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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검사, 박 대통령 '강제수사' 촉구 글 게재…검찰 수뇌부 향해 "결단하라"

중앙일보

입력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현직 검사가 박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 촉구 글을 검찰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수도권 지방검찰청 소속 A 검사는 23일 오전 8시4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 게시판에 ‘검찰은 이제 결단을 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이 글의 주제어를 ‘박근혜 게이트’라고 적었다.

A 검사는 ‘참담합니다’라고 심경을 밝히며 글을 써내려갔다. 이어 ‘헌법을 수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대통령이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공격하면서 검찰 수사에 불응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우리 사회의 근간인 헌법과 법치주의를 부정한 것으로 그 자체로 탄핵사유에 해당한다’며 ‘일국의 대통령이라면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격조차 내팽개친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적었다.

또 ‘검찰은 이제 결단해야 한다’며 검찰 수뇌부를 향해서도 더 강력한 행동을 촉구했다.

A검사는 ‘범죄 혐의에 대한 99%의 소명이 있고, 참고인 신분이 아닌 피의자가 수차례에 걸친 출석요구에도 불구하고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다면, 그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체포영장을 청구하여 강제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우리의 법과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피의자가 검찰과 특검 중 어디에서 수사 받을지를 자기 입맛에 따라 선택할 권리는 없다’며 ‘더욱이 아직 특검 수사가 개시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장래의 특검을 예상하고 현재의 검찰 수사를 거부하겠다는 것은 출석불응에 대한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A검사는 또 ‘체포는 반드시 기소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며 ‘헌법상 불소추특권 때문에 지금 당장 피의자를 기소할 수 없을지라도 강제수사를 통해 혐의 유무를 분명히 한 다음 소추조건이 완성됐을 때 기소하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지난 22일 “체포 등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긴급체포가 아닌 이상 검찰의 체포는 향후 기소를 전제로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 받아야 할 사안이기 때문에 헌법상 불소추특권을 가진 대통령에게 강제수사가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A검사는 ‘헌법상 불소추 특권 때문에 지금 당장 피의자를 기소할 수 없을지라도 강제수사를 통해 피의자의 혐의 유무를 분명히 한 다음, 추후 소추 조건이 완성됐을 때 피의자를 기소하면 되는 것’이라며 ‘당장 기소할 수 없기 때문에 추가적인 증거인멸 방지 등을 위해 현재 반드시 필요한 수사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현직 대통령을 피의자로 체포해 조사하는 것이 과연 정치적으로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고심은 검찰의 몫이 아니다’고도 강조했다.

A검사는 ‘검찰의 소임은 어떤 정치적 고려도 없이 오로지 팩트에 집중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는 것’이라며 ‘지금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은 무엇입니까, 우리 검찰은 무엇을 해야 합니까, 이제 검찰은 국민의 명령에 답해야 합니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윤호진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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