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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에 쫓기는 수사기관 웬만하면 유죄로 몰고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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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변호사가 자신이 5년 동안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무죄 사건 사례를 모아 '형사변호와 무죄' 라는 책을 냈다. 이용호 게이트를 수사한 차정일(車正一) 특검팀에서 특별수사관으로 활약한 법무법인 세인의 이창현(李昌玄) 대표변호사다.

"현행 사법체계 하에서 당사자의 억울함을 풀기에 너무나 많은 난관이 있는 우리 현실이 안타까워 어떤 사건이 무죄로 선고되는지를 실증적으로 파악해 보고 싶었다"는 것이 저술 동기다.

그는 "책을 내면서 우리 법조계의 문제점을 새삼 실감했다"며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보다는 유죄추정의 원칙이, 불구속보다는 구속 수사와 재판이 남발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1천여쪽의 책 속에는 살인.강도상해 등 강력범죄에서부터 교통사고 범칙금.뺑소니.곗돈 사기 등 흔히 접할 수 있는 사건까지 36건의 사례가 정리돼 있다.

대마 반응이 음성으로 나왔는데도 검찰이 회유한 관련 증인들의 억지 진술 때문에 대마 사범으로 몰렸다가 항소심에서 무죄가 난 경우, 강도 피해자의 희미한 기억만으로 범인으로 지목된 중국집 배달원의 사례 등.

그는 "웬만하면 유죄로 인정해버리는 현실이 무섭다"며 "이는 수사실적만을 내세우는 수사기관과 대법원에서 파기당하지 않을 모범 판결만을 좇는 법원의 관행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일침을 놓았다.

李변호사는 "수사기관과 법원의 오판은 당사자에게 천추의 한이 된다"며 "피고인과 변호인의 노력, 판.검사의 철저한 사명감이 있으면 얼마든지 진실을 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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