인텔리젠시아·스텀프타운 커피를 꼽는다. 각각 오클랜드·시카고·포틀랜드를 대표하는 1세대 스페셜티 커피다. 이미 지나간 느낌의 ‘1세대’로 불리는 이유는 최근의 스페셜티 트렌드보다 10년 이상 앞서 시작하기도 한 데다, 독립 로스터리가 아니라 외부 투자를 받아 대형 커피 브랜드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리젠시아는 한국에만도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목동점, 현대 시티 아울렛 동대문점과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송도점 등으로 매장이 여러 개 있다.

스퀘어마일 헤드 로스터를 지낸 커피 전문가 박상호씨는 “스타벅스 등 대형 커피 체인점과 차별화한 질 좋은 커피를 제공한다는 스페셜티 커피 바람은 10여년 전 미국에서 시작됐다”며 “이 같은 흐름이 독일과 호주·영국 등에 영향을 끼치며 최근엔 보난자와 듁스·스퀘어마일 같은 독립 로스터리가 새로운 커피 문화를 이끌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커피 업계에서는 스페셜티 커피를 인스턴트 커피(제 1의 물결)에서 대형 프렌차이즈 커피(제 2의 물결)에 이은 '제 3의 물결'로 지칭한다. 한국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2~3년 전부터 질 좋은 생두를 구입해 직접 로스팅해 내는 스페셜티 커피 전문 카페가 여럿 생겼다.

스페셜티 커피 전문지 ‘블랙 워터 페이퍼(black water paper)'의 노재승 대표는 “과거에는 작은 카페에서도 원두를 직접 로스팅해 커피를 내는 소형 로스터리 숍이 많았다”며, “한국의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무르익으면서 점차 국산 대형 로스터리 브랜드들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셜티 커피의 유행에 힘입어 스타벅스나 탐앤탐스·엔제리너스 등 유명 프렌차이즈 커피 전문점도 스페셜티 커피를 내고 있을 정도다.

이렇게 한국 커피 소비자들의 취향이 점점 고급화하는 게 해외의 유명 스페셜티 커피가 한국에 속속 진입하는 이유다. 박상호씨는 “프릳츠 커피나 커피 리브레, 펠트 등 한국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도 성장세”라며 “해외 여행을 가서 카페 투어를 할만큼 커피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커피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추출 방식까지 내가 정한다

듁스 커피 쇼룸에는 메뉴판이 없다. 손님들에게 어떤 원두를 쓰는지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서다. 메뉴판은 없지만 대신 원두를 소개하는 엽서 형태의 안내문이 테이블에 놓여 있다. 우유가 들어간 화이트 커피를 마실지, 아니면 우유 없는 블랙 커피를 먹을지 결정한 뒤 원두를 정한다. 추출 방식도 고를 수 있다. 커피 머신을 이용하지 않은 브루잉 커피(필터 커피)나 머신으로 추출하는 에스프레소 가운데 고를 수 있다.

스퀘어마일 커피를 카페 알베르 랩의 주요 메뉴는 플랫화이트다. 라테에 들어가는 우유 양의 반 정도만 넣고 거품을 더 얇게(flat) 만들어 커피 향을 조금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는 메뉴다. 질 좋은 원두 맛을 보다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어 많은 스페셜티 커피점에서 선호하는 방식이다. 보난자 커피를 내는 한남동 mtl카페도 이와 비슷한 메뉴인 피콜로라테를 선보인다. 미니 라테라고 생각하면 쉽다. 라테와 같은 투 샷의 에스프레소에 우유 양을 적게 한다.

정작 맛은 어떨까. 대형 프렌차이즈 커피의 탄 맛에 길들여져 있다면 처음엔 당황스러울 수 있다. 단맛과 신맛(산미), 심지어 미세한 짠맛까지 느껴질 정도로 맛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우유를 넣은 커피에선 이런 다양한 맛이 부드럽게 중화되는 효과(혹은 역효과)를 느낄 수 있다. 알베르 랩 윤 대표는 “커피 콩은 커피 나무 열매라 기본적으로 달고 신맛이 난다”며 “원두 질이 낮을수록 강하게 볶아 탄 맛이 나지만 좋은 원두라면 약하게 볶아 맛과 풍미를 섬세하게 살린다”고 말했다.

질 좋은 스페셜티 커피를 내는 곳이 많아지면서 소비자들의 입맛도 달라지고 있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한 공간으로 인식되던 카페가 맛있는 커피를 맛보는 곳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 ‘블랙 워터 페이퍼'의 노 대표는 “요즘 스페셜티 카페에 가면 한 자리에서 2~3가지의 커피를 두고 ’테이스팅‘하는 모습도 종종 목격된다”며, “한국의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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