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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킹 메이커? 당 안팎 넘나들며 정계개편 이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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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순실 국정 농단 대선 꿈 접고 승부수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오른쪽)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상시국회의 모임에 참석해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이날 “당내에서 탄핵에 찬성하시는 분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민주당이 발의를 해서 서명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오른쪽)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상시국회의 모임에 참석해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이날 “당내에서 탄핵에 찬성하시는 분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민주당이 발의를 해서 서명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23일 내년 대선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김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제 정치 인생의 마지막 꿈이었던 대선 출마의 꿈을 접고자 한다”며 “국가적 혼란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실패했지만 위대한 대한민국의 실패로 이어지지 않도록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고 했다.

김 “박 대통령, 국민·당 배신했다”
유승민 “김 전 대표 결정 높이 평가”
문재인 “탄핵 동참, 여당 속죄의 길”
개헌 고리로 문재인과 연대할 수도

‘무대’(무성 대장)라 불리는 김 전 대표는 새누리당 대표 시절 한때 2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여권 대선주자로 떠오르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전날 남경필 경기지사의 탈당에 이어 김 전 대표의 불출마 선언으로 새누리당 대선 후보군은 유승민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으로 줄었다.

◆“탄핵 발의 앞장”, 당 장악 구상

대선을 포기하며 김 전 대표가 내놓은 구상은 탄핵 발의였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국민을 배신했고 당도 배신했다”며 “헌법을 심대하게 위반한 대통령은 탄핵받아야 하고 새누리당 내에서 탄핵 발의에 앞장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의 탄핵 추진은 친박 지도부와의 정면대결을 의미한다. 이날 친박계 의원들은 공개 반응을 자제했지만 “애초 대선 후보도 아니 었던 인물” “같은 당에 있으면서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패륜”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친박은 탄핵을 막을수록 도태될 것이기 때문에 탄핵을 놓고 당의 중심이 누구인지 판가름 내자는 게 김 전 대표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개헌 동시 추진”, 여야 넘나들 듯

김 전 대표는 이날 “7명째 대통령이 5년마다 비극을 반복하고 있다”며 “개헌도 동시에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선 주자라는 부담을 덜어낸 그가 개헌을 매개로 당 안팎을 넘나들며 ‘킹 메이커’ 역할을 하거나 정계개편을 이끌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당 밖에는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손학규 전 민주당 고문 등 ‘비박·비문’계의 개헌론자들이 즐비하다. 박지원 위원장은 김 전 대표의 불출마에 대해 “ 대선까지 시일이 많이 남았고, 정치는 생물이라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도 이날 TV 인터뷰에서 "집권은 연대를 통해서야 가능하다. 국민의당과도 얼마든지 연대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김 전 대표가 개헌을 매개로 유승민 의원, 심지어 경남중 1년 후배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도 손을 잡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유 의원은 이날 김 전 대표의 결정에 대해 “높이 평가하며 존중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김 전 대표의 불출마 선언 및 탄핵 발언과 관련, “탄핵 의결에 동참해 주는 것이 새누리당이 밟아야 하는 속죄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탈당파는 ‘제4지대’ 추진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김 전 대표의 로드맵은 결국 ‘탄핵→개헌추진’으로 압축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탈당 여부와 관련해선 “한계점이 오면 보수의 몰락을 막기 위해 결단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탄핵과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일단 당에 잔류해 탄핵을 추진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친박계 지도부가 허물어지지 않을 경우 탈당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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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대표와 달리 이날 정두언·정문헌·정태근 전 의원 등 새누리당 비박계 전직 의원 8명이 남경필 지사, 김용태 의원에 이어 추가 탈당했다. 이들은 남 지사 등과 함께 신당 창당을 모색할 것이라고 한다. 남 지사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손학규 전 고문, 김종인 전 대표 등 야당 인사들을 만나겠느냐’는 질문에 “당장은 안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당 측 인사들이 ‘제3 지대’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저희는 ‘제4 지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무소속 김용태 의원은 이날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났다. 회동 후 박 위원장은 “자기들은 일단 ‘제4 지대’에서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도록 노력하고, 탄핵에는 적극 동참하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친박계 지도부는 요지부동이었다. 이정현 대표는 이날 김 전 대표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억장이 무너진다”며 "오늘 개헌 얘기를 하셨지만 분권형 대통령제가 된다고 한다면 국가를 위해 큰 일을 할 수 있는 그런 기회들이 또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에 대한 사퇴요구에는 “아무 대안 없이 사퇴하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글=이충형 기자 adch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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