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프리버스 “이슬람 출신 이민 중단”…고개 드는 문명충돌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트럼프의 미국 커지는 반이슬람주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장관 후보자들을 개별 면접하며 각료 인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간) 측근들과 함께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래밍턴장로교회에서 예배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 셋째부터 트럼프 당선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 겸 정권인수위원장과 딸 샬럿,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 켈리엔 콘웨이(가방 든 여성) 백악관 선임고문 내정자. [베드민스터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장관 후보자들을 개별 면접하며 각료 인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간) 측근들과 함께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래밍턴장로교회에서 예배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 셋째부터 트럼프 당선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 겸 정권인수위원장과 딸 샬럿,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 켈리엔 콘웨이(가방 든 여성) 백악관 선임고문 내정자. [베드민스터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꾸린 ‘트럼프 팀’의 메시지는 ‘문명의 충돌’(Clash of Civilizations)이라는 비판적 진단이 나왔다. 미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뿐 아니라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선임고문 내정자,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후보자들이 강경한 반이슬람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정권의 반이슬람 성향은 16억명에 달하는 무슬림의 대다수인 온건주의자들의 입지를 좁히고 극단주의자들의 목소리를 키우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플린·배넌·폼페오·프리버스
트럼프가 낙점한 주요직 인사들
이슬람 대해 강경한 성향 가져
무슬림 극단주의 부추길 우려

라인스 프리버스 미 대통령 비서실장 내정자는 이날 CNN의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에 출연해 “특정 종교(이슬람) 내에는 우리가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더 나은 이민 심사 체제가 자리잡을 때까지는 특정 국가나 종교 출신의 이민을 당분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의 발언을 재확인한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3월 CNN 인터뷰에서 “이슬람은 우리를 증오한다고 생각한다. 더 나은 이민 심사 체제가 갖춰질 때까지 무슬림의 미국 이민을 대부분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플린도 지난 2월 트위터에 “이슬람에 대한 공포는 합리적”이라며 관련 동영상 시청을 권고했다. 해당 동영상은 세계에서 벌어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를 보여준 뒤 “힌두교와 유대교, 불교와 시크교도, 유교와 힌두교는 공존해도 문제가 없지만 이슬람은 기독교와 유대교, 심지어 같은 이슬람 사이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만든다”는 설명을 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플린은 샤리아(이슬람율법)가 미국에 퍼지고 있다고 주장했고, 이슬람을 ‘악성 암’으로 표현한 바 있다”고 전했다.

CIA 수장에 오르는 폼페오 하원의원 역시 이슬람 강경파로 유명하다. 폼페오는 2013년 의회에서 이슬람의 이름으로 행해진 테러 행위를 비난하지 않는 무슬림 지도자들은 “잠재적 공모자들”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불렀다. 폼페오는 지난 6월 보수 싱크탱크 안보정책센터(CSP)를 찾아 “(우리가 하는)싸움은 폭력적 극단주의 무슬림을 넘어선다. 모든 무슬림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을 안전하기 지키려면 우리는 더 넓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테러를 자행하는 극단주의자들과 일반 무슬림을 구분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권고와 달리 이슬람 자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CSP 책임자인 프랭크 개프니는 버락 오바마 정부가 비밀리에 이슬람 최대 정파인 무슬림형제단을 지원한다고 주장했던 인사다.

극우 운동인 대안 우파의 희망으로 떠오른 배넌은 2014년 “유대·기독교의 서구가 지하디스트 이슬람 파시즘과 잔혹하면서 피비린내 나는 충돌을 시작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우리가 대항하는 이들은)지난 2000년, 2500년의 유산을 완전히 없애버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명충돌론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9·11테러와 이라크전을 겪으며 힘을 얻는 듯 했다. 하지만 오바바 정부 8년간 잊혀진 단어였다. 트럼프 정권 출범을 앞두고 문명충돌론이 되살아나는 이유는 트럼프가 대선 기간 중 무슬림 전면 입국 금지 등을 밝힌 데 이어 그가 낙점한 인사들의 면면 때문이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은 문명의 충돌 견해를 수용하는 듯이 보인다. 반세계화, 장벽 건설, 무슬림 입국 차단이라는 그의 견해와 맞아 떨어진다”고 전했다.

플린·배넌·폼페오 등 트럼프의 사람들은 교집합이 상당하다. 세 사람 모두 무슬림 입국자에 대한 철저한 입국 심사에 공감한다. 이슬람 국가인 이란과의 핵 합의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폼페오는 오바마 정부가 금지시켰던 과거 CIA의 물고문 등 각종 심문기법을 옹호하고 있다.

중동 전문가인 파와즈 거거스 런던정치경제대(LSE) 교수는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가 주장하는 문명의 충돌 주장과 비슷하게 트럼프가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테러 전문가인 마이클 저먼은 “트럼프 정권의 반이슬람 편견은 중동과 아시아에서 미국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 알카에다와 IS의 홍보담당자들로서는 일하기가 쉬워졌다”고 진단했다.

◆문명의 충돌

영국계 미국인 역사학자 버나드 루이스가 1990년 논문에서 처음 언급했으며 미국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이 쓴 같은 제목의 책을 통해 알려졌다. 냉전 종식 후 벌어진 국제 질서의 가장 큰 갈등은 이념이 아닌 기독교 서구 문화권과 이슬람 등 비서구 문화권 간의 대결로 본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