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60·구속기소)씨의 부친 최태민(1994년 사망)씨와 부인 임선이(2003년 사망)씨의 묘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의 한 야산에 있는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중앙일보 취재진이 이날 오후 최씨 부부의 묘를 찾아갔더니 한 전원주택 단지의 뒷산에 자리 잡고 있었다. 대로에서 5분 정도 거리였다. 최씨를 먼저 매장한 뒤 이후 임씨를 합장해 봉분은 한 개였다. 봉분 오른쪽 앞 묘비석엔 ‘隨城崔公太敏·羅州林氏先伊之墓(수성최공태민·나주임씨선이지묘)’라고 적혀 있었다. 묘비 뒷면에 최씨가 다섯 번째 부인 임씨와의 사이에서 낳은 네 딸 순영(69)·순득(64)·순실(60)·순천(58)씨 이름과 각각의 사위 이모씨, 장석칠씨, 순실씨 전 남편 정윤회(61)씨, 서동범씨의 이름이 있었다. 또 순득씨의 딸 장시호(37·구속)씨와 순실씨 딸 정유라(20)씨의 개명 전 이름인 장유진, 정유연을 포함해 외손자·외손녀 7명의 이름도 보였다.
"김찬경, 순득의 남편 장석칠 친구"
최순실 배다른 오빠 최재석이 관리
묘비엔 정윤회·정유라 개명 전 이름
매장신고 안해 "200만원 과태료"
최씨 부부 묘 위쪽으로는 부친인 독립유공자 최윤성(1892~1945)씨의 묘가 있었다. 봉분 2기를 포함한 전체 묘역 넓이는 약 800㎡(342평)였다.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에 안장된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의 약 세 배 크기다. 현행법상 대통령 묘역은 264㎡(약 80평)로 제한돼 있다. 묘의 상석 위에는 붉은색·흰색·보라색 국화 조화 바구니가 올려져 있었다. 지석(誌石) 옆에도 노란 국화 생화 화분이 놓여 있었다.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최씨와 네 번째 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인 최재석(64)씨가 묘를 관리해왔다고 한다. 이날도 부친의 묘소를 방문한 최재석씨는 기자에게 “아버지 묘소가 일부 언론에 보도가 됐다는 소식에 파헤쳐질까봐 놀라서 달려왔다”며 “집이 20~30분 거리라 한 달에 한두 번 와서 아버지와 할아버지 묘소를 관리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다녀간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모른다”고 답했다.
그는 또 “(다섯 번째 부인 임씨와) 합장한 모습이 보기 싫어 아버지 묘를 이장하려고 했지만 최순실씨 측의 반대가 심해 포기했다”며 “이제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장 의사를 내비쳤다. 최씨 일가는 최태민 부부 묘에 대해 매장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용인시 관계자는 “신고 없이 사설 묘를 쓴 경우 2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돼 있다”고 말했다. 주민 박모(54)씨는 “독립유공자 묘가 있다고만 들었지 최태민 부부 묘소가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본지 확인 결과 최씨 가족묘역이 포함된 전체 임야 6576㎡의 70%는 김찬경(60)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 측이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 축산업자 김모(68)씨 소유였던 이 땅을 2003년 김 전 회장의 부인 하모(61)씨가 40%, 동서 박모(52)씨가 30%를 가등기했다. 당시 최태민씨 맏딸 순영(69)씨와 순실씨도 아버지와 할아버지 묘역이 포함된 1982㎡(전체의 30%)의 권리를 함께 가등기했다. 해당 임야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있어서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가등기 상태였다. 대신 최씨의 자매는 원소유자 김씨를 상대로 2억5000만원의 근저당을 설정해 놓았다.
김찬경 전 회장과 가까운 지인은 “김 전 회장이 순득씨의 남편인 장석칠씨와 친구 사이로 1994년 최태민씨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숨지자 친척인 김씨의 용인 땅에 매장할 수 있도록 주선했고 이후 함께 매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이 2012년 저축은행 비리로 구속된 후인 2013년 4월 부인 하씨의 임야 지분은 국가가 강남세무서를 통해 압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효식 기자
용인=임명수·김민욱·채승기 기자 jjp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